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④ 이용민 지인에게 들어보는 "이 후보 추천 이유는"
후보자들이 저마다의 공약과 정책으로 표심 잡기에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공약은 쉽게 꾸밀 수 있지만 일화를 바탕으로 한 인상과 인물평은 쉽게 꾸밀 수가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인들에게 들어보는 후보자의 일화와 추천사(기호 순 발행)를 정리했습니다. -편집자 주
"조직력과 투쟁력이 압살돼가는 한국 의료의 구명줄이고 의사회장으로서 가장 필요한 자질이다." -구자일 한동병원 부원장
이용민 후보를 처음 만난 것이 2000년 6월 파업투쟁 기간이었으니 벌써 15년 전이다. 의약분업 저지를 위해 연고도 없이 무작정 의사협회를 찾아온 나를 마치 형님처럼, 동지처럼 반겨준 게 그에 대한 첫 인상이다.
15년이면 한 사람의 성품을 알기에 넉넉한 시간이다. 그런 까닭에 그가 의협회장에 입후보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까지 그의 권력에 대한 욕망이나 윗자리를 탐한 적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정치적인 야욕이나 권력욕에 눈이 멀어 회장 자리를 수단 쯤으로 여기는 사람들과 달리 이용민 후보는 '진정성' 하나로 입지를 구축한 인물이다. 투쟁 정신으로 무장한 그가 의료계의 '마지막 한판 뒤집기'를 위해 입후보 했다고 들었다. 이 글은 이용민 후보의 진정성에 대한 이야기다.
2000년 역사적인 일주일간의 1차 의사파업으로 김재정 회장이 투옥되고, 신장진 의쟁투위원장은 도피를 갔다. 여론은 의사들을 매도하고 전공의들마저 병원 파업을 시작했는데도 파업 효과는 아직 미미했다.
민초들의 열망으로 2차 파업이 선언되면서 지도부의 구속과 수배자가 속출했다. 전투경찰 중대가 의협을 포위한 상황에서 체포를 각오하고 의쟁투 운영위원실을 밤새 지킨 것이 이용민 후보다. 그는 협상을 위한 슬쩍 치고 빠지는 식의 투쟁이 아니라 '진짜 투쟁'을 했다고 확신한다.
파업 중인 전공의들이 8월 5일 경희대 집회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과감히 투쟁 자금 지원을 결정한 것도 이용민 후보다. 개원의들과 전공의가 연합한 전국의사집회를 경찰이 원천봉쇄하고 강행 때는 체포하겠다고 압박했지만 그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경찰과의 충돌에서 의사 부상자가 속출하자 이후 경찰은 의사집회를 더 이상 원천봉쇄하지 않았다. 대신 김재정 회장을 석방했다. 투쟁의 승리다.
한번 더 의사들의 단합을 과시하기 위해 8월 31일 보라매공원 집회를 기획했다. 아침부터 궂은 비가 내렸지만, 의사들의 대열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성공적으로 궐기대회를 끝마친 그날 밤 정부는 한광수, 최덕종을 석방했다. 연속된 투쟁의 승리다.
이후 의정협상이 열리는데 이용민 후보는 협상에 차질이 없도록 의사 측 협상대표의 선발부터 회의 진행까지 총괄적으로 지원했다.
이용민은 안다. 의사들의 힘을 어떻게 모으고 전공의들을 설득하는지를. 그리고 투쟁을 어떻게 협상으로 이끌어 결실을 얻어내야 하는지를 잘 안다.
지금 의료계 현실은 2000년 당시보다 더 열악해졌다. 보험수가는 원가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는 게 의사들이 피부로 느끼는 심정이다.
산부인과 전공의 결원 사태에 이어 외과 전공의가 결원되더니 급기야 내과 전공의도 결원 사태를 맞았다. 이땅에 사람 살리는 전공의사는 점점 사라지는 추세다.
대형병원은 응급실의 적자를 장례식장 수익으로 벌충하면서 기형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전공의에게 칼을 주지 않고 저급 전임의를 시켜 말 그대로 '개고생'을 시키고 있다.
자천타천의 협상 전문가, 정치력 있다는 분들이 지난 15년간 의사회장을 역임했는데, 투쟁 없는 협상은 구걸이었고, 점점 더 의사들을 옥죄는 악법만 나날이 양산해냈다.
의사들이여, 협상을 믿는가? 전공의들이여, 미래를 믿는가? 착각하지 마라. 대한민국 의료는 지금 끓는 물 속에 삶아지고 있다. 그 나물에 그 밥이면 지난 15년간의 실패가 연장될 뿐이다.
이용민은 소위 명문대학 출신이 아니다. 자수성가했기에. 이용민은 전문의도 못마쳤다. 신상진도 그랬다.
다만, 이용민은 한 가지 능력이 탁월하다. 조직력과 투쟁력이다. 그것이 지금 압살돼가는 한국 의료의 구명줄이고 의사회장으로서 가장 필요한 자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