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분쟁 무방비 노출, 방어진료 유도"

박진규
발행날짜: 2004-04-19 08:28:08
  • 인터뷰은혜 산부인과 장부용 원장

"자연분만은 가장 문제가 없습니다. 합병증이 적고,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도 적습니다" 은평구 대조동 은혜산부인과 장부용(51) 원장은 자연분만 예찬론자이다.

제왕절개분만율이 전국 최하위 수준일 만큼 그녀는 자연분만을 선호한다.건강보험공단 등에 따르면 은혜산부인과의 제왕절개 분만율은 17.9%에 불과하다.

장 원장은 산모들이 자연분만과 함께 모유수유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병원에 따로 신생아실을 두지 않고 모자동실만을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은평구 지역을 비롯해 여러 곳에서 입소문을 듣고 환자가 몰려들고 있다. 장원장은 매일 150~200여명의 외래진료와 월평균 200견의 분만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78년 전남대 의대를 졸업한 장 원장은 82년 전문의 자격을 취득 후 전주예수병원에서 전문의 수련을 받는 등 여러 병원에서 봉직의 생활을 했다.

"지난 96년 개원했어요 사실 전에는 개원할 생각이 없었어요. 자연분만을 선호하고 있는데다 임신중절수술을 하지 않으니 환자가 없을 것이란 생각에서였죠. 사실 개원 초기에는 하루에 10명 미만을 보는 경우가 허다했어요"

장 원장은 인체의 순리대로 잉태하고 출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요즘 산모들은 순간의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쉽게 가려는 경향이 있다고 아쉬워 했다. 더군다나 보호자까지 합세해 제왕절개를 주장하는 사례가 많아 설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장 원장은 내과의사인 남편 박행렬 원장과 함께 지난 89년부터 4년간 의료 선교차 남태평양 서사모아로 가서 국립병원 산부인과 과장직을 맡기도 했다.

"서사모아에서는 집에서 자연분만 하는 걸 아주 당연시해요. 간호사들이 보조를 해주고 고위험 환자인 경우에만 의사를 부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환자는 환자대로, 의사는 의사대로 제대로 된 서비스와 진료를 할 수 없게 사회 시스템이 왜곡되어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지금은 과도기로 봐야 해요. 아주 조금씩이기는 해도 인식이 바뀌고 있으니까요."

장원장은 그러나 우리나라 환경은 서사모아나 선진국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의료 분쟁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어 의사들이 소신진료를 할 수 없다고 했다. 의료사고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장 원장도 몇차례 분쟁에 휘말려 혹독하게 당한 경험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분만과정에서 산모에게 갑작스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 3차병원으로 회송하는 것도 적지않은 애로라고 했다.

"벼랑끝에서 어찌할 바 모르는데 큰 병원들에서 절대 받아주지 않아요." 그녀는 몇차례 아찔했던 순간을 떠올리면 지금도 등에서 식은땀이 난다고 했다.

"정부에서는 제왕절개 분만률이 너무 높다고 하는데 사실, 우리나라 여건이 그렇게 되어있습니다. 의료전달체계 잘 갖추어지고, 의료사고에 대한 확실한 대비책을 정부가 마련해줘야 해요. 일선 의사들은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돈을 잃는 것보다 마음의 상처가 더 크다고 합니다. 당연히 방어진료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하지만, 그녀는 자연분만은 포기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자연분만이라는 게 동물적이고, 통증도 뒤따르는게 자연적인 현상입니다. 이 때 엔돌핀이 가장 많이 분비된다고도 해요."

장 원장의 작은 포부는 자연분만 센터를 만드는 것이다. "산모들이 여유있는 공간에서 편안하게 쉬며 분만을 경험할 수 있는 그런 시설을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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