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불량 병·의원 만들기

메디게이트뉴스
발행날짜: 2006-08-03 07:05:31
분만실에 먼저 들어간 아내보다 나중에 들어간 산모의 출산 소식이 먼저 들려온다.

한참을 기다려도 아내의 출산 소식은 들리지 않고 뒤늦게 분만실에 들어간 산모들의 출산이 계속되자 결국 남편은 참지못하고 왜 차례대로 아이가 나오지 않는냐며 의사에게 거칠게 항의한다.

20여년전 모방송국의 ‘웃으면 복이와요’에서 원로 코메디언인 배삼룡 분이 남편으로 나와 필자를 한참동안 웃게 만든 코믹연기를 보여준 것으로 기억된다.

주사제·항생제에 이어 전국산부인과 병·의원 제왕절개분만율 평가결과가 공개됐다. 공개의 목적은 산모의 폭넓은 의료기관 선택과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그 결과 불량 병·의원 214개소와 평범한 의료기관 274개소, 우수한 산부인과 192개소 등 3등급으로 구분됐다. 자연분만 수가를 올리고 자연분만시 본인부담금도 모두 없애주는 등 정부는 다각적인 노력을 펼쳐왔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 제왕절개분만율은 37.5%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평가결과를 공개했으며 자연분만 확산 등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노력을 다각도로 추진해 나갈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발표된 내용에 대해 잘했다 잘못했다는 떠나 정부가 말한대로 다각적인 노력을 펼치고 또 계획하고 있음에도 불구 자연분만율을 끌어올리를 위한 노력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는지 생각해 볼 대목이다. 불량 병의원을 공개하는 등 의료계를 다그친다고 효과가 두드러질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아이가 순서대로 나오지 않느냐고 거칠게 항의하는 코메디의 설정은 사실 왜 제왕절개분만율이 높은지를 설명해주는 단서다.

산부인과가 종종 폐업하는 경우를 본다. 저출산으로 인해 산모수가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속편하겠지만 상당수는 의료사고가 원인이 된다. 사실 이에대한 정확한 데이터는 없다.

그나마 제대로 된 자료는 소보원의 의료분쟁 접수건수로 산부인과는 99년, 2001년, 2002년 분쟁 최다 발생과목에 이름을 올렸다.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다른과에 분쟁최대 발생과의 타이틀을 넘겨준 것 뿐이지 다관왕 타이틀은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

저수가 문제야 돈을 아껴야할 정부입장에서 어찌 해볼 도리가 없더라더 의료사고의 부담만 줄여도 제왕절개분만율은 알아서 내려갈지 모르는 일이다.

정산분만과 제왕절개시 의료사고율이 비교분석된 적도 없고 지역별로 자연분만율이 왜 다른지에 대해 분석이 이뤄진 바도 없다.

하물며 왜 제왕절개가 많은지 의사설문 분석도 없는 마당에 잘못된 분석일 수 있지만 다각적인 노력을 펼치겠다는 정부입장에서는 속는 셈치고 한번 시도해 볼만한 사업이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다’ 정부의 평가결과 공개로 제왕절개율이 크게 낮아진다면 아마 정부정책에 대한 의료계의 불신과 의료계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높아지게 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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