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신건강복지센터 역할론 모색
"우수 프로그램마저 의학적 관점의 근거 수준 빈약"
정신질환자관리, 정신건강증진, 자살예방사업 등으로 구성된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주요 서비스에 대해 근거가 빈약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역 센터별로 다양한 정신건강프로그램이 개발, 시도되고 있고 이에 대한 효과성 검증이 필요하지만 현장의 현실 여건상 근거 평가가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
이에 연구진은 근거기반 서비스와 근거가 없는 서비스가 실제 효과면에서 차이를 만들어내는 임상 연구를 통해 분석하고, 이를 근거중심 행위의 예산 확보 동력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20일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롯데호텔서울에서 제66차 정기총회 및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최근 도시 고도화, 인구 과밀화 등으로 수요가 증대되고 있는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역할 변화 방향에 대해 모색했다.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아동, 청소년, 성인, 노인에 이르는 전 생애주기 정신건강관리, 스트레스 관리에서부터 심각한 자살문제까지 다양한 정신건강 문제에 개입해 정신건강서비스를 제공한다.
정신건강을 중심으로 상담 및 예방 사업 및 치료, 예후 관리와 같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특히 중증정신질환자의 삶의 질 향상과 재활, 사회적응력을 높이기 위한 정신질환자관리사업이나 정신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정신건강상담을 제공하며 치료와 연계하는 정신건강증진사업은 고도의 전문성 및 근거가 요구된다.
'근거기반의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서비스 개발 필요성'을 발표한 이해우 서울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정은 최근 각 센터별로 다양한 서비스가 개발, 시도되고 있지만 실제 효과에 대한 면밀한 평가가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과장은 "2022년 지역사회 정신건강 우수 프로그램 발굴 및 요구도 조사 연구 과제를 살펴보면 중증정신질환에 대한 체계적 문헌고찰은 15건, RCT나 코호트와 같은 체계화된 근거 평가는 27건 등 총 60건에 달한다"며 "반면 조기정신증은 3건, 아동청소년은 3건, 중독 관련 연구는 10건에 불과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증정신질환자의 정신의료기관 이용과 관련된 동료지원 서비스에 대한 체계적 문헌 고찰이 2020년 이뤄졌다"며 "관련된 선행연구를 체계적 문헌고찰 방법으로 검색하고 분석해 향후 실무에 적용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목적 아래 연구가 수행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크란 연합 및 한국 보건의료 연구원이 제시한 문헌고찰 지침에 따라 시행한 결과 무작위 대조군 실험설계가 8편으로 가장 많았고, 후향적 코호트 연구가 4편, 유사 실험 설계가 2편이었다"며 "분석 결과 위기쉼터를 비롯한 동료 운영 서비스와 일대일 멘토링 서비스가 중증정신질환자의 정신의료기관 이용률의 감소와 회복에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이와같이 체계적인 방법으로 그 실제 효과를 증명한 서비스가 있는 반면 다수의 서비스들은 이런 엄격한 '검증'을 거치지 않는다는 것. 심지어 국가 정신건강센터 우수 프로그램으로 선정된 것 역시 비슷한 문제를 공유한다는 지적이다.
이 과장은 "2020년 자살예방 및 정신건강증진 우수사례를 보면 활용 전파 가능성, 연계 협력성 등을 살피지만 사례개입을 통해 욕구 충족 및 목표가 달성된 것을 알 수 있는지 심사하는 효과성 항목의 평가 반영은 20%에 그친다"며 "반면 지자체 노력도는 30%, 활용 전파 가능성은 30%로 효과성 검증이 상대적으로 부진하다"고 말했다.
그는 "재활 시설까지 포함해 전국 580여개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대한 지역사회 정신건강 우수 프로그램 발굴 및 요구도 조사 연구 과제를 진행한 결과 의학적 관점에서 근거 수준은 너무 빈약했다"며 "프로그램 시행의 레퍼런스 및 평가 툴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부족했고 RCT 역시 거의 없다시피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 합동 평가를 거친 우수 사례 평가에 포함된 프로그램마저 의학적인 관점에 부합하는 근거 기반, RCT 기반의 프로그램은 거의 없었다"며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재활 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RCT까지 엄격한 근거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프로그램 시행의 의학적 근거, 레퍼런스는 확보돼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고 덧붙였다.
예산 확보의 원동력은 근거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강력한 근거 기반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향후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정신건강증진 서비스 개발과 적용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것.
이 과장은 "실제 의학적인 근거있는 정신건강 서비스들이 효과면에서 어떤 차이를 만들어내는지 확인하기 위해 올해부터 지역 사회에서 RCT 기획과제를 시작했다"며 "근거가 있는 서비스 및 근거없는 서비스를 두 군으로 무작위 할당하고 비교해 어떤 차이가 있는지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연구를 통해 근거가 실제 효과 차이를 만들어 낸다는 증거를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면 예산을 확보하는 데 있어서 좀 더 힘이 실릴 것으로 본다"며 "센터에서 가장 만성적인 문제였었던 인력 문제와 여러 인프라 해결의 단초 역시 근거 기반의 서비스에서 비롯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