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김미정 차장·임동규 과장
編纂(엮을 편 / 모을 찬) : 여러 가지 자료를 모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책을 만듦.
역사서를 쓰는 일은 쉽지 않다. 자료 수집이 곧 편찬의 절반이기 때문이다.
역사서와 사전을 '편찬'한다고 하지, '쓴다'고 하지 않는 이유가 그래서다. 역사서를 만드는 과정은 앉아서 쓰는 것보다 발로 자료를 찾는 일이다.
지난 1년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창고의 캐비넷은 물론 경기도 일산에 위치한 자료실까지 샅샅이 뒤진 이들이 있다.
바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10년의 이야기>를 편찬한 심평원 홍보실 김미정 차장과 임동규 과장의 이야기다.
"자료 창고와 캐비넷, 이 잡듯이 뒤졌죠"
홍보실에 심평원의 역사를 정리해 보라는 지시가 내려진 건 작년 초. 강윤구 원장 지시로 시작된 '심평원 역사 정리' 프로젝트를 홍보실이 주관하면서 김미정 차장이 업무를 맡게됐다.
눈앞이 깜깜해진 김 차장은 프로젝트에 앞서 두달간 '역사서 기술법'에 관한 공부를 했지만 깜깜한 시야는 넓어지지 않았다.
역사서 편찬이란 '속독'으로 습득할 수 있는 일이 아님을 직감한 것. 속도가 붙은 것은 4월, 기획조정실 임동규 과장이 합류하면서부터다.
그래봐야 인원은 두명이 전부였지만 일단 몸으로 부딪쳐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은 인천항공 등 역사 기록물을 발간한 기관들의 자료를 벤치마킹하며 역사 기술 방법들을 정리했다.
부서별 자료 수집을 위해 심평원 창고 캐비넷을 이잡듯이 뒤지는 건 일상다반사. 찾지 못한 자료는 기록원까지 가서라도 찾아야 했다.
"편찬 과정, 애 낳는 기쁨이자 고통"
수집된 자료를 선별해 정리하는 과정에는 4대의 노트북이 동원됐다. 집필한 원고를 가지고 역삼역에 있는 기획사에 들렸다가 다시 돌아오는 일이 시계 추처럼 반복됐다.
편찬 업무를 도맡아 한건 임 과장이지만 김 차장은 평소 업무에 추가로 이번 프로젝트를 맡은 것이라 부담이 컸다.
계속되는 주말 출근과 평일 야근에도 12월로 예정된 출간일을 넘길까 초조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발간 일주일을 앞 두고는 아예 인쇄소에서 새벽까지 살다시피 했다. 그 과정을 겪고 나서야 한권의 책이 눈앞에 펼쳐졌다.
김 차장과 오 과장은 <10년의 이야기> 발간의 감정을을 '애를 낳은 심정'으로 표현했다.
그만큼 '산고'가 컸다는 뜻이다. 고통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심평원의 역사와 함께 했다는 생각에 기쁨도 컸다. 기회가 된다면 <20년의 이야기> 제작에도 함께 하고 싶을 정도라고.
한페이지 한페이지 넘기며 제작 과정의 숨은 에피소드를 설명해 주는 그들에게 고생한 만큼의 자부심이 엿보였다.
500페이지가 넘는 책을 들어보니 생각보다 더 묵직했다. 고생의 무게가 바로 책의 무게인 까닭이다.
▲자료 수집에 어려움이 많았다. 어느 정도였나.
정책 결정 문서를 찾는 일은 모래 사장에서 바늘 찾는 일 만큼 어려운 일이다. 2005년 이전에는 전자결제시스템이 없었다. 다시 말해 2005년 이전 자료를 찾는 건 일일히 수작업으로 자료를 조사하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3년의 문서보관 기간이 지나면 심평원 창고로 가게된다. 창고에 보존 연한이 지난 자료들이 얼마나 많은지 상상이 안 갈 것이다. 수집된 자료량이 많아지면서 원래 계획했던 400페이지 분량을 훌쩍 넘겨 510페이지로 책이 완성 됐다.
