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치로 박제화 된 의사들

이창진
발행날짜: 2006-07-31 06:42:36
“정부가 발표한 제왕절개 통계치 TV 보고 알았죠, 신경쓰지도 않고 그러려니 했어요”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한 교수는 얼마전 정부가 발표한 제왕절개율에 대한 방송과 신문의 단세포적 시각을 놓고 어제, 오늘의 얘기도 아니라는 식의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산부인과 전문의 대다수는 정부의 단순한 수치열거를 놓고 무엇을 위한 정책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국민에게 자연분만의 장점을 강조하고 제왕절개율의 단점을 알리려는 것인지, 아니면 의료기관의 분만 순위를 통해 의료의 질을 평가한 것인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는다는 견해이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타 병원의 산모 수 감소와 달리 매년 고령 및 난이도 높은 산모가 몰리며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며 자연분만에 치중하고 있으나 산모의 몸 상태로 인해 부득이한 경우가 적지 않는 상태이다.

이에 비해 아산과 삼성 등 재벌병원은 산모수가 일부 감소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나 난이도와 상관없는 강남에서 거주하는 부유층이 집중되는 현상을 보여 분만 방식은 자연분만 위주로 유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국립의료원처럼 미혼모로 인해 제왕절개율이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한 국립 기관 상당수는 병원 경영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진료 분야로 낙인돼 뒷방으로 밀려나는 형국이다.

서울대병원 모 교수는 “컨퍼런스를 통해 왜 제왕절개를 했으며 수술 중 문제점과 현재의 상태를 면밀히 검토하고 토의하는 시간이 정례화 된 지 오래됐다”고 말하고 “잘못된 부분이 지적되거나 문제점이 발견되면 위, 아래를 막론하고 얼굴도 못 들고 다닐 정도로 창피함을 당한다”며 실수를 최소화시키기 위한 산과 내부의 노력을 강조했다.

생명에서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진단에서 치료하는 의학에 대한 기대치와 경외심은 점차 높아지고 있으나 이를 담당하는 ‘의사’의 존재는 존엄성을 잃은 박제인간으로 평가되는 냉엄한 현실에 직면해있다.

오피니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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