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면역학회, 국제학술대회서 연구원 설립 공청회 개최
"주요 선진국, 면역 등 기초 과학 분야 국가 주도 연구 지원"
"현재 국내 면역학 관련 연구의 학점은 C~D 수준입니다."
대한면역학회가 국립면역학연구원 설립 공론화에 시동을 걸었다.
국내 면역학 연구자는 최대 50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지만 이들을 총괄해 면역 연구의 거점 역할을 수행할 기관이 없어 소규모의 개별적 연구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 학회 측의 판단.
국립면역학연구원이 허브 역할을 하고 기존의 대학, 연구소, 사업단, 기업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는다면 R&D가 효율적으로 진행돼 연구원 하나로 수백 개의 사업단과 맞먹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13일 면역학회는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국제학술대회(KAI 2023)를 통해 국립면역학연구원 설립 공청회를 진행했다.
국내의 경우 일부 의과대학에서 자체 면역연구소를 운용하고는 있지만 개별적인 연구에 그치고 있어 전체를 총괄, 팬데믹 대응 역량 강화와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할 만큼의 여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과 같은 굵지한 바이오업체들이 주로 면역 관련 제제를 양산, 전세계적인 수요를 충당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면역학을 집중 연구하는 구심점에 대한 필요성이 의학계로부터 나오고 있다.
실제로 독일은 과학 진흥을 목적으로 독일 내 여러 연구소를 관리·경영하는 비영리 연구 기관 연합회인 막스 플랑크(Max Planck)협회를 운용하고 있는데 연방 정부와 주 정부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는다.
막스 플랑크협회는 80여개의 연구소로 이뤄져 있으며 면역생물학 및 후성유전학 연구소를 별도의 기관으로 운영하고 있다.
1934년 설립된 이스라엘의 와이즈먼(Weizmann)이나 미국의 NIAID, 일본 RIKEN도 국가 주도의 거점 연구기관으로 설립돼 면역학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국립면역학연구원 설립의 타당성을 발표한 전창덕 대한면역학회장은 "면역학은 질병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된 분야로 건강한 수명 연장의 근간이 되는 학문"이라며 "면역학은 의생명 산업의 반도체 분야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면역학은 첨단 바이오산업과 직결돼 있어 직접 국부 창출의 기반으로 이어진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씨젠, 제넥신 등은 모두 면역학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고 선진국들은 국가차원의 선도 연구기관을 운용해 원천 기술 개발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R&D 투자 비용은 5위권으로 결코 적지 않지만 문제는 국내에는 대학부터 연구소, 사업단, 기업까지 나눠져서 개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기자재가 있는데 인력이 없거나, 인력은 있는데 기자재가 없는 등 R&D 비용의 낭비나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의 연구 풍토는 실용적 기술 개발에 집중할 뿐 원천 기술, 과학에 집중하지 않는다는 것.
정부의 R&D 투자금은 세계 5위 규모에 달한다. 2019년 상위 1% 논문 수는 하버드 대학이 7200개, MIT가 2600, 옥스포드가 2200개에 달하지만 한국의 경우 주요 5개 대학을 다 합쳐 1300개에 불과하다.
R&D 투자 지원을 통해 연구의 양적인 팽창은 이뤘지만 질적인 성장은 하지 못했다는 '학점 D' 평가가 박하지 않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국립면역학연구원의 구조는 ▲국가 면역연구 정책·전략 수집과 지원 글로벌 네트워크 ▲면역 원천기술 개발 ▲연구 인프라 구축 및 지원으로 구분된다.
면역 원천기술 개발을 통해 기초과학부터 임상 연구, 산업화까지 이어지는 체계적 시스템을 만든다.
이어 연구 인프라 구축 및 지원 분야에선 필수 기초·대형 연구 장비 구축과 공동활용, 면역/감염 질환 특화 동물모델 전국적 관리, 국가 면역은행 조직 및 관리가 이뤄진다.
국립면역학연구원의 구조와 역할을 발표한 최윤석 대한면역학회 기획위원장은 "연구원은 국가적 아젠다를 창출하는 원천 기술 연구, 기초-임상-산업 네트워크 형성, 연구 인프라 지원사업 세 축을 중심으로 한다"며 "이를 통해 글로벌 면역 연구기관 및 국부창출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구 사업은 면역기전 및 질환 중점연구를 위한 기초 연구, 기초-임상-산업 연구를 위한 융합 연구 두 파트로 나뉜다"며 "기초연구는 면역기전 규명과 조절 기술 개발, 면역질환 원인 규명, 제어법 개발에 초점을 맞춘다"고 말했다.
이어 "융합연구는 면역연구 원천기술 개발 및 플랫폼 구축, 국내외 면역연구 기관간 협력을 추진한다"며 "국가면역 은행은 면역 연구의 핵심 재료인 환자 생검 자원 수집 및 분양, DB 구축을, 면역연구정책센터는 국가 면역연구 정책·전략 수집과 지원, 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담당한다"고 덧붙였다.
학회는 이날 공청회를 기점으로 2024년 연구원 설립을 위한 법령 제정 근거 마련 작업 등으로 지속적으로 공론화를 시도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