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일원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이병렬
발행날짜: 2005-05-30 06:59:50
  • 이병렬 대한공공의학회 부회장

의료계와 한의계 사이의 멈추지 않는 논쟁이 한창이다. 언론에서는 이를 밥그릇 싸움이라고 몰아부치고, 의사와 한의사 사이에는 학문적 자존심은 물론이거니와 진실로 환자에게 무엇이 올바른 선택인가를 놓고 많은 의견들이 오가고 있다.

이러한 민감한 시기에 전남 신안군의 팔금면과 도초면에서는 사상최초로 한방공보의가 지소장으로 임명되는 실험적 사건이 벌어졌다. 물론 그 지역에는 의사 공보의가 있었음에도 말이다.

신안군은 111개의 유인도와 719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져 있으며 한방공보의가 임명된 팔금면과 도초면 역시도 목포에서 배를 타고 수시간 들어가야만 하는 오지이다.

지역이 섬으로만 이루어져 있다보니 보건소는 목포에 위치해 있고 관내의 14개 보건지소가 모두 섬에 위치해 있다.김대중 대통령의 고향으로 유명한 하의면 역시도 신안군에 속해 있다.

섬지역에 살아본 사람은 누구나가 공감할 것이겠지만 날씨나 교통수단등에 의한 그 출입이 자유롭지 않음으로해서 주민들이 응급상황에 처한 경우에 무척 곤란한 일이 많다.

즉, 산모의 출산이 임박함에도 궂은 날씨로 말미암아 섬내의 지소에서 출산하는 경우가 빈번하고 또한 숨이 넘어가는 긴박한 상황에서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경우도 발생하며, 외상에 의한 열상이나 좌상, 골절등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또한 섬지역의 특성상 신원 미상의 변사체가 발견되어 지소장에게 사체검안을 의뢰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그 어느것 하나도 지금까지 의사들이 아는 상식선에서는 한의사는 절대 해서는 안되고, 할수도 없는 의료행위였다.

하다못해 사망진단서의 발급조차도 법적으로는 한의사가 발급할수는 있다고 하나 실제로 한의원에서 사망진단서를 발급했다는 소리는 못들어 봤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변화하고 있다.우리가 원하던 원치 않던간에 대한민국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의료계 역시도 그러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함께 휩쓸려 가고 있다.

인터넷의 발달로 지식과 기술은 이전 세대와는 다르게 타직종군의 사람들과 공유되어져 가고 있으며, 인간의 본능인 "살아가기 위한 방편"으로써 지식의 습득을 위한 몸부림을 지속하고 있다.

전세대와 다른 의사의 지위, 전세대와 다른 한의사의 지위에 불만족스러운 양 집단은 타 학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습득하기 쉬운 서로의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처절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현실적으로 의학전문대학원의 도입 및 여자 의대생의 증가로 인하여 향후 의사출신 공중보건의의 수급이 정부에게는 풀기 어려운 난제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알고 있을 것이다.

신안군 보건소장이 이러한 다양한 의료계가 처한 상황을 알고서 한방공보의를 지소장으로 임명했건, 모르고 임명했건간에 그는 무척 어려운 숙제를 스스로에게 냈다. 현행법상 행정기관 관내에 행한 인사의 결과로 발생한 사고의 책임은 모두 임명권자(보건소장)에게 귀결된다. 보건소 역시도 예외일수 없다.

즉, 한방공보의가 제대로 현대의학을 공부하지 않은채 시행한 현대의료행위의 결과가 재앙스러울 경우 그 책임은 고스란히 임명권자인 보건소장이 책임을 지게 된다는 말이다.

자~ 우리는 이제 신안군을 관심어린 눈으로 지켜보자. 주민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봉사하는 한방공보의 지소장이라면 박수를 쳐주자. 만약, 그렇지 않고 집단 이기주의와 명분에만 메달린 젊은 영혼이라면 동정어린 눈으로 지켜봐주자. 그는 의료 일원화의 선구자이다.

*이 칼럼은 메디칼타임즈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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