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의사회 정총 스타트…내빈들, 정부·한의사 성토 한 목소리
"신해철법은 시류적 차원에서 보건복지위를 통과한 것으로 안다. 의사의 소극적 진료를 야기할 수 있어 문제가 있다."
시도의사회 정기총회에 참석한 국회의원들의 흔한 '립서비스'가 아니다.
판사 출신이자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역임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의료분쟁조정법안을 겨냥해 "의사의 소극 진료를 야기할 수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며 조목마다 법조계 출신의 식견을 드러냈다.
26일 대전시의사회는 롯데시티호텔 크리스탈볼룸에서 제28차 정기대의원총회를 개최하고 2015년도 결산서, 2016년도 사업계획안, 의협 건의안 등을 논의, 의결했다.
겉치레 축사는 없었다. 내빈들조차 모두 의료현안에 대한 대응책 마련을 공통 분모로 삼았다.
송병두 대전시의사회장을 비롯해 추무진 의협회장, 임수흠 의협 대의원회 의장뿐 아니라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마저 축사 주제를 원격의료, 자율징계권 요구,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저지, 의료분쟁조정법 등 최근 국회에서 불거진 굵직한 현안을 총망라했다.
먼저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원격진료부터 의료분쟁조정법(신해철법), 자율징계권까지 개별 사안마다 구체적 문제점을 적시해 주목받았다.
박 의원은 "원격진료를 일반화하면 책임의 경계가 모호해 진다"며 "원격진료는 대면진료의 원칙을 깨뜨리기 때문에 허용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료분쟁조정법, 즉 신해철법은 시류적 차원에서 보건복지위를 통과한 것으로 안다"며 "특별한 조건없이 사망, 중상해에 강제 조정을 의무화 한 것은 다소 문제 있다"고 구체적 내용을 지적했다.
그는 "입증 책임을 누구에게 부여할 것인지 하는 최소한의 요건을 갖춘 뒤 조정 절차가 있어야 한다"며 "신해철법으로 인한 방어적, 소극적 진료가 국민 건강권을 침해할 수 있는 만큼 이 점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의사협회가 그간 주장해왔던 협회의 자율징계권 부여 목소리도 박 의원의 입에서 재현됐다.
박범계 의원은 "전문가에 대한 대우나 전문가 집단에 대한 자율권을 존중받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며 "자율징계권을 통해 전문가의 논리와 영역이 존중받는 사회가 선진 사회다"고 강조했다.
다른 내빈들 역시 축사를 정부와 한의사에 대한 성토로 갈음했다.
황인방 대전시의사회 대의원회 의장은 주사기 재사용 사태를 겨냥해 "의사들이 돈을 버리고 체면 구기는 일은 하지 말자"며 "(국민들이) 리베이트 쌍벌제니 아청법이니 나오니 의사들이 여자를 만나면 만지는 줄 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의사들을 자극하는데 회장이 전술과 전략을 갖고 달라고만 하지말고 주고 받고 해야 이길 수 있다"며 "차라리 의협 회장이 정부가 원격진료 하겠다고 하면 '그렇게 하라고 해라'고 외치라"고 주문했다.
송병두 대전시의사회장도 대응책 마련에 한 목소리를 냈다.
송 회장은 "정부의 의료 악법의 입법에 대해 강력히 대처해 나가겠다"며 "원격의료, 보건의료 규제개혁, 한의사 불법의료기기 사용, 의료분쟁 조정법까지 국민 건강에 역행하는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해 의료계는 메르스 확산을 막고 환자 살리기 위해 최일선에서 고군분투한 직역이 의사말고 누가 있냐"며 "그런데 정부는 의사 면허 고유의 업무 영역을 무너뜨리는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추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의료분쟁조정법 역시 사회 이슈를 등에 업고 환자 입장만 너무 강조됐다"며 "이는 의료기관 분쟁 발생 가능성이 있는 일에 소극, 방어진료를 야기해 최선의 진료 위축되고 결국 의사, 환자 모두에게 피해를 초래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추무진 의협 회장은 김필건 한의사협회장의 고소에 정면대응할 방침을 공개했다.
추 회장은 "한의사협회장이 의협 회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며 "이 소식을 들었을 때 본인은 '바라는 바대로 됐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누가 올바른 말을 하는지 법정에서 국민 앞에서 가려보자"며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의 문제점을 알리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부 의사 회원의 일회용 주사기 사용에 대해선 입이 백개라도 할 말이 없다"며 "하지만 그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선 전문가단체에 자율징계권을 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임수흠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경제논리만 앞세우고 전문성을 무시하는 의료 정책들, 의료계에만 공평치 않은 악법들이 의사들을 옭죄고 있다"며 "의사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는 "다른 직역의 의사 영역에 대한 직역 침해가 일어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의료계 내부 분란이 일어난 것처럼 시간을 허비하고 있어 집행부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이날 대전시의사회는 무거워진 분위기를 반영하듯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반대, 의료분쟁조정법 개악 반대 , 원격의료 정책 추진 중단을 결의문으로 채택했다.
대전시의사회는 ▲의학정보 보안료와 의학정보 관리료 신설 ▲의학정보원 신설 ▲처방료 가산 인정 ▲노인정액제 상한 인상 ▲의-한방 건강보험 분리 ▲병의원 카드 수수료 인하 ▲심평원, 공단 실사 자제 등을 의협 대의원총회 건의안으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