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선택진료제 폐지땐 수가 올려야"

박진규
발행날짜: 2004-09-24 06:48:03
  • 시민단체 "반드시 폐지시킬 것" … 논란 갈수록 확산

건강세상네트워크 등 시민단체들이 선택진료제가 환자의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기본 취지와 다르게 의료기관 수익 보장을 위한 수단으로 불법 편법으로 운영되며 환자에게 이중부담을 안겼다며 폐지를 주장하면서 선택진료제 존폐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 2000년 1월 의료법(37조의 2) 개정으로 본격 도입된 선택진료제는 종합요양기관의 중요한 수입원으로 자리잡았다.

"선택진료제 폐지"= 시민단체들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의 경우 지난해 총 진료수입 2500억원 가운데 12%인 300억원이 선택진료비 수입이었다.

이중 상당부분이 ▲선택진료에 대한 사전동의가 없었는데도 환자에게 선택진료비 부과 ▲선택진료를 신청한 의사 외에 다른 의사의 이름으로 선택진료비 부과 ▲선택진료 자격이 되지 않는 의사나 전공의가 선택진료를 하고 이에 대한 추가부담을 환자에게 부과 ▲특정진료과에 선택진료 의사만 있어 선택의 여지가 없는 등 불법 편법 운영에 따른 수입이었다는게 시민단체측 주장의 요지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준현 환자관리팀장은 "선택진료제가 환자의 선택권 보장보다 의료기관의 수입을 늘려주는 결과를 낳았다"며 "선언으로 그치지 않고 강력하게 폐지운동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따라서 이 제도의 모법인 의료법 37조2 삭제 추진, 10월부터 주요 대학병원 앞에서 국민 서명운동 및 홍보사업 전개, 민원사례를 취합 부당하게 징수된 선택진료비 환불 운동 등을 벌여나가기로 했다.

시민단체는 선택진료비 폐지에 따른 대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수가 인상을 주장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존속돼야"= 병원협회 관계자는 "전문의 1년차나 베테랑 의사나 수가가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선택진료제를 폐지하면 환자들의 선택폭은 그만큼 줄어들고 양질의 진료 받을 기회를 얻기 힘들다"며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이 많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선택진료에 대한 일부 설명의무의 한계가 있고 선택진료가 일부 행위에만 국한되어 있고 진료지원과의 선택진료 지정과정에서 민원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개선 노력을 기울여 제도 시행 취지가 충분히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병원계는 또 "건강보험수가와 종별가산율 적용이 선택진료제 폐지의 논거가 될 수는 없다"고 존속을 거듭 주장하고 원가 보전도 못하는 수가부터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복지부 입장= 복지부는 선택진료에관한 규칙을 준수하지 않는 의료기관에 대해 행정처분을 내리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중이다.

선택진료제에 대한 시민단체의 문제제기와 환자들의 민원이 잇따르는데다 국회도 문제 삼을 태세여서 손질이 불가피하다는 것.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관계자는 "규칙에 처벌규정을 마련하려면 먼저 상위법인 의료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관련부처나 단체의 입장을 고려해야 하는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며 "하지만 시민단체의 폐지주장은 수가인상 요인 발생, 양질의 진료혜택 축소 등 많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현재로선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지난 13일부터 2주 일정으로 전국 42개 종합요양기관을 대상으로 선택진료제도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현재 업무 폭증으로 조사가 제대로 안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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