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진료비 보상제도 개편 방향

신영석
발행날짜: 2012-07-16 06:08:53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석 부원장

최근 건강보험 관련 진료비 지불제도의 개편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정부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2012년 7월부터 7개 질환군(맹장, 제왕절개, 백내장, 편도, 치질, 탈장, 자궁)에 대해 종래의 행위별 수가제에서 포괄수가제(질환별 정액 수가제)로 진료 보상방식을 바꾸어 적용할 것을 발표하였다.

이에 의사협회는 환자의 상태에 상관없이 동일한 가격이 보상되면 공급자는 진료량(상대적으로 저렴한 재료 등)을 감소시켜 서비스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주장으로 강력 반발하고 있다.

건강보험이 도입된 지 35년이 경과하고 있는 요즈음 우리나라 건강보험체계에 중대 전환기가 도래했음을 알리고 있다. 최근 논란의 배경을 필자의 입장에서 개진해보고자 한다.

제도 도입 12년만인 1989년에 전국민 대상 의료보장제도가 완성되고 2000년 의약분업, 건강보험 통합 등을 통해 명실공이 건강보험이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파수꾼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2001년 약 13조원에 불과하던 건강보험 급여비가 2011년에 36조원을 초과함으로써 불과 10년만에 2.7배 증가하여 년평균 약 10.46%씩 폭증하고 있다. 이를 감당하기 위해 국민이 직접 부담하는 보험료는 2001년에 9조원에서 2011년에 약 32조원으로 훨씬 가파르게 증가해오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약 3.56배 증가하여 년평균 증가율은 13.5%에 이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자료에 의하면 2020년 건강보험 급여비는 80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측된다. 제도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드리워지고 있는 것이다. 재정 증가의 원인으로 보장성 확대, 소득 증가, 급속한 고령화, 신약 및 신의료 기술의 발달 등이 대두되고 있지만 이러한 요인들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필자를 포함한 많은 전문가들은 이러한 요인보다 지불보상제도에 원인을 돌리고 있다. 즉 제도의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해서는 진료비 보상체계를 개편해야한다는데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공감하고 있다. 과잉 공급을 억제하기 위한 방편으로 여러 지불제도가 검토되면서 최근 7개 질환에 대한 포괄수가제(DRG)가 결정되었다.

포괄수가제로의 전면시행이나 총액예산제 또는 총액계약제로의 전환은 현실적인 여건 미비로 시행이 어렵기 때문에 일단 지난 10여년간 시범사업 등으로 크게 문제가 없었던 7개 질환에 대한 포괄수가제를 전면 시행하면서 문제점이나 제도 적용의 한계점들을 탐색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필자는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제고시키기 위한 진료비 지불제도로 포괄수가제가 정답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진료비 지불제도는 제도를 지속가능하게 함은 물론 의료의 질이 하락하지 않아야 한다.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급여비 전체에 대해 상한을 설정하지 않을 수 없다. 상한선을 설정하되 환경이나 여건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Soft Cap이 적절할 것으로 판단된다.

외래부분은 행위별 수가제를 현재처럼 시행하되 전체 외래 급여비에 상한선을 설정하여 환산지수가 사후적으로 결정되는 체계를 적용하면 의료의 질도 동시에 관리가 될 것이다.

입원은 질환별 정액제(포괄수가제)를 시행하되 전체 급여비에 상한을 설정하는 것이다. 질 관리를 위해 질환별 정액제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Performance에 따라 보상을 차등하는 방법도 동시에 강구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제도가 시행된다면 심사는 공급자 자체적으로 시행하여도 무방할 것으로 판단된다.

위에서 제시한 방향으로 진료비 지불제도가 개편되려면 여러 가지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첫째, 저수가 논쟁이 뜨겁기 때문에 이를 검증하기 위해 요양기관 대상 원가자료 확보를 위한 체계구축이 시급하다. 최소 3년 자료는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가입자와 공급자가 모두 참여하여 원가를 검증한 후, 필요하다면 현행 수가를 인상하여 공급자들도 기꺼이 제도개편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둘째, 상한선 조정 메카니즘이 제도화되어야 한다. 공급자, 가입자들이 동의할 수 있는 기본 틀을 정비하되 예상하지 못한 여건 변화 등을 반영하기 위해 탄력적 대응이 가능하도록 Soft Cap을 설정하도록 한다. 기본 틀은 보장성 확대, 소득 증가, 고령화 정도, 의료기술 발달 등이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진료비 지불제도의 개편은 의료공급체계, 전달체계의 개편을 동반한다. 이에 대한 중장기 로드맵도 동시에 강구되어야 한다.

본고는 최근의 논란을 직시하면서 향후 건강보험제도의 진료비 지불제도의 개편방향에 대해 논의하였다. 세계적으로 칭송받는 우리의 건강보험이 자손 후대에 걸쳐 지속가능하도록 모든 참여자가 한 발 물러서서 중지를 모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본 칼럼은 메디칼타임즈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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