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구일 이개협 공보이사

정책을 시행하는 정부의 입장에서는 편하기 이를 때 없다. 별다른 공도 안들이고 모든 뒷감당을 의원에 약국에 떠넘기고, 또 왜 진료비가 올랐는지 궁금해 하는 국민들한테 이해를 구하는 의사들의 모습에서 진료에 전념하지 못하는 행정가의 역할까지 해야 하니 답답하기만 하다.
진료비 변화를 이해했을지 못했을지 모르지만 환자들은 약국에서 또 한 번 가슴을 쓸어내린다. 예전엔 1500원이면 되던 약값이 3000원 을 내게 되니 언성을 높이게 된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 제도가 바뀐 지 일주일이 지난 지금 장기적 효과를 예측하긴 어렵지만 우선 변화된 몇 가지를 말해보면 우선 야간 환자가 줄어들었다. 오후 6시 이후에 야간가산에 따라 정률로 진료비를 내면 평소보다 더 나오게 된다.
결국 현재 야간 진료를 시행하고 있는 병원들은 저녁환자 감소가 뚜렷함을 느끼고 있다. 장기적으로 봐서 야간진료를 접는 의원들이 늘어날 것이다. 결국 손해는 저녁때 병원을 이용해 왔던 국민들이다.
또 하나는 약제비의 문제이다. 앞으론 기본진찰료보다 약값이 더 나온다. 3000원 진찰료에서 2400원의 기본 진찰료로 내려 기뻐하던 맘이 약국에 내려가서 변하게 된다. 보통 1500원 정도 하던 약제비가 3000원 정도를 내게 되니 말이다.
환자들이 약값에 대해 궁금증을 갖기 시작했다. 자신이 내던 약제비에 진짜 약값과 조제료, 관리료 등이 얼마나 포함됐는지 알고서 기가 차 한다. 이 문제는 의약분업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는 문제이다.
처음에 정률제를 시행하면서 정부는 소아의 진료비 부담을 덜기 위해 정률제를 시행하는 것처럼 말했다.
그러나 시행과정에서 기획예산처의 제동으로 50% 감면은 30% 경감으로 바뀌었다. 실상 정률제 자체로 진료비 절감 목적은 사라지고 가격장벽을 올려 방문 횟수를 줄여보자는 의도가 있는 것이다.
결국은 적자와 흑자의 기로에 서 있는 의원들은 폐업의 길로 갈 것이 틀림없다. 장기적으론 지역사회의 의료망을 흔드는 것이고 상급의료기관의 이용이 늘어나면서 오히려 전체 재정에는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 자명하다. 저비용 고효율의 의원급 이용에 대한 가격장벽을 높이는 근시안적 행정이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