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의 위험 관리 책임

현두륜 변호사
발행날짜: 2007-12-04 09:22:38
  • 현두륜 변호사(대외법률사무소)

병원에서 발생하는 사고에는 진료 이외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우도 꽤 많다. 예를 들어, 환자가 침대에서 떨어진다거나 환자 또는 그 보호자가 화장실이나 복도 등에서 미끄러지는 경우, 환자가 병실에서 뛰어내려 자살하는 경우 등이 있다.

이는 의료사고는 아니다. 이러한 사고가 발생한 경우, 병원의 책임 유무와 그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판단하기가 참 어렵다.

얼마 전 서울고등법원에서 유사한 사건에 대한 판결이 있었다. 원고는 간병인으로서 피고 학교법인이 운영하는 대학병원에서 간병인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원고는 병실에서 환자를 간병하던 중 환자로부터 병실의 침대에 널려 있던 자신의 옷가지를 커튼 줄에 걸어달라는 요구를 받고, 이를 걸기 위하여 그곳에 놓여 있던 바퀴 4개가 달린 보호자용 간이침대 위로 올라가는 순간 간이침대의 바퀴가 굴러 미끄러지는 바람에 바닥으로 넘어져 흉추 골절 등의 상해를 입었다. 그리고, 학교법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1심법원은 피고병원의 과실을 부인하였으나, 항소심 판결은 달랐다. 항소심 법원은 ‘실제 병실에서는 잠을 자는 등의 용도 이외에 환자보호자 등이 높은 곳에 물건을 걸거나 수납하기 위해 밟고 올라가거나 문병객을 따라온 어린 아이들이 올라가 장난치는 경우도 흔히 있을 수 있으므로, 간이침대를 제공하는 병원으로서는 간이침대가 쉽게 미끄러지지 아니하도록 고정장치를 부착하거나 미끄러짐에 대한 주의 또는 경고 문구를 부착하는 등으로 이 사건 사고와 같은 사고의 발생을 미연에 방지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판시하였다.

다만, 원고도 몇 달 동안 간병인 생활을 함으로써 바퀴가 달린 간이침대가 쉽게 미끄러진다는 사정을 알고 있으면서도,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아니하고 간이침대를 밟고 올라서다가 사고를 당한 과실이 인정되므로, 병원의 책임비율을 20%로 제한하였다.

이제 병원은 내원하는 환자들은 물론 그 보호자들이나 간병인들의 건강과 안전까지도 배려해야 한다.

그리고 환자들에 대한 치료과정 뿐만 아니라, 치료 이외의 전 과정에 있어서도 보호의무를 다해야 한다. 병원의 입장에서는 보호의무의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하는 것이 아니냐고 억울해 할 수도 있지만, 이는 비단 병원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현대 사회에서 사고 위험은 날로 증가하고 있고, 이러한 손해를 사고 관련자들에게 공평하게 부담시키는 것이 손해배상책임의 기본원칙이다. 따라서, 병원으로서는 의료사고 이외에도 혹시 병원에서 발생할 수 있을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노력에 힘써야 할 것이다.

매주 의료법률칼럼을 게재하는 현두륜, 최재혁, 고재석 변호사는 메디칼타임즈 독자들을 위해 법률상담서비스를 실시합니다.<상담 전화:02-3477-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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