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의협, 전화상담 등 만성질환관리 조건부 수용

발행날짜: 2016-07-09 05:00:59
  • "의-정 모형개발 TF 역제안…의견 수렴 후 최종 제시"

대한의사협회가 정부의 일방적인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 강행에 역제안 카드를 꺼내들었다.

의협은 정부가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이 원격의료 관련 법안과 무관하다고 약속하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의-정이 함께하는 '만성질환관리서비스 모형개발 TF' 구성을 정부 측에 역제안한다는 방침이다.

8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의협은 만성질환관리와 관련한 협회 측 제안서(안)을 작성, 시도의사회장 등을 중심으로 의견 수렴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메디칼타임즈가 입수한 제안서를 보면 의협은 하반기 시행될 전화상담·원격모니터링을 포함한 만성질환관리시범사업 추진 보류와 원격의료 관련 의료법 개정과 이번 시범사업이 별개라고 약속하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시범사업의 참여 가능성을 열어놨다.

의협의 전격적인 입장 변화는 더 이상 정부 측의 시범사업 강행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의협은 "정부는 의료계와 제대로 된 소통도 없이 관련 사업을 계획, 시행해 왔고 지금도 일방통행식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며 "최근 들어서는 의료계와의 의견조율도 없이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의 일부인 전화상담과 원격모니터링 수가를 신설해 시범사업을 진행하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협은 "이에 협회는 더 이상 시범사업을 빙자한 의료의 본질과 원칙의 훼손을 두고 보기 힘들다는 판단 아래 당국에 몇 가지 사항을 제안코자 한다"며 만성질환 관리시스템 구축을 위해 의-정이 함께하는 만성질환관리서비스 모형개발 TF 구성을 꺼내들었다.

의-정이 함께하는 TF를 통해 의원급 일차의료기관이 단골환자를 대상으로 만성질환관리서비스 제공수단으로 전화상담 등을 도입하는 방안을 우선 논의하자는 게 의협 측 계획.

또 의협은 "만성질환관리사업 시행원칙은 의원급 일차의료기관이 사업주체가 되고 일차의료 살리기, 의료전달체계 개선작업과 병행해 추진하는 것으로 한다"며 "의협은 일관되게 원격의료 관련 의료법 개정을 강력히 반대하며 본 제안은 오로지 효율적 만성질환관리 방안을 마련하기 위함이다"고 못박았다.

일차의료기관 중심의 만성질환관리서비스를 위해 의협은 전국 224개 시군구 의사회가 주체가 돼 시범사업 기관을 공모하고, 사업평가 결과 도출도 의-정-환자가 모두 포함되는 방향으로 제안서를 작성했다.

그간 정부의 원격의료 등 시범사업이 강행된 이후 자화자찬식 평가결과가 나온 것에 비춰보면 차라리 의협이 함께 참여해 '객관적'인 평가를 내리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다.

의협은 만성질환관리서비스 참여를 조건으로 일차의료 살리기 취지를 실현하기 위해 우선 65세 이상 본인부담금 정액구간 상향조정안을 마련 건정심에 상정하는 방안도 제안한다는 방침.

의협은 위 내용의 제안서를 9일 시도의사회장단협의회 회의에서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 최종 제안서를 정부에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회원들의 의견 수렴 결과에 따라 제안서 자체가 용도폐기될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시도의사회의 분위기는 대체적으로 긍정적.

A 시도의사회 회장은 "의료계가 반대한다고 해도 지금까지 정부의 정책은 항상 추진돼 왔다"며 "자화자찬식 시범사업 결과가 나올 바에야 차라리 의협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얻어낼 것은 얻어내야 한다"고 밝혔다.

B 시도의사회 회장은 "전화상담의 경우 수가가 환자 1인당 월 2만 7천원으로 높게 책정됐다"며 "의협이 반대 입장을 정리한다고 해도 참여하는 회원들이 반드시 생길 것이다"고 전망했다.

그는 "의협이 이런 역제안을 기획한 데는 그런 우려와 고민도 반영됐을 것으로 본다"며 "정부 역시 수 차례 이번 전화상담과 원격의료가 별개라고 표명한데다가, 만성질환관리와 원격의료의 구분을 약속받는다면 참여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C 시도의사회 회장은 "여소야대 정권이 되면서 원격의료는 이미 물 건너갔다고 보는 회원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무조건적인 반대를 외치며 긴장 국면을 만들기 보다 실리를 찾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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