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동의 없는 DUR은 인권침해 시스템

안용항
발행날짜: 2008-03-31 08:52:03
  • 의료와사회포럼 정책위원 안용항

심평원은 DUR(Drug Utilization Review; 약물사용평가)이란 이름의 정책을 4월부터 시행한다고 선언했다. 인터넷을 이용하여 모든 의료기관의 컴퓨터에 연결하여 병용금기 약 162개 항목과 특정연령대금기 약 10성분에 대한 사용을 막기 위한 ‘실시간’ 감시 시스템을 시행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의료단체는 이것은 진료권을 침해하는 진료감시 시스템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반발하고 있다.

의료계의 이러한 반발이 틀린 주장은 아니지만, 환자의 입장에서 DUR을 생각함으로 ‘환자의 피해를 막기 위한 입장’을 먼저 고려해주지 않는 다는 점에서 몹시 섭섭하다. 의사는 환자가 있음으로 필요한 직업이며 의사의 최대 윤리는 ‘환자를 보호’하는 데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래서 필자는 DUR이 환자에게 어떠한 장점과 단점을 살펴보고 환자 비밀보호 문제를 다시 생각해보고자 한다.

DUR의 목적은 병용금기약과 연령금기약 처방의 사용을 금지하겠다는 것만 생각해보면 환자의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조치이다. 하지만 이것을 위해서 ‘심평원의 컴퓨터와 진료컴퓨터를 실시간 연결 시켜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실시간 연결은 심평원 컴퓨터에 환자의 건강기록들이 실시간 저장되어 진료기록의 집중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진료기록의 집중은 환자의 진료와 관련된 비밀이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은 분명하다. 환자의 자료유출 문제는 공단의 각종 자료 유출 사례에서 그 문제점이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대통령 선거 후보들과 관련하여 각종 자료들이 여러번 검색되는 등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되는 사례도 너무나 흔하다. 대통령 후보들의 자료가 검색되는 판국에 일반 국민들의 건강자료는 너무나 쉽게 빠져나간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것이다.

이무리 공단과 심평원에서의 자료 유출을 막기 위해 서브컴퓨터의 비밀번호를 수십 개 마련한다 하더라도 돈에 굶주린 사악한 내부인의 마음을 이길 수는 없다. 환자의 인권을 보호하려면 환자의 감추고 싶은 진료 비밀을 처음부터 모이지 않게 해야 마땅한 것이다.

이런 점을 생각해보면 심평원 컴퓨터와 진료실 컴퓨터를 연결하지 않음으로 환자의 비밀이 담긴 건강자료들을 집중하지 않고서 병용금기약과 연령금기약 처방의 사용을 금지시킨다면 환자의 비밀을 보호하면서 심평원의 본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진료컴퓨터의 프로그램을 바꾸면 손쉽게 가능하다. 이렇게 하면 환자의 비밀이 보호되기 어려운 진료기록의 집중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실제 발생하는 병용금기약과 연령금기약 처방은 건강보험 전체 처방의 0.001%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것을 막기 위해 실시간 건강기록을 집중한고 한다. 이 뿐만 아니라 건강기록을 집중하지 않아도 되는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기록들을 집중하려는 심평원의 의도는 무엇일까? 심평원이 이러한 사실을 국민들에게 숨기면서까지 추진하려는 이유가 무엇일까? 환자들의 비밀보호보다도 더 중요한 무엇이 있을까?

심평원은 이번에 실시간 모으는 진료자료는 환자의 상담자료가 아니라 약품처방자료일 뿐이라서 환자의 비밀보호에는 아무른 지장이 없는 것이라고 핑계를 댈지도 모른다. 하지만 처방약품자료를 통해서도 환자의 비밀을 충분히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환자의 자료를 집중할 필요도 없는 상황에서 억지로 집중하려는 의도를 볼 때 이 단계를 지나면 환자의 상담기록 조차 집중보관하려 들 것이 분명하다. 세상의 모든 것을 통제, 관리하려는 관료들의 특성을 생각해보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 이며 이미 지난 인류의 역사 속에서 충분히 검정된 이야기인 것이다.

환자의 동의 없이는 누구도 환자의 진료기록을 소유할 권한은 없다. 그것이 아무리 사소한 약품에 관계 된다고 하더라도 환자의 동의 없이 환자의 진료기록을 심평원에 옮길 수는 없는 것이다. 꼭 필요한 최소한의 자료만 환자의 동의를 거처서 사용해야 한다. 따라서 환자 진료기록의 이동이 없이도 할 수 있는 DUR을 억지로 실시간 진료기록을 이동시켜서는 더 더욱 안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환자의 비밀은 국가라 하더라도 건드릴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인권 문제인 것이다. 동의도 없이 환자의 건강관련 자료를 집중하려는 시도는 인권을 존중하는 자유 민주국가에서는 상상 조차할 수 없는 조치인 것이다. 국가의 존재 목적은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는 것이다.

심평원 관료들이 자신들의 ‘관리와 통제하고 픈 욕구’를 위해서 환자를 도구로 사용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정치가들은 관료들의 이러한 속임수에 현혹되어서 감추어진 환자들의 인권 침해를 보지 못해서는 않될 것이다. 올바른 정치를 목적으로 삼는다면 환자들의 비밀 보호에 누구보다 앞장서야 할 것이다. 의료인들은 환자의 비밀보호가 의료인으로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면 차라리 면허증을 반납하는 것이 국민을 위한 길일 것이다.

심평원은 더 이상의 반인권적 폭력을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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