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의사회 성명서 내고 단계적 관리 및 기관 설립 촉구
"법적인 걸림돌 많아…인구 감소 막으려면 청소년 신경써야"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청소년들이 늘어나면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 이들에 대한 정신건강 관리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19일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성명서를 내고 청소년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정신건강기관 설립 및 지역 정신건강의학과와의 협조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청소년의 어려움을 배려하는 취지에서 법적·금전적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는 2018년 이후 청소년 자살률이 증가세를 보이는 것의 대책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올해 통계청이 발표한 ‘아동 청소년 삶의 질 2022’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0~17세 아동 청소년 자살률은 2021년 기준 10만 명당 2.7명에 달했다. 자살이 가장 큰 청소년 사망 원인이 된 것.
더욱이 최근 외국 사례를 모방해 자살 장면을 생중계하거나, 타해 후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목격자·주변인들의 트라우마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어린 나이에 생명을 잃고 심리적 트라우마를 겪은 청소년들에 대해 큰 슬픔과 위로를 전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청소년 자살은 더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문제이며, 함께 노력하고 예방해야 한다"며 "희생자 주변 청소년들은 충분히 애도하되, 감정을 표현하며 나와 주변 사람들의 정신건강에 대해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청소년 자살은 주관적 동기가 분명하고, 복수심으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또 청소년 우울증은 단순 우울감보다는 짜증·충동성·분노 등이 동반되는 경우가 더 많다고 전했다. 적절한 치료를 통해 이런 증상을 조절한다면 극단적인 선택을 막을 수 있다는 것.
또 해당 사건을 직·간접적으로 접한 청소년들이 트라우마에 대해 시달리거나 모방행위를 하지 않도록 사후 예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소년은 또래 집단의 기준을 중요시하고 주면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성장하고 자기 가치관을 형성하는 만큼, 학교·부모가 아닌 기관에서 어려움과 비밀을 털어놓고 상의할 수 있는 체계가 시급하다는 설명이다.
단계적인 예방책도 제시했다. ▲1차적으로 또래들이 서로를 돌보며 예방 역할을 하며 전체적으로 자살 위험에 대해서 선별할 수 있도록 하고 ▲2차적으로 고위험군 청소년들이 적절한 치료·상담을 받을 수 있는 기관 마련 및 법적 체계 확립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3차적으로는 사건·사고가 발생했을 때 다른 청소년들이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사후 예방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청소년이 부모의 동의 없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는 것이 어려운 현실을 지적했다.
이 때문에 자기 문제가 부모에게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한 청소년이 상담을 마음껏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또 절차적인 부분에서 곤란을 겪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원도 많아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상담을 비롯한 추후 처방 등이 원활히 이뤄지려면 이런 부분에 대해 해결이 필요하다"며 "저출산 문제와 인구 감소를 해결하려면 출산 장려에만 몰두하기보다 자라나고 있는 청소년의 생명을 소중히 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 직속으로 청소년의 미래를 위한 자문기구를 설립해 각계각층의 전문가의 힘을 모아 총체적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며 "우리는 전문가의 역할을 충실히 하며 협조할 준비가 돼 있다. 더는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고, 이번 사건의 파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