▲심평원의 나이가 올해로 11살이다. 어떻게 변했나.
심평원의 설립은 불과 10여년에 불과하지만 그 이전을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다. 전국의료보험협의회, 중앙의료보험조합연합회 등의 역사는 우리원의 전신이다.
먼저 외형적인 부분을 설명하면, 78년도에는 16명이 근무했고 79년 전경련회관으로 이전할 때는 총 175명이 근무했다. 2000년 설립 당시 1193명으로 출범했지만 현재는 1739명으로 늘었다.
심평원의 성격도 변했다. 과거에는 청구내역의 심사에 머물렀다면 현재는 적정성 평가 기능이 추가돼 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의료 소비자에게 기관 선택의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발간 과정에서 느낀 생각은.
시간은 소멸되지만 역사는 존재한다. 직원들이 담당하는 일에 대해 왜 이런 제도가 도입됐고 초기에 어떤 프로세스를 거쳐 현재 모습에 이르렀는지 이해가 필요하다. 역사를 정리하고 공부하는 것은 더 나은 미래를 창출하는 좋은 기회가 된다. 이 책이 나침반이 되길 바란다.
▲10년의 역사와 함께 했다. 격세지감을 느끼나.
1985년 처음 입사했다. 당시엔 부서당 컴퓨터가 한대밖에 없어서 순서를 기다리며 잠깐씩 사용하곤 했다. 여직원들 중 상당수는 타자기 타이피스트였다.
청구방법도 많이 변했다. 처음엔 서면에서 디스켓 청구, EDI를 거쳐 웹 기반의 청구포털로 넘어왔다. 건강보험 뿐 아니라 의료급여, 보훈, 응급대불 사업 등 심사의 영역도 확대됐다. 올해부터 시작되는 자동차보험 심사는 국가의료비 심사기관으로 도약하는데 큰 계기가 될 것이다. 우리 원이 사회적으로 요구받는 역할이 계속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역사서를 쓰는 일은 쉽지 않다. 자료 수집이 곧 편찬의 절반이기 때문이다.
역사서와 사전을 '편찬'한다고 하지, '쓴다'고 하지 않는 이유가 그래서다. 역사서를 만드는 과정은 앉아서 쓰는 것보다 발로 자료를 찾는 일이다.
지난 1년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창고의 캐비넷은 물론 경기도 일산에 위치한 자료실까지 샅샅이 뒤진 이들이 있다.
바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10년의 이야기>를 편찬한 심평원 홍보실 김미정 차장과 임동규 과장의 이야기다.
"자료 창고와 캐비넷, 이 잡듯이 뒤졌죠"
홍보실에 심평원의 역사를 정리해 보라는 지시가 내려진 건 작년 초. 강윤구 원장 지시로 시작된 '심평원 역사 정리' 프로젝트를 홍보실이 주관하면서 김미정 차장이 업무를 맡게됐다.
눈앞이 깜깜해진 김 차장은 프로젝트에 앞서 두달간 '역사서 기술법'에 관한 공부를 했지만 깜깜한 시야는 넓어지지 않았다.
역사서 편찬이란 '속독'으로 습득할 수 있는 일이 아님을 직감한 것. 속도가 붙은 것은 4월, 기획조정실 임동규 과장이 합류하면서부터다.
그래봐야 인원은 두명이 전부였지만 일단 몸으로 부딪쳐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은 인천항공 등 역사 기록물을 발간한 기관들의 자료를 벤치마킹하며 역사 기술 방법들을 정리했다.
부서별 자료 수집을 위해 심평원 창고 캐비넷을 이잡듯이 뒤지는 건 일상다반사. 찾지 못한 자료는 기록원까지 가서라도 찾아야 했다.
