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레인 프로젝트 둘러싼 청탁금지법 위반 논란 '일단락'
"하도급 계약 맺은 회사가 직무관련 제공한 정당한 금품"
정부 산하 기관이 해외에 자체 시스템을 수출하는 성과를 낸 이후, 국내를 방문한 해외 고위 관계자와 함께 고가의 식사를 한 게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일명 김영란법 위반일까.
결과적으로 법원은 '아니다'라고 봤다.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중동 국가 바레인과 '건강보험시스템 구축 프로젝트 계약'을 체결하고 바레인 정부 고위 관계자와 가진 저녁 식사 자리 등에서 '호화 접대'를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저녁 식사 비용과 숙박비 일부는 바레인 계약업체가 계산했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질타 소재로 등장했고, 권익위원회는 "김영란법 위법 소지가 있다"는 유권해석을 냈다. 여론이 악화되자 보건복지부는 심평원이 진행했던 감사를 다시 진행했고, 직원들이 김영란법을 위반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를 반영해 심평원 감사실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에 이르렀다.
심평원 감사실은 애초에 해당 직원들에 대해 '경고' 조치를 내렸지만 부정적 여론이 거세지고 복지부 감사에서도 "법 위반"이라는 결론을 내자 경찰 수사까지 의뢰하게 됐다.
문제의 중심에 있는 바레인 프로젝트는 바레인에 보건 의료 IT 시스템을 구축하는 155억원 규모 사업으로 2017년 심평원이 수주했다.
국가 대 국가 간 사업을 통해 건강보험 제도와 운영 시스템을 수출한 세계 최초의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심평원은 바레인 프로젝트를 통해 계약 금액 310여억원과 민간 일자리 200여개 창출 등의 성과를 거뒀다.
심평원은 프로젝트 수주 후 국내 업체 한 곳인 L사와 용역계약을, L사는 바레인 현지 업체 한 곳인 I사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바레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2019년 4월, 제주도에서는 무슨 일이
김영란법 문제는 2019년 4월, 제주도에서 바레인 인사가 참여한 가운데 열린 '제7차 운영위원회' 행사 과정에서 불거졌다.
운영위원회는 바레인 국가건강보험시스템 구축 프로젝트 완성도를 제고하고 사업 전반의 진행사업항점검 및 주요 의사결정을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바레인 보건최고위원회(바레인 보건위 의장 및 사무총장, 보건부 장관) 3인과 심평원 3인(원장, 기획조정실장, 국제협력단장)으로 구성해 양국에서 교대로 위원회를 개최하기로 약속했다.
김영란법 위반 사건에 얽힌 심평원 직원은 총 17명으로, 모두 7차 운영위원회 사전 준비, 회의 진행 등을 담당하기 위해 제주도로 출장을 갔다.
심평원은 운영위원회 개최 관련 호텔 객실, 회의실, 차량 등 제반 비용과 관련해 용역회사인 L사와 협의했다. 행사운영에 들어가는 제반 경비 중 예산을 초과하는 부분은 L사와 하도급 계약을 맺은 I사의 행사 운용 예산에서 집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호텔 숙박비 초과금과 식비 등 총 597만원을 I사가 내게 된 것.
5일 동안 제주로도 출장을 다녀온 직원들을 바라보는 내부 시선은 곱지 않았다. 불법 부당행위 내부 신고시스템 '레드휘슬'에는 '외국인과 회의를 가장한 호화 술 파티'라는 제목의 익명 제보가 올라왔고, 이는 일파만파 퍼졌다.
권익위원회, 경찰까지도 "김영란법 위반이 맞다"고 봤다. 경찰은 김영란법 위반으로 과태료 처분을 내렸다. 연루된 직원들은 대형 로펌을 선임해 법적 대응에 나섰다.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김영란법 위반이 아니라는 것.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재판부는 "심평원 직원들이 제공받은 숙박비와 식비 등은 운영위원회 개최 및 진행에 필요한 경비에 해당한다"라며 "심평원이 L사와 맺은 용역계약에는 L사가 운영위원회 개최 및 진행을 지원해야 하는 채무가 포함돼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심평원은 L사에 운영위원회 제반 비용 관련 협의를 요청했고 용역회사와 I사 역시 하도급 계약을 체결했다"라며 "I사가 지급한 숙박비와 식비 등은 사적 거래로 인한 채무의 이행 등 정당하게 제공한 금품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심평원 직원이 받은 숙박비 및 식비도 김영란법에서 인정하는 '공직자 등의 직무와 관련된 공식적인 행사에서 주최자인 심평원으로부터 통상적인 범위에서 일률적으로 제공받는 교통, 숙박, 음식물 등의 금품'이라고 봤다.
