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또 의료민영화냐?

김창보
발행날짜: 2009-03-23 09:59:46
  •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창보 활동가

환자와 의료소비자의 입장에서 영리병원을 동의해주어야 할 이유는 없다.

정부는 병원에 대한 규제가 많아 자본을 조달하는 것이 어려워 이를 해결하여 병원의 수익성을 개선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정부의 입장은 여러 가지 뒷 배경을 가진 이야기이다.

우선, 정부가 보건의료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건의료서비스의 질적 개선과 의료기관의 효율성 증대, 나아가 보건의료에서의 일자리 창출에 우리 국민이 낸 세금으로 만들어진 국가예산을 투입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가 국가예산을 투입하지 않는 대신, 이윤을 쫓는 자본, 민간자본이 투자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이는 결국 국민의 입장에서 필수적인 보건의료서비스를 자본의 먹잇감으로 넘겨주겠다는 말이 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국가예산의 확대는 보건의료서비스의 ‘공공성’과 ‘공익성’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지만, 민간자본의 투자는 보건의료서비스를 이윤확대를 위한 ‘상업성’을 강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또한 민간자본의 이윤확대를 위해 국민의 부담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리병원, 비영리병원 할 것 없이 모두 자본의 먹잇감으로 내던져진다

이번 정부의 검토는 자본에게는 종합선물세트와 같다. 영리병원 허용 뿐만 아니라 비영리법인이더라도 의료채권과 병원경영지원회사(MSO : Management Service Organization)를 통해 자본의 출입을 허용하며, 이 통로를 이용해 자본의 이윤확대를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백번 양보해 의료기관의 영리법인 도입을 허용한다고 하더라도, 비영리법인의 병원에 대해 비영리성을 더욱 강화할 방안이 마련되는 것이 기본적인 전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방안 보다는 오히려 비영리법인의 병원마저도 자본의 먹잇감으로 던져버리고 있다. 그러니 자본의 입장에서 어찌 기쁘지 아니할까.

의료소비자, 환자의 입장에서 영리병원을 생각하다

의료소비자나 환자의 입장에서 영리병원이 정말 좋을까?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다는 말이 사실일까? 의료소비자의 다양한 욕구 충족을 할 수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정부산하 기관인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조사연구를 한 결과가 있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이처럼 정부기관에서 조사한 결과에서도 의료의 질, 효율성, 효과성, 형평성, 접근성 모두 영리병원에 문제가 있다. 결과가 이렇다면 의료소비자나 환자의 입장에서 영리병원이 좋을 리가 없다. 찬성할 이유가 없다.

의료소비자들이 다양한 욕구가 있다고 하나, 국민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비용 대비 효과’적이지 않은 영리병원과 같은 서비스를 좋아할 리가 없다. 아무리 돈 많은 부자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영리병원이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말도 신뢰가 떨어진다.

지난 13일 토론회에서 어떤 한 토론자는 의료서비스가 의사들에 의해 독과점인 상태이므로 의사가 아닌 일반인도 병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하여 경쟁하면 의료소비자들의 편익이 커진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말은 매우 선정적이며 설득력이 없다.

의사들에 의해 독점적 시장으로 구성된 의료서비스에서 소비자들이 어떤 피해를 입고 있는지 명확하게 정의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의사 대신 병원을 설립하게 될 자본이 과연 의료소비자를 위해 일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본은 기본적으로 이윤확대를 위해 일을 할 뿐, 의료소비자를 위해 일을 한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면, 의료소비자와 환자의 입장에서 영리병원에 무엇을 기대할 수 있다는 말인가?

영리병원, ‘경제적 효과’ 있을까

좋다. 우리 국민들이 나라 경제가 어려워 걱정이 많으니 좀 더 넓혀서 영리병원이 경제적 효과나 고용창출 효과가 있는지 살펴보자. 이렇게라도 기대할 것이 있다면 다행일테니 말이다.

가까운 일본이나 대만, 그리고 아직 지구상에는 많은 나라들에서 영리병원은 없다.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일부 나라들에 있다고는 하나, 그 비율은 고작 10%대의 수준이다.
그나마 소규모 전문병원의 형태를 띠고 있다. 그만큼 비싸기 때문에 대형화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렇게 볼 때 기획재정부가 ‘대형영리병원’을 세우겠다는 말이 얼마나 황당한 말인지 한숨만 나온다.

어쨌든 우리나라에서도 영리병원을 세운다고 하면 최대로 하더라도 10%의 수준일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영리병원을 몇 개 만든다고 해서 서비스산업이 발달하고 경제가 살아날 수 있을까?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로 볼 때 미미한 수준에 불과할 것이며, 금융경제로의 파급을 생각하더라도 세계 경제가 이미 금융경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마당에 그 효과가 크다고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이는 미국의 금융경제위기를 따라가는 것이어서 우리 국민들은 이를 불안하게 여길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고용창출 효과는 있을까? 병원을 세우면 고용창출이 된다. 비영리병원도 고용창출이 되며, 고용창출이 영리병원 설립의 필연적 이유가 되지 않는다. 영리병원이 비영리병원보다 고용창출 효과가 더 크다는 보장도 없다. 미국의 경험을 볼 때 오히려 인건비를 절약하기 위해 질 낮은 인력을 사용하는 탓에 의료서비스의 질이 낮아지는 결과도 나타나고 있다. 더군다나 주식시장의 상황에 따라서 인력을 대규모 감원해야 하는 상황도 나타날 수 있어 고용불안정이 심하다.
결국 영리병원은 경제효과의 차원에서 보더라도 기대할 것이 없다.

병원이 어렵다는데...

