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뒤엎은 노환규 회장님, 도대체 바뀐 게 뭡니까"

발행날짜: 2014-03-18 06:20:04
  • 원격진료 협의안 1차 협상 결과와 유사…의료계 비판 고조

1차 의-정 협의 결과가 발표된 지난 달 18일. 노환규 의협 회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하며 협상 결과에 대해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전했다.

의-정 양측이 입장차를 전혀 좁히지 못했고, 공동으로 원격진료 입법과 시범사업을 추진키로 했다는 보도 역시 사실 무근이라는 것이다.

꼭 한 달이 걸려 나온 2차 의-정 협의문에서 무엇이 바뀌고 무엇이 논란거리로 남아있을까. 원격진료를 중심으로 쟁점이 되고 있는 핵심 사안을 짚어봤다.

"원격진료 협의안, 1차와 달라진게 뭐냐"

1차 의-정 협의 결과의 원격진료 관련 협의안은 다음과 같다.

"원격진료 및 처방과 관련해 의협은 시범사업을 통해 타당성을 검토한 후 법안이 개정돼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며 정부는 법률 개정 후 법률에 근거해 시범사업을 추진하자는 입장이었음."

즉 의협은 원격진료 법안의 철회 내지 선 시범사업 후 입법 검토 의견인 반면 정부는 선 입법 후 시범사업 검토인 셈. 총파업 찬반 투표를 할 정도로 의협은 시범사업 시기에 대해 한치의 양보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런 가운데 도출된 2차 원격진료 협의안은 "국회 입법과정에서 원격진료의 안전성 유효성을 검증하기 위해 4월부터 6개월간 시범사업을 먼저 시행하고 입법에 그 결과를 반영한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협의안 중 국무회의 상정 전에 시범사업을 한다는 전제조건은 없다. 사실상 1차 의-정 협의 결과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결과다.

실제로 권덕철 보건의료정책관은 "국무회의 상정 여부는 국무총리 담화에서 나왔 듯이 잠깐 미룬 것"이라면서 "의협 회원들의 찬반 투표 결과가 나온 후 국무회의에 상정해서 국회에 제출하고 입법과정에서 시범사업을 실시하겠다"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경기도의사회 조인성 회장은 "1차 협의안과 별반 다르지 않다"면서 "오히려 시범사업 후 입법에 반영한다는 말은 원격진료 수용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환규 회장이 2차 협의안을 두고 밝힌 '의미 있는 진전'이라는 표현은 사실상 원격의료에 관해서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수박 겉핥기 식 시범사업, 한계 분명"

한편 시범사업의 한계성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막상 다음 달부터 6개월간의 짧은 기한으로 진행하는 시범사업으로 제대로 원격진료를 검증하기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라는 것이다.

정부 추진의 원격진료 모델과 유사한 것으로 평가받는 강원도 영양군의 '원격영상진료 시범사업'도 2009년부터 5년째 진행되고 있고, 지식경제부도 2010년부터 스마트케어 서비스 시범사업도 3년간 시행된 바 있다.

이에 비해 6개월이란 한시적 기한 동안 환자 모집단과 의료진 구성 등에도 촉박하다는 게 다수의 의견이다.

이원표 내과의사회 회장은 "과연 6개월 동안 어떤 시범사업을 펼칠 수 있을지 무척 의구심이 든다"면서 "아무리 정부와 의협이 공동으로 사업을 진행한다고 해도 정부 입맛대로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막상 다음 달부터 시범사업을 실시한다고 할 때 정부나 의료계 모두 어떤 준비가 돼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차라리 시범사업 결과에 따라 입법 추진 철회 등의 구체적인 문구가 들어가 있었으면 더 신뢰가 갔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용익 민주당 의료영리화저지특별위원회 위원장도 6개월의 시범사업으로는 원격진료를 제대로 검증하기에 턱없이 짧은 시간이라는 점을 피력한 바 있다.

모 시도의사회 회장 역시 "1차 의정협의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노환규 회장이 판을 뒤엎었는데 막상 2차 협의안을 봐도 바뀐 게 보이지 않는다"면서 "시범사업 결과를 입법에 반영한다는 말은 결국 원격진료를 하자는 말 아니냐"고 꼬집었다.

투표 개시…회원들 혼란 극심

2차 협의안을 회원들이 수용할 지 여부를 두고 17일 오후 6시부터 3일간 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일선 회원들은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시도의사회, 개원의사회 임원진들 역시 내용 파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회원들을 제대로 안내하지 못하는 사태도 벌어지고 있다.

경기도의사회 조인성 회장은 "왜 2차에서 수가 인상에 대한 부분이 빠졌는지, 갑작스런 재투표 결정은 누가 한 것인지 도무지 상황을 알 수 없다"면서 "회원들이 물어봐도 1차 협의안에 비해 무엇이 바뀌었는지 제대로 답을 해줄 수 없다"고 전했다.

모 개원의사회 임원은 "내용이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워 오늘 저녁에 임원진 회의를 열기로 했다"면서 "막상 투표가 시작됐지만 바로 내용을 파악하고 투표에 참여하는 회원들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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