법원은 최근 김영란법에서 수수를 금지하는 금품 등을 받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로 인해 심평원 직원 '호화 접대' 사건은 일단락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묻지마식 행정처분은 내외부 신뢰 파괴'로 이어진다며 씁쓸한 현실을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심평원 관계자는 "처분에 관여한 사람들은 윗사람이 시켜서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하고, 소송 당사자들 역시 당시 윗사람이 시켜서 어쩔 수 없었다고 호소한다"라며 "국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프로젝트 수주에 일조하고도 부정 신고의 대상이 될 수도 있는데 앞으로 누가 자진해서 이런 대형 프로젝트를 위해 나서겠나"라고 자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료계 관계자도 "행정처분을 해놓고 억울하면 법원에서 무죄 받으라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사건도 그중 하나"라며 "심평원 내부의 문제였지만 의료기관도 이처럼 묻지마식 행정처분의 대상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이런 식의 행정처리는 사회적인 신뢰자본 파괴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결과적으로 법원은 '아니다'라고 봤다.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중동 국가 바레인과 '건강보험시스템 구축 프로젝트 계약'을 체결하고 바레인 정부 고위 관계자와 가진 저녁 식사 자리 등에서 '호화 접대'를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저녁 식사 비용과 숙박비 일부는 바레인 계약업체가 계산했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질타 소재로 등장했고, 권익위원회는 "김영란법 위법 소지가 있다"는 유권해석을 냈다. 여론이 악화되자 보건복지부는 심평원이 진행했던 감사를 다시 진행했고, 직원들이 김영란법을 위반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를 반영해 심평원 감사실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에 이르렀다.
심평원 감사실은 애초에 해당 직원들에 대해 '경고' 조치를 내렸지만 부정적 여론이 거세지고 복지부 감사에서도 "법 위반"이라는 결론을 내자 경찰 수사까지 의뢰하게 됐다.
문제의 중심에 있는 바레인 프로젝트는 바레인에 보건 의료 IT 시스템을 구축하는 155억원 규모 사업으로 2017년 심평원이 수주했다.
국가 대 국가 간 사업을 통해 건강보험 제도와 운영 시스템을 수출한 세계 최초의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심평원은 바레인 프로젝트를 통해 계약 금액 310여억원과 민간 일자리 200여개 창출 등의 성과를 거뒀다.
심평원은 프로젝트 수주 후 국내 업체 한 곳인 L사와 용역계약을, L사는 바레인 현지 업체 한 곳인 I사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바레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2019년 4월, 제주도에서는 무슨 일이
김영란법 문제는 2019년 4월, 제주도에서 바레인 인사가 참여한 가운데 열린 '제7차 운영위원회' 행사 과정에서 불거졌다.
운영위원회는 바레인 국가건강보험시스템 구축 프로젝트 완성도를 제고하고 사업 전반의 진행사업항점검 및 주요 의사결정을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바레인 보건최고위원회(바레인 보건위 의장 및 사무총장, 보건부 장관) 3인과 심평원 3인(원장, 기획조정실장, 국제협력단장)으로 구성해 양국에서 교대로 위원회를 개최하기로 약속했다.
김영란법 위반 사건에 얽힌 심평원 직원은 총 17명으로, 모두 7차 운영위원회 사전 준비, 회의 진행 등을 담당하기 위해 제주도로 출장을 갔다.
심평원은 운영위원회 개최 관련 호텔 객실, 회의실, 차량 등 제반 비용과 관련해 용역회사인 L사와 협의했다. 행사운영에 들어가는 제반 경비 중 예산을 초과하는 부분은 L사와 하도급 계약을 맺은 I사의 행사 운용 예산에서 집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호텔 숙박비 초과금과 식비 등 총 597만원을 I사가 내게 된 것.
5일 동안 제주로도 출장을 다녀온 직원들을 바라보는 내부 시선은 곱지 않았다. 불법 부당행위 내부 신고시스템 '레드휘슬'에는 '외국인과 회의를 가장한 호화 술 파티'라는 제목의 익명 제보가 올라왔고, 이는 일파만파 퍼졌다.
권익위원회, 경찰까지도 "김영란법 위반이 맞다"고 봤다. 경찰은 김영란법 위반으로 과태료 처분을 내렸다. 연루된 직원들은 대형 로펌을 선임해 법적 대응에 나섰다.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김영란법 위반이 아니라는 것.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재판부는 "심평원 직원들이 제공받은 숙박비와 식비 등은 운영위원회 개최 및 진행에 필요한 경비에 해당한다"라며 "심평원이 L사와 맺은 용역계약에는 L사가 운영위원회 개최 및 진행을 지원해야 하는 채무가 포함돼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심평원은 L사에 운영위원회 제반 비용 관련 협의를 요청했고 용역회사와 I사 역시 하도급 계약을 체결했다"라며 "I사가 지급한 숙박비와 식비 등은 사적 거래로 인한 채무의 이행 등 정당하게 제공한 금품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심평원 직원이 받은 숙박비 및 식비도 김영란법에서 인정하는 '공직자 등의 직무와 관련된 공식적인 행사에서 주최자인 심평원으로부터 통상적인 범위에서 일률적으로 제공받는 교통, 숙박, 음식물 등의 금품'이라고 봤다.
법원은 최근 김영란법에서 수수를 금지하는 금품 등을 받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로 인해 심평원 직원 '호화 접대' 사건은 일단락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묻지마식 행정처분은 내외부 신뢰 파괴'로 이어진다며 씁쓸한 현실을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심평원 관계자는 "처분에 관여한 사람들은 윗사람이 시켜서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하고, 소송 당사자들 역시 당시 윗사람이 시켜서 어쩔 수 없었다고 호소한다"라며 "국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프로젝트 수주에 일조하고도 부정 신고의 대상이 될 수도 있는데 앞으로 누가 자진해서 이런 대형 프로젝트를 위해 나서겠나"라고 자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료계 관계자도 "행정처분을 해놓고 억울하면 법원에서 무죄 받으라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사건도 그중 하나"라며 "심평원 내부의 문제였지만 의료기관도 이처럼 묻지마식 행정처분의 대상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이런 식의 행정처리는 사회적인 신뢰자본 파괴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