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의사들 아이디어를 제품으로…혜택은 환자에게"

정희석
발행날짜: 2015-10-28 01:01:22
  • 쿡메디칼 배리 토마스 사장

쿡메디칼 아시아태평양지역 배리 토마스(Barry Thomas) 사장
“쿡메디칼은 10년~20년을 내다보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아시아태평양시장에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한국은 혁신적인 기술과 헬스케어시스템을 갖춘 나라로 새로운 신기술과 아이디어를 제품화하는데 최적화된 국가다.”

최근 한국을 찾은 다국적기업 ‘쿡메디칼’(COOK MEDICAL) 아시아태평양 배리 토마스(Barry Thomas) 사장은 아·태 국가들의 연구개발 투자 강화 목적으로 조직한 ‘ANTT’(Asia-pacific New Technology Team)를 이끌고 있다.

ANTT는 이들 국가들의 대학병원·연구기관·의료기기업체 등이 보유한 기술과 아이디어를 쿡메디칼과 협력해 상품화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배리 토마스 사장은 “세계 헬스케어마켓 중 아시아시장 성장세가 가장 크다”며 “쿡메디칼은 아·태지역 국가들의 신기술과 아이디어를 제품화하고자 ANTT를 조직했다”고 밝혔다.

ANTT는 쿡메디칼이 급성장하고 있는 아·태 시장에서 미래 회사 성장 동력을 찾는 동시에 아시아지역 환자 특성에 맞는 제품 개발 필요성에서 꾸려졌다.

그는 “각 나라 환자마다 신체구조와 질병 양상이 다른데 서양에서 개발된 치료재료(의료기기)를 동양 환자에 적용하는 것은 치료효과에 한계성이 있다”며 “아시아 환자 스펙에 맞는 제품 개발을 위해 이들 국가에서 아이디어와 신기술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이를 통해 ANTT가 찾고자하는 플랫폼 기술은 혁신적인 신기술로 임상적인 측면에서 기존 제품에 접목해 치료효과를 높이거나 새로운 제품 개발에 적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얼핏 ANTT 역할은 자본을 내세운 다국적기업의 중소업체 인수합병(M&A)을 위한 그럴싸한 명분에 불과하다는 오해도 없지 않아 보인다.

이 점에 대해 “전혀 그런 오해는 없었다”고 선을 그은 배리 토마스 사장은 “가족회사인 쿡메디칼 회사 철학은 타 회사를 합병해서 사업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장기적으로 협력관계를 유지해 상생해 나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이디어와 신기술을 제품화하는 건 매우 긴 시간이 필요하다”며 “아이디어를 수집해 검토·평가를 거쳐 개발에 들어가더라도 이후 제품 테스트·임상시험·인허가 등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긴 로열티를 가지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아이디어·신기술은 갖고 있지만 제품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병원과 연구기관, 의료기기업체들과 ANTT와의 협력은 그 결과물이 환자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그는 “아무리 좋은 아디이어와 신기술이라도 쿡메디칼이 관련 기술력을 갖고 있지 않거나 전문성이 없다면 제품화를 포기하는데 그치지 않고 타 회사와 연계해 제품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어 “제품화에 따른 이익보다는 그 혜택이 환자에게 돌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욕심내지 않고 다른 회사에 기회를 주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배리 토마스 사장이 제공한 자료를 살펴보면, 현재까지 ANTT가 수집한 아이디어와 신기술은 2013년 12건으로 시작해 2014년 143건, 2015년 111건 등 총 266건에 달한다.

또 국가별로는 ▲오스트레일리아 177건(66%) ▲홍콩 22건(8%) ▲싱가포르 22건(8%) ▲일본 18건(7%) ▲한국 10건(4%) ▲중국 7건(3%) ▲미국 5건(2%) ▲인도 4건(2%) ▲타이완 1건(1%) 순으로 아이디어·신기술이 발굴됐다.

총 266건 중 3건은 원 기술 개발자로부터 더 많은 정보를 수집 중이고, 17건은 쿡메디칼 영업 전략부서(Strategic Business Unit·SBU)와 비즈니스 개발 매니저가 제품화 가능성에 대한 실질적인 검토를 진행 중이며 236건의 경우 콘셉트에 대한 리뷰가 완료됐다.

