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포커스"의사 진료행위는 인정" 30억 환수 위기 면하나
대법원 "시설 기준 위반했더라도 급여비 부당청구 아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으로 신고하고 병원급 시설을 운영하며 환자를 진료한 의사 J원장.
행정기관은 J원장이 정신건강보건법에 명시하고 있는 시설기준을 위반하고 초과 병상을 운용했다며 행정처분을 내렸다. 건강보험공단은 이를 근거로 30억여원에 달하는 요양급여비 환수 처분을 내렸다.
J원장은 건보공단 처분에 불복하고 소송을 제기했다. 이렇게 시작된 건보공단과 J원장의 법적 다툼은 2년여에 걸쳐 이뤄졌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건보공단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지만 최근 대법원인 제동을 걸고 파기환송했다.
J원장이 시설기준을 위반한 것은 명백하지만 환자 진료는 정상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부당청구라고 볼 수 없다고 본 것이다.
30억원 환수당할 뻔한 J원장. 그에게 무슨 일이?
건보공단과 지루한 법적 다툼까지 벌였던 J원장에게는 도대체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병원급 시설을 갖추고도 의원이라고 신고하고 환자를 진료할 수밖에 없었던 의사의 사연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J원장은 200병상 규모의 정신병원을 열기 위해 의정부 A빌딩에 두 개 층을 임대해 관련 시설과 장비 등을 마련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 건물 지하에 유흥업소가 들어서면서 J원장 계획은 무산됐다. 유흥업소가 있는 건물에는 병원급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기 때문.
J원장은 병원 오픈 준비를 이미 마친 상황이었다. 결국 관할 보건소에 병상수를 의원 기준(49병상)으로 축소 신고하고 환자를 진료했다. 개원 1년 후에는 두 개 층 중 한 층은 임대 계약을 해지했다.
건보공단은 2016년 초 J원장이 초과병상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했고, 경찰에 고발까지했다. 경찰은 J원장이 2009년 6월부터 2016년 7월까지 초과 병상을 운영하면서 요양급여비를 부당청구했다고 판단했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및 건강보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검찰은 J원장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건보공단은 건강보험법 57조 1항, 52조 1항을 적용해 J원장이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요양급여비를 받았다며 30억9195만원 환수 처분을 내렸다.
건보공단은 입원 환자의 최초 입원 날짜를 기준으로 순번을 매겨 49병상을 초과해 입원한 건강보험 적용 환자를 부당청구 대상 환자로 선정해 환수액을 계산했다.
대법원, 시설기준 위반 의료기관에 급여비 환수 행태 제동
J원장은 요양급여비 환수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 법원은 병상 기준을 어긴 상황에서 요양급여비를 청구한 것은 부당청구이기 때문에 J원장이 7년 동안 타간 요양급여비를 환수하는 것은 마땅하다고 판단했다.
J원장은 "정신의료기관 시설 장비 기준은 정신병원과 의원 사이 수가 차이를 반영한 것에 불과하다"라며 "허가 병상 수를 초과한 병상을 운영했더라도 환자에게 적절한 요양급여를 제공한 다음 급여비를 청구했다"고 주장했다.
즉, 의원으로 신고해놓고 병원급 병상 수를 운영한 것은 맞지만 진료과정에서 부당한 이득을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수가만 놓고 봤을 때도 J원장은 병원급 시설을 갖춘 상황에서 의원급 수가를 받았다.
