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화 학생(차의학전문대학원 본과 3학년)
2021년 봄, 우리는 본과 3학년이 되었고 어느덧 3개월째 실습을 돌게 되었다. 조금 식상할 수도 있는 주제지만 3학년 실습을 돌게 되면 확실히 느끼는 점이 많은 것 같다.
드디어 선배 의사, 교수님들께서 어떻게 사는지를 바로 옆에서 바라보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만큼 신경써야 할 일들이 많아진 것은 덤. 분명 선배들은 본과 3학년이 1,2학년보다 쉽다고 했는데… 모든 건 역시 case by case인가 보다.
PK실에서는 이제 슬슬 방학이 올 때가 됐는데, 조금 지친다는 투정 어린 말들이 들려온다. 그러던 중 들려온 동기 언니의 말이 의문스러웠다. "나는 그래도 실습 1년 더 돌고 싶어"
개인적으로 PK 생활이 본과 2학년보다 힘든 입장으로서 이해가 전혀 가지 않는 말이었다. 동기의 주장은 이러했다. "PK는 차라리 모른다고 혼나기만 하면 되잖아. 그런데 인턴부터는 혼나는거 뿐만 아니라 그 책임을 어떻게 져. 나는 그때가도 하나도 모를거같은데."
'환자에게 해를 끼치지 말라(Do no harm)'라는 말이 있다. 의사가 환자에 대해 결정을 내릴 때 우선 해가 되는 일을 하지 말아라 라는 것이다. 의사는 환자의 신체를 다루는 직업이다. 환자를 직접 대면하지 않더라도 그 환자의 건강에 대한 결정(Decision)을 내려야 하는 직업인 것이다.
우리는 의사 면허를 따는 순간부터 환자 건강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이 생기는 것이고 그에 따른 책임이 따른다. 지금의 우리는 한낱 PK 학생이기 때문에 몰라도 괜찮다. 적어도 환자에게 해는 되지 않는다. 그런데 면허가 생기는 순간부터는 달라진다. 우리의 무식은 환자에게 해가 되는 것이다.
혈액종양내과 교수님께서 해준 말씀이 있다. 아무래도 환자들 중에 중증이 많고, 대부분 암환자이기 때문에 했던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교수님께서는 "적어도 환자가 나한테 찾아온 것이 내 옆의 의사를 찾아갔을 때보다 더 나쁜 결과를 만들어 내면 안된다. 만약 내 환자의 결과가 좋지 않아졌어도, 환자가 나한테 찾아온 것이 그 분에게는 가장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야 하고 또 그런 의사가 되어야 한다"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앞으로 의사가 되는 데에 있어 두고두고 마음속에 새겨야 할 말이라고 생각했다. 의사가 된다는 것은 한 환자의 생명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을 만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또한 내 결정 하나하나가 그 분의 여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항시 생각해야 하는 점인 것이다.
코로나 백신에 관해서도 병원의 교수님들은 "우리 과에서는 맞아도 괜찮은데 환자분 ~있으시니 관련 과 가서 다시 여쭤보세요~"라고 말씀하신다. 의사가 됨으로써 환자에게 하는 한마디 한마디는 그 무엇보다 신중하고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다시한번 상기하는 순간이었다. 더욱 더 열심히 공부하고 신중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4년 공부의 마지막 마일스톤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