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응급당직법 폐기해야 한다

조석주
발행날짜: 2013-10-07 06:10:20
  • 칼럼부산대병원 조석주 교수 "1339, 119에서 분리"









보건복지부가 응급당직법을 만들어 세상을 시끄럽게 하더니 이번에는 서울시 조례가 사고를 쳤다.

구급차 이송환자를 거부하는 대형병원 응급실을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응당법은 작은 병원, 이번 조례는 큰 병원이 주로 문제가 되지만, 근본 패러다임은 동일하다.

환자가 가면 무조건 진료해 내라는 것이다. 소방과 복지부가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으니 우리나라에서의 의학적 근거를 만들어 내기 어렵다. 근거가 부족한 광우병 논란에 온 나라가 시끄러웠고, 무지에 기인한 잘못된 법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들이 생존율을 낮추리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미국에는 구급차 우회(ambulance diversion)가 법제화되어 있다. 병원의 승락이 구급차 진입의 선결조건이다. 일본을 비롯한 다른 응급의료 선진국도, 응급의료체계의 역사적 발전과정에서 만들어진 동일한 개념을 가진다.

응급체계의 기원은 외상체계이다. 과거 미국의 구급대원들은 외상환자를 가까운 응급실에 이송하였다. 여기저기 전원되는 과정에서 과다출혈로 불가역적 쇼크에 빠진 환자는 큰 외상센터의 훌륭한 외과의사들도 살려낼 수 없었다.

1970년대에 몇몇 지도자적 의사들이 패러다임을 제시하였다. 중증 외상 환자는 작은 병원에 들르지 않고 곧장 큰 외상센터로 가서 수술받았다. 큰 병원과 작은 병원 간의 논란은 지역내 생존율 통계로 잠재워 졌다.

그러나 경증 환자들도 큰 센터에 몰려, 응급실, 의료진, 수술실, 중환자실의 의료자원이 고갈되었다. 1990년대에는 환자와 병원을 분류하여 각 등급의 환자를 각 등급의 병원과 매칭하는 체계로 진화하고, 환자 분산에 의한 생존율 향상이 증명됐다.

그래서 응급의료체계의 학문적 목표는 '적절한 환자를 적절한 시간에 적절한 병원에 보내는 것'이다. 환자 흐름을 잘 조정하는 체계가 좋은 응급의료체계이다.

응급실 혼잡이 생존율 저하를 초래한다는 것은 의학적으로 증명되었다. 우리나라 대형 응급실 혼잡의 근본 원인은 병실 부족이다. 우리나라 대형병원 입원환자의 절반 이상이 작은 병원에서 치료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작은 병원에는 환자가 가지 않는다.

이미 내원한 응급환자를 큰 병원이 내보내기 어렵다.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2010년 말 대구에서 장중첩 환아가 병원을 전전한 사건의 원인은 대학병원 응급실들이 '파악되지 않은' 환자를 밀어낼 수 밖에 없었던 현실이다.

그 책임은 밀어닥친 환자와 구급대에게 있다.

2008년 도쿄에서는 작은 병원에서 의식이 없어진 임산부의 전원을 여러 대학병원이 거부한 사건이 있었다. 캐나다의 사례를 본받아 일본 의사들이 제시한 패러다임에 따라 법과 사회가 변하고 있다. 그 근간에는 일반인, 신고전화와 구급대에 의한 환자분류체계가 있다.

#7119 신고전화는 일반인 상담을 통해 경증 환자가 작은 병원에 가도록 분산시킨다. 119 번호와 분리된 번호가 있어야 불필요한 구급차 출동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경기도지사가 1339를 알고 있었더라면 119 신고접수자와의 분쟁은 없었을 것이다. 녹취록에는 '급한 경우가 아닌데 일반 전화로 신고하시죠'라고 기록되어 있다.

1339 통합으로 소방조직이 확대되었다. 통합후 일반인 상담전화가 줄고 구급차 출동이 증가하였다고 '자랑스럽게' 발표하였다.

신고전화에 의한 환자흐름 조정기능 악화를 자인하고 있다. 구급차, 인력과 예산의 증가를 요구하게 될 것이다. 이번에는 큰 병원의 사정과 관계없이 환자를 밀어 넣겠다고 한다.

작은 병원과 의료전달체계는 더욱 무너지고 의료비용은 증가할 것이다. 자신의 행동이 초래할 결과를 소방은 알고나 있는가? 의료의 최종 책임자인 보건복지부와 소방을 지도한다는 지도의사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서울시 조례는 폐지되어야 한다. 1339는 119에서 분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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