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치료 중단, 사회적 합의·제도화 필요

박진규
발행날짜: 2004-08-26 06:48:33
  • 연명치료 대토론회, 대법원 선고는 의료현실 무시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안명옥(한나라당) 의원이 주최하고 대한의사협회가 주관한 '연명치료 중단의 정책적 대토론회'가 25일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보라매병원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후 처음으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주제발표자들은 대법원이 환자의 퇴원을 결정한 담당 의사에게 살인방조죄를 적용해 실형을 선고한 것은 의료현실을 무시한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또 연명치료 중단의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장치가 조속히 마련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자유토론시간에 의료계 관계자들은 주도적인 의견개진을 통해 이번 대법원 판결 이후 의사들은 직업의식과 가치관에 엄청난 혼란을 겪고 있다며 범 정부적 차원의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주제발표에서 이상돈 고려대 교수는 "합리성을 상실한 치료중단의 범죄화 정책은 철수되어야 마땅하다"며 "치료중단의 정당화 절차를 제도화하는 입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허대석 서울의대 교수는 "임종과 관련된 의료문제 해결을 위해 사회복지제도, 호스피스완화의료제도, 의료조직내에서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이 가능하게 할 조직과 지침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정토론에서 강희원 경희대 교수는 "보라매병원 사건은 법이 너무나 생활세계에 과도하게 개입한 경우가 아닌가라고 생각해본다"면서 "생활세계의 법적 식민지화 특히 과도한 형법적 개입은 결코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윤성 서울대 교수는 "생명을 연장한다는 명목으로 환자에게는 사망의 과정을 고통스럽게 연장하고 가족에게는 경제적 심리적 부담과 좋지 않은 기억만 남기며 사회적으로 낭비일 가능성이 큰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강요는 명백한 권리침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보라매병원 사건은 담당 의사의 잘못도 일부 있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황선욱 소시모 상임이사는 "환자부인이 2일만에 치료중단을 결정한 행위를 이해할 수 없으며, 담당 의사도 결정과정에서 좀더 신중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황 이사는 또 "연명치료에 대해 의료계에 자율결정권을 부여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병원윤리위원회의 상위기관으로 정부가 주도하는 기구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측인 최희주 보건의료정책과장은 "보라매병원 사건은 정부에게도 큰 숙제를 남겼다"며 "오늘 의견을 토대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경제적 이유로 치료를 중단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차상위계층에 대한 의료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안명옥 의원은 "대법원 판결문을 읽고 머리도 마음도 복잡해졌다"며 "사법제도와 의료제도를 바로잡는 등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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