대법원의 시각은 달랐다. J원장의 손을 들어준 것. 1심과 2심에서 법리를 오해한 부분이 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J원장이 시설기준을 위반한 것은 사실이지만 의원을 운영하던 7년 동안 정신질환자를 진료한 것은 명백하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정신의료기관이 정신보건법령에 있는 시설기준을 위반했더라도 건강보험법에서 정한 요양급여 기준에 미달하거나 그 기준을 초과하는 등의 다른 사정이 없는 한 요양급여비 부당이득 징수 대상으로 보고 제재해야 할 정도의 공익상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정신과 의원 입원실 수를 초과해 요양급여를 제공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요양급여비를 수령하는 행위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의료기관 시설기준 위반, 진료 실질과 관계없다"
J원장의 법률 대리를 맡은 김주성 변호사(법무법인 반우)는 대법원 판결에 대해 법원이 '부당청구'에 대한 관점을 구체화 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변호사는 "기존에는 시설기준을 위반한 상태에서 제공된 행위는 위법하기 때문에 환수하는 게 타당하다는 시각이었고 1심과 2심도 이에 따라 판단한 것"이라며 "대법원은 시설기준 위반이 요양급여 청구권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생각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시설기준을 위반한 사실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만 처벌하면 되지 요양급여 기준 위반으로확장해 요양급여비를 환수까지 할 필요가 없다"라고 덧붙였다.
정신의료기관 시설기준 위반에 따른 처벌 내용은 정신보건법에서 정하고 있으므로 J원장은 관련한 처벌만 받으면 된다는 것이다. 건보공단의 요양급여비 환수는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 변호사는 "J원장은 초과 병상을 운영한 것 외에 급여기준을 미달하거나 초과한 진료는 없고 대법원이 이를 인정한 것"이라며 "나아가 의료법인 사무장병원도 의료기관 개설기준 위반이라 진료의 실질과는 관련이 없기 때문에 환수 처분은 비례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시설기준 위반 후 급여청구가 이뤄지는 일이 또 발생한다면 건보공단은 어떻게 접근하는 게 좋을까.
김 변호사는 "진료비 심사를 통해 진료의 실질이 없는 것에 대해 환수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무면허 의료행위 후 청구가 이뤄진 급여비도 의료인이 진료해야 한다는 대원칙이 무너진 것이기 때문에 환수가 마땅하다"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이미 일어난 급여비를 환수하는 것으로 규제할 게 아니라 미래를 규제해야 한다"라며 "초과 병상 운영을 적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 현지조사 등을 통해 별도의 행정처분을 하는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행정기관은 J원장이 정신건강보건법에 명시하고 있는 시설기준을 위반하고 초과 병상을 운용했다며 행정처분을 내렸다. 건강보험공단은 이를 근거로 30억여원에 달하는 요양급여비 환수 처분을 내렸다.
J원장은 건보공단 처분에 불복하고 소송을 제기했다. 이렇게 시작된 건보공단과 J원장의 법적 다툼은 2년여에 걸쳐 이뤄졌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건보공단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지만 최근 대법원인 제동을 걸고 파기환송했다.
J원장이 시설기준을 위반한 것은 명백하지만 환자 진료는 정상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부당청구라고 볼 수 없다고 본 것이다.
30억원 환수당할 뻔한 J원장. 그에게 무슨 일이?
건보공단과 지루한 법적 다툼까지 벌였던 J원장에게는 도대체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병원급 시설을 갖추고도 의원이라고 신고하고 환자를 진료할 수밖에 없었던 의사의 사연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J원장은 200병상 규모의 정신병원을 열기 위해 의정부 A빌딩에 두 개 층을 임대해 관련 시설과 장비 등을 마련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 건물 지하에 유흥업소가 들어서면서 J원장 계획은 무산됐다. 유흥업소가 있는 건물에는 병원급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기 때문.
J원장은 병원 오픈 준비를 이미 마친 상황이었다. 결국 관할 보건소에 병상수를 의원 기준(49병상)으로 축소 신고하고 환자를 진료했다. 개원 1년 후에는 두 개 층 중 한 층은 임대 계약을 해지했다.
건보공단은 2016년 초 J원장이 초과병상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했고, 경찰에 고발까지했다. 경찰은 J원장이 2009년 6월부터 2016년 7월까지 초과 병상을 운영하면서 요양급여비를 부당청구했다고 판단했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및 건강보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검찰은 J원장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건보공단은 건강보험법 57조 1항, 52조 1항을 적용해 J원장이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요양급여비를 받았다며 30억9195만원 환수 처분을 내렸다.
