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병원은 영화 촬영중"

발행날짜: 2006-08-28 06:39:33
최근 병원 홍보의 방편으로 영화나 드라마 촬영 섭외가 각광을 받고 있다.

사실 우수한 의료진과 시설로 이름이 크게 알려진 몇몇 대형병원을 제외한 중소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들의 경우 수백만명에서 많게는 천만명을 넘어서는 영화, 드라마 관객에게 병원을 노출시키는 것이 병원 홍보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은 부인하기 힘들다.

특히 새로 개원한 병원이나 최근 리모델링을 완공한 병원들이 병원의 이름과 최신 시설을 홍보하는데에는 영화나 드라마 촬영섭외가 가장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병원에서 영화나 드라마가 촬영되는 것은 많은 시간과 장소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수술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수술실을 몇시간 이상 비워놓아야 하며 병실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몇개의 병실을 공실로 놔둬야 하고 복도씬을 위해 복도를 오가는 환자들의 통행을 막아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들 병원들은 병원을 찾은 유명 연예인과 촬영팀이 투병생활에 지친 환자와 보호자, 내원객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실상 병으로 지친 환자들이 그들을 보며 즐거움을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방영중인 드라마를 촬영중인 한 대학병원을 찾았을때 그 병원의 거의 한층 전부가 드라마 촬영으로 어수선해 있었다.

병실에 입원중인 환자들은 카메라의 동선을 확보하기 위한 스텝들의 통제로 병실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었으며 통제된 복도를 피하느라 환자들은 먼길을 돌아가며 왕래하고 있었다.

병원은 환자의 질병 치료와 안정을 목적으로 존재하는 기관이다.

병원 홍보를 위해 환자의 편의가 무시되는 결과가 발생한다면 이는 주객이 전도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병원 홍보 문구 중 가장 단골 어휘가 바로 '환자 중심'이라는 단어다. 지금 촬영되고 있는 영화나 드라마가 환자의 안정과 편의를 해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 더 생각해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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