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나

메디칼타임즈
발행날짜: 2012-07-05 06:47:42
대한의사협회의 행보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노환규 회장은 지난 5월 1일 취임사에서 "이제 뒷걸음질을 멈추고 의사가 의사답게 일할 수 있는 환경,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의료환경을 만들어 후배들에게 물려주자"고 역설했다. 민초 의사들도 공감하고 이제 의협이 제대로 뭔가를 하겠구나 기대했다. 의료계가 포괄수가제 당연 적용에 강하게 반대하고 나선 이유 역시 최선의 치료를 하기 위해서였다.

의협은 국민들이 잘못된 의료제도를 개선하는데 앞장 서도록 설득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일간지에 광고를 내고, 노 회장이 직접 공중파 포괄수가제 토론회에 나서기도 했다. 의협의 마지막 카드는 대국민 여론조사였다. 여론조사 결과 포괄수가제 찬성 의견이 절반을 넘으면 따르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정몽준 의원의 중재에 따라 포괄수가제를 잠정 수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노 회장은 지난달 29일 포괄수가제 잠정 수용 입장을 표명하면서 "정 의원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제도 개선에 애를 써준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건정심이 의료계에 극히 불리한 구조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건정심을 개선하기 위해 포괄수가제를 반대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건정심 위원 구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가입자, 공급자, 공익단체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다. 결코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이를 정 의원이 모를 리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협은 거래가 성공적이었고, 정치적 우군을 얻었다는 평가를 내리는 분위기다.

정치적 우군을 얻었다고 치자. 그래서 건강보험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에 조만간 상정된다고 가정하자.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국회는 표를 먹고 사는 집단이다. 현재 복지부와 의협은 역대 최악의 앙숙지간이다. 의협 회장과 복지부장관은 여태 상견례조차 하지 않았다. 약사회, 한의협도 의협과 등을 돌린지 오래다. 심지어 의협은 병협과도 전쟁을 선포했다. 이런 상황에서 법안이 상정되면 이들 단체들은 반대할 게 뻔하다. 국회는 관련단체가 반대하면 절대 나서지 않는다. 의협을 위해 발 벗고 나서서 득될 게 없기 때문이다.

의협은 당초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포괄수가제 수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실제 여론조사를 한 결과 51.1%가 포괄수가제에 동의했다는 게 의협의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의협은 국민 설득에 실패한 것이다. 노 회장은 의료가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의사들이 우선 잘못한 것을 반성하고, 국민을 의사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그러나 의사들의 과잉진료를 몇 차례 인정했다고 해서 국민들이 의사들의 진정성을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순진한 발상이다. 의료계 내부 자정 시스템을 강화하고, 의협을 전문가집단으로 위상을 격상시키지 않으면 영원한 숙제로 남을 수도 있다. 단기전이 아니라 정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협은 또다른 카드를 꺼냈다. 올해 안에 의사노조를 발족시키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이는 국민을 설득하기보다 실력행사를 통해 포괄수가제를 포함한 의료제도를 개혁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얼마 전에는 의협이 나서서 전공의노조를 만들겠다고도 했다. 앞뒤가 전혀 맞지 않다. 즉흥적이란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의사노조에 대해 의료계의 의견을 수렴했는지도 의문이다. 급할수록 돌아가야 한다. 의료계의 중지를 모으고,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국민들이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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