건보공단은 입원 환자의 최초 입원 날짜를 기준으로 순번을 매겨 49병상을 초과해 입원한 건강보험 적용 환자를 부당청구 대상 환자로 선정해 환수액을 계산했다.
대법원, 시설기준 위반 의료기관에 급여비 환수 행태 제동
J원장은 요양급여비 환수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 법원은 병상 기준을 어긴 상황에서 요양급여비를 청구한 것은 부당청구이기 때문에 J원장이 7년 동안 타간 요양급여비를 환수하는 것은 마땅하다고 판단했다.
J원장은 "정신의료기관 시설 장비 기준은 정신병원과 의원 사이 수가 차이를 반영한 것에 불과하다"라며 "허가 병상 수를 초과한 병상을 운영했더라도 환자에게 적절한 요양급여를 제공한 다음 급여비를 청구했다"고 주장했다.
즉, 의원으로 신고해놓고 병원급 병상 수를 운영한 것은 맞지만 진료과정에서 부당한 이득을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수가만 놓고 봤을 때도 J원장은 병원급 시설을 갖춘 상황에서 의원급 수가를 받았다.
대법원의 시각은 달랐다. J원장의 손을 들어준 것. 1심과 2심에서 법리를 오해한 부분이 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J원장이 시설기준을 위반한 것은 사실이지만 의원을 운영하던 7년 동안 정신질환자를 진료한 것은 명백하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정신의료기관이 정신보건법령에 있는 시설기준을 위반했더라도 건강보험법에서 정한 요양급여 기준에 미달하거나 그 기준을 초과하는 등의 다른 사정이 없는 한 요양급여비 부당이득 징수 대상으로 보고 제재해야 할 정도의 공익상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정신과 의원 입원실 수를 초과해 요양급여를 제공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요양급여비를 수령하는 행위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의료기관 시설기준 위반, 진료 실질과 관계없다"
J원장의 법률 대리를 맡은 김주성 변호사(법무법인 반우)는 대법원 판결에 대해 법원이 '부당청구'에 대한 관점을 구체화 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변호사는 "기존에는 시설기준을 위반한 상태에서 제공된 행위는 위법하기 때문에 환수하는 게 타당하다는 시각이었고 1심과 2심도 이에 따라 판단한 것"이라며 "대법원은 시설기준 위반이 요양급여 청구권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생각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시설기준을 위반한 사실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만 처벌하면 되지 요양급여 기준 위반으로확장해 요양급여비를 환수까지 할 필요가 없다"라고 덧붙였다.
정신의료기관 시설기준 위반에 따른 처벌 내용은 정신보건법에서 정하고 있으므로 J원장은 관련한 처벌만 받으면 된다는 것이다. 건보공단의 요양급여비 환수는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 변호사는 "J원장은 초과 병상을 운영한 것 외에 급여기준을 미달하거나 초과한 진료는 없고 대법원이 이를 인정한 것"이라며 "나아가 의료법인 사무장병원도 의료기관 개설기준 위반이라 진료의 실질과는 관련이 없기 때문에 환수 처분은 비례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시설기준 위반 후 급여청구가 이뤄지는 일이 또 발생한다면 건보공단은 어떻게 접근하는 게 좋을까.
김 변호사는 "진료비 심사를 통해 진료의 실질이 없는 것에 대해 환수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무면허 의료행위 후 청구가 이뤄진 급여비도 의료인이 진료해야 한다는 대원칙이 무너진 것이기 때문에 환수가 마땅하다"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이미 일어난 급여비를 환수하는 것으로 규제할 게 아니라 미래를 규제해야 한다"라며 "초과 병상 운영을 적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 현지조사 등을 통해 별도의 행정처분을 하는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