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혈관찰용 현미경이 주는 교훈

주수호
발행날짜: 2005-02-03 18:48:48
  • 주수호 前의협 공보이사

한방병원의 CT사용과 관련한 1심 재판부의 어처구니 없는 판결을 계기로 한방 전반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가 시급하다는 담론이 의료계에 형성되었다.

의협 주도로 전 의료계를 망라한 특별 대책기구를 구성하여 활동한다는 보도가 나온 얼마 후, 개원한의사협회는 '감기치료는 한방으로'라는 슬로건으로 대대적인 대 국민 홍보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에 내과개원의협의회는 한방의 폐해를 직접 국민들께 호소하기 위한 홍보에 돌입한다고 한다. 바야흐로 의학과 한방과의 전면전이 시작된 듯하다.

한편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한방HUB보건소 사업을 추진하면서 물리치료기나 현미경 등 현대의학에서 쓰이는 의료기기에 대한 구입비용을 한방보건소에 지원할 예정이라 한다.

지원대상 의료장비 중에는 어혈관찰용 현미경(1,000배 고배율확대)이 포함된다고 한다.

한방HUB보건소에 지원한다는 현미경의 의학사적 의의에 대해 살펴 보자.
이미 오래 전에 배워 기억이 가물가물하기는 하나, 현미경의 발명이 현대의학의 발전에 기여한 바는 의학사를 새로 써야 할만큼 지대하다.

현미경이 발명됨으로 인해 그 동안 미지의 세계였던 미생물, 세균 등의 존재가 확인되었으며 항생물질이 개발되었다.

박테리아, 바이러스 등 병원균의 존재가 확인 됨으로 인해 그 동안 원인불명의 돌림병, 신의 저주 등으로 치부되어 토속 신앙이나 전래 되어온 민속 요법에 의존하여 치료(?)할 수 밖에 없었던 한계로 인해 죽거나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밖에 없었던 수 많은 세균성 질환과 전염병에 대한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게 되었다.

또한 세균성 질환과 전염병의 원인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항생물질이 개발되고 바이러스 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예방주사라는 획기적인 과학의 성과로 인해 불과 짧게는 수십 년, 길어야 1세기 전에는 불치병이었던 수많은 세균성 질환을 극복한 현대의학이 정립되는 계기를 가져오게 한 것이 바로 현미경의 발명이라는 획기적인 과학의 성과물이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의학의 성과로 인해 전 세계 모든 인류는 바이러스 질환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 인류 공통의 예방 접종 schedule에 따라 수종의 예방 주사를 맞는다.

이러한 결과로 이미 오래 전에 WHO 에서는 지구상에서 천연두의 박멸을 공표하는 쾌거를 이룩하였으며, 현재 삼사십대의 초등학교 시절 한 반에 최소한 한 명 정도의 소아마비 급우가 있을 정도로 드물지 않았던 소아마비환자가 작금의 어린 세대에서는 찾아 보기 힘든 의학의 성과를 거두었다.

구태여 2차 세계대전의 영웅인 처칠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세균성 질환의 치료에 항생제의 효용은 거의 절대적이다'는 것은 지구 모든 지역에서 반복적으로 과학적으로 검증된 진실이다.

비단 현미경의 발명이 세균성 질환의 정복에만 기여 했겠는가?
불과 몇 배의 확대에만 국한 되었던 초기의 광학 현미경이 발전을 거듭하여 전자 현미경 등으로 진화하여 최근의 전자현미경은 수백만 배까지 상을 확대해서 관찰할 수 있고 결정 내의 원자배열(간격 1∼2A )까지 판별할 수 있는 놀랄 만한 해상력을 바탕으로 수 많은 난치병, 불치병의 극복에 나서고 있는 것이 의학의 현 주소이다.

이렇듯 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의학이 눈부시게 진보하고 있으며, 세균성질환의 치료를 위해서는 항생제의 복용이 필수적이라는 과학적 진리가 논란의 여지없이 통용되고 있는 21세기의 한국에서 항생제의 복용을 금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자들이 있다.

당뇨약, 혈압약은 한 번 복용하면 평생 복용해야 하는 약이므로 아예 복용의 시도 조차 해서는 안 된다는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을 함으로서 환자의 건강에 심각한 폐해를 초래하는 망발을 일삼을 자들이 의료인이라는 이름으로 환자 진료에 나서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과학적으로 검증된 효율적인 의학적 치료방법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비방이라는 이름 하에 자행되는 사이비의료행위에 대한 광고가 현대 과학의 총아 중 하나인 인터넷에 버젓이 올려져 다수의 국민을 현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 건강을 책임진다는 정부 당국의 제재가 있었다는 말은 들어 본 바가 없음은 물론이거니와 어혈(?)을 관찰하기 위해 한방HUB보건소에 1,000배의 고배율 확대가 가능한 현미경을 지원하겠다는 것이 이 정부의 수준이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감히 한방에서 의학을 부정하는 말을 공개적으로 토로하고, 한방의 세계화에 정부가 적극 나서겠다는 되도 않는 말을 공언하는 배경에는 한방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을 넘어 토속 신앙과도 같은 한방에 대한 뿌리깊은 국민들의 애정(?)이 있다.

소위 민주화 세력이라는 허울을 쓴 감상적 민족주의자들이 이 땅의 주류로 부상한 이후 '민족'이라는 단어가 갖는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따라서 이미 '민족의학'이라는 덧칠을 한 한방과의 일전은 의료계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한 총력전이 되어야만 하며, 이미 현 대한민국의 주류세력으로 자리 잡은 사이비 진보주의자, 감상적 민족주의자들과의 일전까지 각오한 장단기적인 치밀한 전략 전술하의 투쟁이 되어야만 한다.

복지부내 한방 정책관실, 한방 군의관, 한방 공중보건의, 한방 주치의 , 한방 응급의학과 설치 시도, 한방 성형외과, 한방 병원의 CT사용에 관련한 1차 법원의 어처구니 없는 판결, 한방HUB보건소내 어혈 관찰용 고배율 현미경 지원 등등 한방은 한발 한발 제도권내로 진입하였다.

애써 무시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안이하게 대처했던 그간 우리들의 잘못으로 인해 과학을 기초로한 의학의 정체성 문제, 국민 건강 지킴이로서 의사의 의무를 다하고자 하는 의사 본연의 문제를 넘어 '감기는 한방으로'라는 슬로건에서 보듯이 이미 한방은 우리들에게 생존권의 문제로 다가왔다.

한방 또한 생존권 차원을 넘어 존립의 위기를 느끼며 이번 전면전을 맞이할 것이다. All or Nothing Game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한방과의 전면전은 의약분업 당시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지저분하고 치열한 투쟁이 될 것이며, 전선 또한 크게 확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한 과정에서 의료계의 피해도 클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방과의 전면전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작금 의료계의 과제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미 한방의 문제는 건강지킴이로서 의사의 책무를 다하기 위한 고상한 투쟁을 넘어 살벌하고 냉혹한 생존권 차원의 문제로 대두되었다.

더욱이 한방과의 일전을 위한 전선에서 조우해야 할 사이비 진보주의자들, 감상적 민족주의자들의 투쟁력은 결코 만만치가 않다는 것은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하여 입증된 바가 있다.

치밀한 전략 전술 하에 의료계의 모든 역량을 쏟아 부어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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