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환자 정책적 지원 필요하다

김성래
발행날짜: 2010-09-30 06:41:25
  • 김성래 교수(부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훈민정음 창제와 더불어 조선의 독창적인 문화를 일으킨 것은 물론, 백성들의 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과학 학문을 지원한 조선시대 부흥의 대표적인 왕인 세종대왕. 그 시대 당뇨병 합병증 치료를 위한 의학이 좀 더 발전되었더라면, 세종대왕으로 인한 조선의 번영은 더 커졌을 지 모른다.

젊은 시절 당뇨병에 걸린 세종대왕은 학문에 집중하는 동시에 당뇨병으로 인한 각종 합병증으로 한평생 병마와 싸워야 하는 남모를 고통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종대왕을 포함해 당뇨병 환자들에게 합병증이 무서운 이유는 당뇨병 질환만 악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각종 질환을 연쇄적으로 유발한다는 점이다. 당뇨병은 만성신부전증의 주요 원인이 되는 당뇨병성 신증은 물론 관상동맥질환, 뇌혈관질환, 말초혈관질환 등 혈관질환이며, 실명을 일으킬 수 있는 당뇨병성 망막증에 이르기까지, 몸 전체에서 각종 질환을 일으킨다.

합병증에 관련된 한 연구에 따르면 당뇨병성 망막증과 당뇨병성 신경계 질환은 당뇨병 환자 10명 중 4명에게서나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이 다양한 합병증이 발생하면서 합병증을 앓는 환자들은 당뇨병 치료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한 가지 질환이 늘어날 때마다 그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비용이 추가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치료 비용이 많이 소모되는 심혈관계 질환과 신장 질환이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는 치료비를 조금 더 지불하는 수준이 아니라, 약 4배 가량이나 더 지불하게 돼서 환자들의 수심을 더 깊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합병증을 조기에 줄이고자, 필자가 늘 환자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표준체중유지다. 이는 필자 말고도 많은 의료진이 강조하고 있는 사항으로 현재 당뇨병 진료 지침에도 기재되어 있다.

비만한 경우 지방 세포가 혈당을 떨어뜨리는 인슐린 기능을 방해해, 정상적으로 혈당을 유지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물론 당뇨병을 조기에 예방하지 못하면 당뇨병이 합병증으로 이어지는 것 또한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없게 된다.

때문에 많은 환자들이 체중을 감량해 보려고 노력해보지만, 대부분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한다. 당뇨병은 특성상 매 끼니를 정확하게 먹는 것이 중요해 식사량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기존 대부분의 당뇨병 치료제가 혈당이 낮추는 대신 체중을 증가시키는 부작용을 가지고 있어, 혈당 조절을 위해 체중증가를 감수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고자, 최근 의학계에서는 체중과 혈당을 동시에 조절할 수 있는 인크레틴 제제에 주목하고 있다. 인크레틴 제제, 특히 인크레틴 제제 중 하나인 GLP-1 유사체로 치료한 환자들은 혈당이 잘 조절되기 시작하면서 체중이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감소를 하기 때문이다.

또 체중감량의 폭도 크다. 미국조슬린당뇨병센터 에드워드 호톤 교수가 전자진료카드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1996년에서 2008년 사이 제 2형 당뇨병 환자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인슐린 글라진으로 치료를 받은 환자는 0.6kg이 증가한 반면, GLP-1 유사체로 치료받은 환자의 몸무게는 3kg이나 감소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적 요구나 치료제의 변화흐름과 달리, 체중감량과 혈당조절이 동시에 되는 당뇨병 치료제가 대중화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비만환자들도 체중과 혈당을 동시에 조절하는 치료제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비싼 치료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비용 때문에 체중조절이 시급한 환자가 선뜻 해당 치료제를 선택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볼 때면 한 명의 의료진으로서 마음이 아쉽기만 하다. 환자들이 자신에게 적합한 치료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이를 통해 각종 당뇨병 합병증이 발생해 힘들어 하지 않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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