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이 제일 무서웠어요(해부학 2편)

문지현
발행날짜: 2014-05-03 06:05:28
  • 중앙대 의대 본과 3학년 문지현 씨

학생들에게는 말없이 누워있는 카데바보다는 시험이 더 큰 공포의 대상이다. 지필시험과 실습시험을 모두 치르는데 실습 시험은 특유의 형식으로 인해 시험을 보는 동안 스트레스와 동시에 스릴을 만끽할 수 있다. 실습 문제는 카데바의 '구조물 그 자체'로 교수님들은 출제하고 싶은 부분에 핀을 꽂아서 문제의 번호를 표시해둔다. 핀이 꽂혀있는 구조물의 이름을 답지에 쓰면 된다.

대략 이런 느낌이다. 저 핀을 꽂은 자리에 문제 번호가 쓰여있다고 상상하면 된다.

교수님 눈에는 이렇게 보이겠지만...

스릴만점 실습시험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간단히 그려보자. 그림에서 네모는 시험문제 구조물이 놓인 책상, 동그라미가 학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한 책상에서 문제를 풀고 제한시간이 지나면 '땡'하는 종소리가 난다. 그러면 다음 문제를 풀기위해 이동한다. 책상 위 구조물을 눈을 부릅뜨고 책상에 코를 박을 기세로 들여다보다가 답을 흘겨쓰고 또 다음 문제를 위해 옆 책상으로 움직이는 모습은 상당히 일사분란하다.

옆 책상으로 가다보면 4번~8번 또는 5번~1번과 같이 넓은 이동범위가 생길 때도 있다. 저 위치에는 교수님이나 조교선생님이 서있다가 가야 할 곳으로 학생들을 밀어준다. 안 그럴 것 같지만 저 구간에서는 거의 모든 학생들이 자신의 왼쪽에 책상이 없는 것을 보고 적잖이 당황한 후 어디로 갈지 몰라하기 때문이다. 문제 번호도 크게 건너뛰기 때문에 답을 밀려 쓰는 등 사고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소소한 사고들이 많이 생긴다.

실습 시험의 큰 난점은 시간제한이 있다는 것. 보통은 2문제에45초 내외의 시간이 주어진다. 주어진 시간이 지나면 시험 감독이 '땡'하고 종을 쳐서 다음 문제로 이동하라고 알려주는데, 그래서 해부학 실습시험은 주로 '땡시'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땡시는 시간과의 싸움이기 때문에 시험문제를 보자마자 그게 어떤 구조물인지 파악하고, 글씨를 최대한 빠르게 쓰되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글자의 형태를 유지하며 흘겨 쓰는 능력까지 발휘할 수 있어야 하겠다.

2년 전 이맘때 풀었던 시험문제 중 '눈둘레근'과 '위입술콧방울올림근'을 쓰는 문제가 있었다. 필자의 학교에서는 영문 이름까지 써야 하므로 [이전 책상에서 이동 – 문제 보고 무엇인지 파악 – 문제 번호를 잘 보며 눈둘레근(orbicularis oculi muscle)과 위입술콧방울올림근(levator labii superioris alaque nasi muscle)을 기입]까지의 과정을 45초 안에 마쳐야 한다는 뜻.

시험 전날 실습시간까지 "위입술콧방울올림근 같이 이름이 긴 게 시험에 나올 리가 없어!"라고 친구들과 농담을 주고 받았었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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