"편찬 과정, 애 낳는 기쁨이자 고통"
수집된 자료를 선별해 정리하는 과정에는 4대의 노트북이 동원됐다. 집필한 원고를 가지고 역삼역에 있는 기획사에 들렸다가 다시 돌아오는 일이 시계 추처럼 반복됐다.
편찬 업무를 도맡아 한건 임 과장이지만 김 차장은 평소 업무에 추가로 이번 프로젝트를 맡은 것이라 부담이 컸다.
계속되는 주말 출근과 평일 야근에도 12월로 예정된 출간일을 넘길까 초조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발간 일주일을 앞 두고는 아예 인쇄소에서 새벽까지 살다시피 했다. 그 과정을 겪고 나서야 한권의 책이 눈앞에 펼쳐졌다.
김 차장과 오 과장은 <10년의 이야기> 발간의 감정을을 '애를 낳은 심정'으로 표현했다.
그만큼 '산고'가 컸다는 뜻이다. 고통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심평원의 역사와 함께 했다는 생각에 기쁨도 컸다. 기회가 된다면 <20년의 이야기> 제작에도 함께 하고 싶을 정도라고.
한페이지 한페이지 넘기며 제작 과정의 숨은 에피소드를 설명해 주는 그들에게 고생한 만큼의 자부심이 엿보였다.
500페이지가 넘는 책을 들어보니 생각보다 더 묵직했다. 고생의 무게가 바로 책의 무게인 까닭이다.
▲자료 수집에 어려움이 많았다. 어느 정도였나.
정책 결정 문서를 찾는 일은 모래 사장에서 바늘 찾는 일 만큼 어려운 일이다. 2005년 이전에는 전자결제시스템이 없었다. 다시 말해 2005년 이전 자료를 찾는 건 일일히 수작업으로 자료를 조사하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3년의 문서보관 기간이 지나면 심평원 창고로 가게된다. 창고에 보존 연한이 지난 자료들이 얼마나 많은지 상상이 안 갈 것이다. 수집된 자료량이 많아지면서 원래 계획했던 400페이지 분량을 훌쩍 넘겨 510페이지로 책이 완성 됐다.
▲심평원의 나이가 올해로 11살이다. 어떻게 변했나.
심평원의 설립은 불과 10여년에 불과하지만 그 이전을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다. 전국의료보험협의회, 중앙의료보험조합연합회 등의 역사는 우리원의 전신이다.
먼저 외형적인 부분을 설명하면, 78년도에는 16명이 근무했고 79년 전경련회관으로 이전할 때는 총 175명이 근무했다. 2000년 설립 당시 1193명으로 출범했지만 현재는 1739명으로 늘었다.
심평원의 성격도 변했다. 과거에는 청구내역의 심사에 머물렀다면 현재는 적정성 평가 기능이 추가돼 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의료 소비자에게 기관 선택의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발간 과정에서 느낀 생각은.
시간은 소멸되지만 역사는 존재한다. 직원들이 담당하는 일에 대해 왜 이런 제도가 도입됐고 초기에 어떤 프로세스를 거쳐 현재 모습에 이르렀는지 이해가 필요하다. 역사를 정리하고 공부하는 것은 더 나은 미래를 창출하는 좋은 기회가 된다. 이 책이 나침반이 되길 바란다.
▲10년의 역사와 함께 했다. 격세지감을 느끼나.
1985년 처음 입사했다. 당시엔 부서당 컴퓨터가 한대밖에 없어서 순서를 기다리며 잠깐씩 사용하곤 했다. 여직원들 중 상당수는 타자기 타이피스트였다.
청구방법도 많이 변했다. 처음엔 서면에서 디스켓 청구, EDI를 거쳐 웹 기반의 청구포털로 넘어왔다. 건강보험 뿐 아니라 의료급여, 보훈, 응급대불 사업 등 심사의 영역도 확대됐다. 올해부터 시작되는 자동차보험 심사는 국가의료비 심사기관으로 도약하는데 큰 계기가 될 것이다. 우리 원이 사회적으로 요구받는 역할이 계속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