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중소병원 적정성 평가 결과…간호사 한명이 178명 전담
정신병원 간호사 인력 현황 더 열악…평가 개선 작업 돌입
중소병원 5곳 중 한 곳은 의료법에서 정하고 있는 의사 1인당 환자 수 기준을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 한 명이 최대 142명의 환자를 전담하고 있었다.
간호사의 현실은 더 심각했다. 간호사 한 명이 178명에 달하는 환자를 본다는 결과가 나온 것.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2021년 전국 중소병원 1325곳을 대상으로 첫 적정성평가를 실시한 결과를 4일 공개했다.
심평원은 평가 대상이 됐던 중소병원 각각의 결과는 개별 통보하고 대외적으로는 공개하지 않았다. 대신 중소병원의 현실을 확인할 수 있도록 평가 결과 보고서는 공개하고 있다.
2020년 기준 전국 1515개의 중소병원 중 62.5%가 100병상 미만이었다. 중소병원에는 전문병원, 재활의료기관, 정신병원이 모두 포함돼있다. 서울과 경기도, 인천 등 소위 수도권에 38.7%의 병원이 몰려있었다. 경상권이 33.3%로 뒤를 이었으며 전라권 15.6%, 충청권 8.9% 순이었다.
전체 의료기관의 급성기 병상은 37만5723개인데 이 중 44%인 16만5467개가 300병상 미만 병원이 갖고 있는 병상이었다.
심평원은 2019년 11월부터 2020년 10월까지 데이터를 통해 의료법상 '병원'인 기관 1325곳을 대상으로 적정성 평가를 진행했다. 이 중 정신병원은 119곳이다.
평가 지표는 ▲의사 1인당 환자 수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다인실 평균 병상 수 ▲감염예방 관리체계 ▲환자안전 관리체계 ▲입원환자 병문안 관리체계 ▲감염예방 관리활동 ▲환자안전 관리활동 등 8개다.
현행 의료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의사의 연평균 1일 입원환자는 20명이다. 외래환자 3명은 입원환자 1명으로 환산한다. 간호사 한 명당 봐야 하는 입원환자 숫자는 2.5명이다. 외래환자 12명은 입원환자 1명으로 환산한다.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을 보면 정신병원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한 명당 입원환자 60명을 보도록 하고 있다. 간호사는 13명을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평가 결과 의사 한 명이 진료를 담당하는 하루 평균 환자 숫자는 평균 18.7명이었고 최대 142명까지 진료하는 병원이 있었다.
정신병원 119곳만 따로 떼놓고 보면 상황은 훨씬 열악했다. 의사 1인당 일평균 환자 수는 49.2명이나 됐다. 142명의 숫자도 정신병원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한 명이 담당하는 환자 숫자였다. 정신병원을 제외한 병원 의사 한 명당 환자 수는 평균 15.7명으로 줄어든다.
병원 1194곳 중 의사 1인당 환자 수가 법에서 정하고 있는 20명 이하인 기관은 926곳으로 77.5%를 차지했다. 바꿔 말하면 22.4%는 의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환자 20명 당 의사 1명 규정을 초과하고 있다는 소리다. 5곳 중 한 곳 꼴이다. 정신병원은 32.8%인 39곳이 관련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환자 60명 당 정신과 전문의 한 명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었다.
간호사 상황은 더 심각했다. 평균치부터 법 규정 인원 수를 넘어버렸다.
간호사 한 명당 일평균 환자 수는 평균 6.1명이었고 최대 178.8명에 달했다. 정신병원은 평균이 15.9명으로 평균값이 더 높았다. 병원 1190곳 중 절반에 가까운 542곳(45.5%)은 간호사 1인당 일평균 환자수가 2.5명 이하였다. 절반 이상은 간호사 인원을 초과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정신병원 118곳 중 간호사 1인당 환자 수가 13명 이하인 기관은 26곳으로 22%에 불과했다. 92곳은 법 규정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소리다.
"인력수급 어려운 현실부터 개선해야" 비판
중소병원 인프라 파악에 치중된 1차 평가 결과를 공개한 후 의료현장에서는 '누구를 위한 평가인가'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특히나 인력수급 어려움은 대부분의 중소병원이 겪고 있으며 대책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경상권 중소병원 관계자는 "병원 규모가 30병상에서 최대 800병상까지 다양한 상황에서 병원별 편차도 당연히 클 수밖에 없다"라며 "특히 의사, 간호사 등 법적 인력 충족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대한병원협회 임원도 "중소병원 적정성 평가가 아니라 유형 파악 후 그에 맞는 개별적 평가 항목 마련이 타당하다"라며 "간호조무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등 다양한 의료인력을 감안한 기준이 필요하다. 결과도 해당 병원과 비슷한 기관의 평가결과 안내가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평가를 진행한 심평원 역시 이 같은 지적에 공감을 표시했다.
심평원 평가실 관계자는 "중소병원은 고유명사처럼 쓰고 있는데 실질적인 평가 대상 기관이 의료법상 병원이기 때문에 형평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평가 전부터 있어왔다"라며 "실제로 최소 30병상부터 최대 800병상까지 병상 수 편차가 컸다. 진료과목도 한 개의 외래 베이스 병원이 있는가 하면 진료과목 20개 이상의 종합병원에 준하는 기관도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심평원 이런 현실적인 부분을 감안해 중소병원 적정성 평가 개선 작업에 돌입했다. 우선 1억원을 투입해 '중소병원 적정성 평가 개선방안'을 위한 연구용역부터 진행한다.
심평원 관계자는 "1차 평가는 실태 파악을 한다는 취지로 진행한 것으로 기관 간 비교가 불가능한 결과라고 판단했다"라며 " 병원별 맞춤형 평가체계 마련이 시급함에 따라 인력 시설 환자구성 및 주요 진료과목 기반 병원 유형 분류체계를 완성하고 유형별 평가지표를 마련해 새로운 중소병원 평가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6개월 정도 연구를 진행하면서 하반기에 새로운 평가계획을 수립해 연말에는 새로운 중소병원 평가 계획을 발표하고 이듬해 평가를 진행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