수해 의료봉사, 재주는 병원..생색은 언론사

안창욱
발행날짜: 2006-07-21 07:31:35
  • 의료진 피해지역 대거 투입..기사화 미끼 순수성 훼손

의료기관들이 속속 집중호우 피해를 입은 지역을 방문해 의료봉사활동에 동참하면서 실의에 빠진 이재민들에게 힘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언론들이 병원의 자발적인 의료봉사활동을 자사 홍보에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연세의료원 세브란스병원은 이번 주 들어 장마가 주춤해지자 긴급히 의료봉사단을 꾸려 19일 수해를 입은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 일대에 의료진을 파견했다.

관동대 명지병원도 이날부터 고양시 8개동 수해지역을 돌며 주민들을 무료진료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삼성그룹 차원에서 강원도 평창에 베이스캠프를 차리자 19일 의사 6명, 간호사 6명 등 24명을 보내 의료봉사활동에 들어간 상태다.

의협은 20일 수해지역 의료봉사단 발대식을 가진 후 강원도 지역에 14명을 파견, 응급진료와 의약품 지원, 전염병 예방에 들어갔다.

이와 함께 서울아산병원이 21일, 서울대병원과 가톨릭중앙의료원 성모병원이 25일 의료봉사단을 강원도 수해피해지역에 각각 투입할 예정이다.

성모병원 관계자는 20일 “장마 직후 의료봉사단을 꾸린 상태지만 수해지역으로부터 피해복구를 끝내면 의료봉사단을 보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와 의료지원을 다음주로 미뤘다”고 밝혔다.

이처럼 의료계가 수해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의료봉사활동에 들어가자 일부 일간지들이 의료봉사활동을 기사화해주겠다는 빌미로 앞다퉈 자사 홍보와 연계시키면서 순수성을 훼손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병원은 언론사와 공동으로 의료봉사에 나선다는 것을 의료봉사단 플래카드에 명시하고, 언론사는 자사 이름이 선명하게 보이는 의료봉사단 발대식 사진을 기사화해주는 식이다.

C일보는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강릉아산병원에 이런 방식을 제안해 성사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J일보 역시 가톨릭중앙의료원, 한림대의료원, 의협과 D일보는 고대의료원 등과 이같이 합의했다.

A대학병원 관계자는 “이렇게 하면 언론사는 수해 피해를 복구하는데 자사가 앞장서고 있다는 것을 독자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고, 병원은 의료봉사하는 장면을 홍보할 수 있어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순수한 의료봉사라고 하더라도 홍보까지 되면 좋은 것 아니냐”면서 “병원 입장에서는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아무리 의료봉사를 해도 기사화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이들 언론과 병원은 기념 촬영만 할 뿐 실제 공동으로 의료봉사를 하진 않는다. 언론사는 병원의 의료봉사활동을 기사화하는 조건으로 실제 의료봉사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슬쩍 이름을 끼워 넣고 있는 셈이다.

이런 식의 관계가 형성되자 어느 언론사와 병원이 손을 잡았는지를 두고 병원계는 민감한 반응까지 보이고 있다.

B대학병원측은 “모언론사가 이런 제안을 해 왔을 때 신속히 받아들였어야 했는데 의사결정이 늦어져 다른 병원에 뺏겼다”고 아쉬워했다.

여기에다 일부 신문사는 마치 자사의 수해지역 의료봉사에 의료기관들이 보조로 참여하는 것처럼 보도하는 등 도를 넘어서는 행태까지 보이고 있다.

C병원 관계자는 “우리도 어쩔 수 없이 언론사와 공동주관하는 것으로 했지만 솔직히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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