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0대뉴스①| 전국의사, 14년만에 문닫고 거리로

발행날짜: 2014-12-15 05:58:48
  • 소득없이 끝난 1일 파업…회원 분열·정부 갈등 후유증만

14년만에 의사들이 다시 병원 문을 닫았다. 총 파업의 구호 아래 의사들이 집단 휴진에 들어선 이유는 원격의료와 의료기관 영리자회사 설립 반대 등이었다.

의약분업에 반대하며 2000년 총 파업을 했던 때와는 양상이 달랐다. 이번엔 국민을 전면에 내세웠다.

파업 당일 노환규 전 회장은 "의사들이 환자들께 잠시 고통을 드리더라도 정부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원격진료와 의료영리화 정책을 기어이 막아내고자 한다"면서 "집단파업이라는 어려운 상황을 만든 점은 국민들께 깊이 사과한다"고 밝혔다.

그는 "얼마 전 복지부가 '원격진료는 국내 실정에 적합치 않다'는 공식 답변을 국회의원에게 했다"면서 "그랬던 복지부가 경제부처의 압박에 밀려 원격진료의 즉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경제부처의 압박에 의해 말을 바꾼 복지부 장관의 말을 믿을지, 전문가 단체인 의협 회장의 말을 믿을 것인지 결정해 달라"면서 "원격진료 법안 통과 전에 반드시 검증절차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2000년 의약분업 반대 총파업이 의사-약사간 밥그릇 싸움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반면 이번 파업은 국민의 건강권 보호를 위해 의협이 나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한의사협회, 약사회 등 보건 5개 단체가 의사협회의 파업에 찬성 입장을 나타낼 때까지만 해도 파업은 명분론에서 앞섰지만 의약분업 파업만큼의 파급력을 나타내지는 못했다.

전국 전공의 7200명이 파업에 참여하며 기폭제가 됐지만 대형병원의 참여율은 낮았다. 총파업이 오히려 파급력 대신 병원의 환자 쏠림 현상에 도움만 줬다는 비판 여론도 형성됐다.

하루에 불과한 파업은 일종의 '퍼포먼스'일 뿐 실질적인 의약분업 당시의 의료대란을 일으킬 만한 사건은 아니라는 중론이다.

또 앞서 의협이 실시한 의사 총파업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80%에 육박하는 높은 찬성률을 보인 것과는 달리 실제 휴진율이 정부 추산 20%대에 그친 것은 그만큼 집행부와 회원간 온도차가 존재했다는 반증이다.

실제 휴진에 참여한 의료기관은 일부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2차 파업을 추진하려던 집행부에 부담으로 다가왔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집단휴진 조사와 복지부의 휴진 참여의원 행정처분 방침이 겹치면서 투쟁의 피로감을 호소하는 회원 목소리에 투쟁 열기는 자진 소멸했다.

게다가 제2차 의정협의를 통해 절충점을 찾는 과정에서 "원격진료 입법전 선 시범사업 통해 유효성, 안전성 검증해 입법에 반영키로 했다"는 점은 자충수가 됐다.

원격의료에 민감한 회원들에게 시범사업이란 단어는 입법을 위한 일종의 통과의례 쯤으로 여겨지며 반발 여론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2차 의정협의에 건정심 구조 개선과 의료현장의 불합리한 규제 개선 등의 친 의료 정책들이 대거 포함되자 우호적이었던 의약단체와 보건의료단체도 의협에 등을 돌렸다.

파업으로 촉발된 참여 회원과 불참 회원 사이의 분열,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둘러싼 집행부-대의원-회원들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노환규 회장마저 중도 하차하는 초유의 사태도 빚어졌다.

2차 의정협의에 포함된 38개 아젠다는 현재까지 이렇다 할 성과물을 내놓지 못한 채 사문화 돼 가고 있다. 의협은 5억원의 과징금 처분과 과징금 납부를 둘러싸고 비대위와 집행부가 한바탕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국민의 건강권 수호라는 커다란 명제로 시작한 2014년의 파업은 회원들의 갈등과 분열이라는 생채기만 남긴 채 불발의 파업으로 기록됐다.

"우리는 해도 안 돼"라는 자괴감에 시달리는 의사들에게 올해 파업은 또 하나의 트라우마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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