특히 5건은 쿡메디칼 오스트레일리아(3건)·싱가포르(1건)·홍콩(1건)에서 실제 제품화 개발에 들어간 상태다.

배리 토마스 사장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신기술을 제품화하는데 무엇보다 의사들의 역할과 참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례로 의사들과 협력해 개발한 대동맥 스텐트 그래프트 일화를 소개했다.

쿡메디칼은 1994년 중반 대동맥 인조혈관 제품 아이디어를 가지고 호주 의사 2명과 함께 개발을 시작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사고로 대동맥이 터져 사망하는 일이 흔했는데 수술법으로 개복수술을 주로 시행했지만 회복이 더디고 합병증과 환자들의 고통이 크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중재시술을 통해 환자 사타구니 혈관으로 삽입해 대동맥 복부나 흉부 안에서 우산처럼 펼쳐져 막아주는 대동맥 인조혈관 제품화에 나선 것.

호주 의사 2명과 시작한 제품 개발은 이후 미국·영국·독일 의사까지 참여한 끝에 드디어 2000년 제품화에 성공했다.

쿡메디칼 본사가 있는 미국에는 개발에 돌입한 지 9년이 지난 2003년에서야 제품이 출시됐다.

물론 아이디어에서 제품화까지 긴 호흡이 필요했지만 의료현장에서 쌓은 의사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접목해 개발한 대동맥 인조혈관은 이후 4000억 원 시장을 형성한 블록버스터급 단일품목이 됐다.

배리 토마스 사장은 초창기 제품 개발에 참여한 호주 의사 2명과 함께 1년에 한 번 낚시를 갈 정도로 여전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ANTT는 특히 임상현장 의사들의 아이디어가 의료기기업체와 연계돼 제품화되는 비율이 극히 낮은 한국에서 새로운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ANTT가 수집한 총 266건 중 65건(24%)은 의사로부터 수집한 아이디어와 신기술이었다.

이는 연구기관(86건·32%)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에 해당한다.

이런 점에서 한국은 ANTT가 추구하는 미션에 최적화된 국가라는 게 그의 설명.

배리 토마스 사장은 “한국은 각종 IT 기술과 전자산업이 발달한 기술혁신적인 국가로 이런 기술력과 잘 갖춰진 의료·헬스케어시스템이 접목된다면 더 좋은 제품들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덧붙여 “뛰어난 의료진들을 보유한 병원들이 많기 때문에 제품화를 위한 최적의 테스트 환경을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 제품화에 필요한 임상시험·인허가 등 관련 제도가 들쑥날쑥하지 않고 예측가능하다는 점도 한국의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쿡메디칼이 바라보는 한국시장에 대한 생각도 듣고 싶었다.

형식적인 답변을 피하고자 한국시장의 부정적인 면을 먼저 부각시켜 소개했다.

“한국의 의료수준이 높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아시아국가 중 중국보다 시장규모가 훨씬 작고, 여타 국가들과 비교해 규제 중심적인 건강보험제도로 다국적기업의 영리활동에도 제약이 따른다.”

배리 토마스 사장에게 돌아온 대답은 이랬다.

“쿡메디칼 미국시장 대비 한국 매출은 1.7%에 불과하다. 하지만 한국 인구는 약 5000만 명으로 호주 2300만·대만 2300만 명과 합친 것보다 더 많다. 한국시장이 작다고 볼 수 없는 이유다.”

더불어 “쿡메디칼 입장에서 한국은 아시아 국가 중 중국·호주·일본에 이어 4번째로 큰 시장이다. 중요한 건 호주와 일본은 성장이 멈췄고 중국의 경우 아직 발전이 될 됐다는 점”이라고 밝혀 한국시장의 성장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특히 “쿡메디칼코리아는 의사들의 수준이 높고 의료시스템이 잘 갖춰진 한국에서 어떻게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며 “쿡메디칼 역시 한국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환자에게 어떻게 혜택을 돌려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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