‘병원이 어렵다’던데, 좋다. 환자와 의료소비자들이 마음을 좀 더 쓰자. 병원에 자본이 조달되어 병원의 어려움이 해소될 수 있다면, 그런 효과라도 기대할 수 있다면, 영리병원 등의 방법을 조금이라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병원의 수익성이 낮다는데 있다. 사실 병원이 그동안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렸다. 그런데 요즘 경제상황이 좋지 않아 은행대출이 더 어려워졌다.

그러나 은행이 병원에 대출을 꺼리는 것은 최근만의 일은 아니며, 비교적 오래된 일이다. 은행은 병원의 경영상 수익성에 의문을 갖고 있기 때문에 대출을 꺼리고 있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병원의 수익성이 문제가 된 것은 수도권 병원들이 무리하게 병상확충을 시도하였고, 그 과정에서 경쟁이 과열되었다. 더군다나 수도권 병원들의 확대로 인해 의료인력, 자원 등이 수도권으로 집중되었고, KTX 개통으로 환자들마저 수도권으로 집중되었다. 그러니 수도권은 경쟁과열 상태로, 지방은 의사와 환자를 모두 수도권으로 빼앗기며 병원의 수익성이 모두 낮아지는 결과를 낳게 된 것이다.

그런데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리하게 병상확충과 의료기기 도입을 계속하고 있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거나 환자에게 불필요한 의료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만들어 계속해서 경쟁에 투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앞서 언급한 바처럼 은행은 이런 상황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병원의 수익성에 의문을 갖고 병원에 대한 대출을 꺼린다. 그러다 보니 병원들은 자본을 구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영리병원을 도입하거나 의료채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병원은 이를 통해 자본을 구하는 것이 쉬워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의료채권이나 영리병원을 통해 병원의 수익성이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은행도 병원대출을 꺼리는데 누가 병원이 발행한 채권을 살 것인가? 일부 대형병원의 채권이면 몰라도, 중소병원의 채권을 살 리가 만무하다. 이렇게 되면 자본력이 풍부한 대형병원에게 돈이 더 몰려 의료기관의 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것이다.

또한 이런 식으로 자본조달을 더욱 용이하게 하면 오히려 수도권으로 자원집중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것이며, 그 결과 오히려 경쟁을 더욱 부추겨 수익성이 악화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의 거시적 효율성은 더욱 나빠질 수 있다.

지방병원, 그리고 중소병원의 어려움은 오히려 계속될 것이다. 의료전달체계의 무질서한 경쟁과 수도권 집중 현상이 중소병원과 지방병원 어려움의 근본적 문제인데, 이를 해결하지 않고서 이들이 살아날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결국 병원이 어렵다고 하지만, 영리병원이나 의료채권은 병원의 어려움을 해결하기는커녕 자칫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몰고갈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영리병원은 국민 의료비 부담 가중시키고 건강보험만 파괴할 뿐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영리병원은 환자와 의료소비자에게, 국민경제에, 심지어 병원에게도 어떤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데 국민들이 왜 영리병원 도입을 동의해 주어야 하느냐 말이다.

고작해야 외국에도 10% 수준의 영리병원이 있다, 의료비 상승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으니 우리나라도 영리병원 도입하자는 정도의 논리 밖에 남지 않는다. 겨우 이런 수준의 내용을 가지고 우리 국민들이 영리병원 도입을 동의해 주어야 하는가? 정부가 겨우 이런 정도의 내용을 가지고 국민을 설득할 수 있겠는가?

영리병원은 오히려 우리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더욱 높일 것이다. 영리병원은 주주들에게 더 높은 수익을 배당하기 위하여 고급서비스와 상업화된 의료서비스를 더욱 개발하려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와 같이 건강보험의 비급여가 많이 남아 있고, 병원들이 상업성이 강한 상황에서 비영리병원이라고 하더라도 이런 영리병원의 모습을 따라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국민 전체가 의료비 부담을 떠안게 된다.

더군다나 영리병원은 향후 민간의료보험과의 관계로 발전을 꾀할텐데 이 과정에서 국민건강보험이 약화되거나 붕괴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또한 제약자본이나 보험자본이 영리병원을 세울 수 있게 할 경우 자신들이 만든 의약품이나 보험의 판매를 소비자들에게 강권할 수도 있다. 채권의 경우는 제약자본이 병원에게 리베이트의 일환으로 제공하는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

경제위기 시대, 의료비 부담을 낮추고 의료이용을 보장하는 정책이 더욱 시급

지금은 경제위기의 시대이다. 얼마나 길어질지 경제학자들도 감히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10년 이상 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득증가는 멈추고 물가는 오르고 있으니 국민들의 실질소득은 감소하게 되어 지출을 줄이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은 의료이용을 억제하게 된다.

특히 저소득층의 경우 병을 키워 병원에 가는 현상들이 속출할 것이며, 돈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례, 치료비를 내지 못해 병원에서 퇴원하지 못하는 환자들의 사례 등도 줄줄이 이어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비 부담을 낮추고, 전국민의 의료서비스 이용을 보장하기위한 정책이 우선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이렇게 될 경우 국민들은 그만큼 다른 곳에 지출을 할 수 있게 되어 내수경제 회복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지금의 시기와 상황을 고려할 때 영리병원을 도입하자는 MB정부가 제정신인가 싶다. 국민들이 힘든건 안보이고 병원이 힘들고, 자본이 힘든건 보이나 보다. 자본의 이윤을 위해 국민들이 더 희생해야 하는가? 그렇지 않아도 우리 국민들은 힘들다. 가만히 놔두어도 힘든 상황이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밀어붙이면 또 다시 촛불을 들 수밖에 없다. 국민들은 영리병원 도입 문제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우리나라를 ‘식코(Sicko)'의 나라로 만들고 싶은가? MB 정부가 또 다시 국민들과 한판 붙자는 것인가?

*칼럼은 메디칼타임즈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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