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시진·촉진 의존해 부작용 놓쳐 환자 하지 절단…주의의무 위반"
"술기상 과실 없고 고령환자의 건강상태 등 고려해 손해배상 책임 제한"
낙상으로 인해 우측 슬관절 인공관절 재치환술을 받은 환자가 동맥 손상 부작용으로 결국 하지 절단에 이른 사건과 관련해, 의사에게 9000만원 이상의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판사 이강호)은 환자 A씨가 의사 B씨 등에게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의사 B씨 등에게 9100만원의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86세의 고령 환자 A씨는 지난 2021년 8월 24일 낙상으로 인한 우측 무릎 부분 통증을 호소하면서 의사 B씨가 근무하는 병원을 찾았다. A씨는 10여 년 전 다른 병원에서 우측 슬관절 인공관절 치환술을 받은 경험이 있다.
'우측 대퇴골 원위부 삽입물 주위 골절(우측 슬관절 인공관절 치환상태)'로 진단된 A씨는 병원에 입원 후 8월 30일 B씨에게 우측 슬관절 인공관절 재치환술을 받았다.
해당 병원에서 치료를 이어가던 A씨는 9월 6일경 본인의 주소지 인근에 있는 병원으로 전원됐다. 당시 진료의뢰서에는 A씨의 병명이 '심부정맥혈전증 의증'으로 기재돼 있었다.
또한 환자상태 및 진료의견란에는 '수술 전 시행한 혈액검사 결과 적혈구 수치 12.7에서 수술 후 8.2까지 떨어진 상태로 응급수혈 필요할 것으로 사료되며, 현재 우측 하퇴부 심부정맥혈전증 의심되는 상태로 도플러 초음파 검사 등 추가 검사 및 처치 위해 전원 의뢰 드리오니 고진 선처 부탁드립니다'라고 기재됐다.
인근 병원으로 이전된 A씨는 혈관 조영 검사 결과 우측 무릎 근위부에 동맥이 손상 및 막혀있는 소견이 관찰됐으며 무릎 주변의 괴사 등이 진행된 상태로, 의료진은 우측 하지 부분 대퇴부 절단술을 시행했다.
이에 A씨는 B씨가 치료 과정에서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소송을 진행했다.
A씨는 "수술 후 후유증에 관한 관찰 및 치료 과정에서 의사가 주의의무를 위반하고 그로 인해 전원이 늦어졌다"며 "결국 의료과실로 인해 절단술을 받았기 때문에 B씨는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병원측은 A씨의 동맥 손상에 대해 의료진 과실이 없더라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에 해당한다고 반박하며 술기상 과실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A씨에게 혈전방지 스타킹 착용 및 혈전제 재개 등의 조치를 취했다고 강조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B씨의 수술로 인해 동맥 손상이 발생했고, 이를 알아차리지 못해 환자가 우측 하지를 절단했다는 인과관계를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의사 B씨는 수술 직후부터 환자 A씨 수술 부위의 통증과 부종, 냉감, 피부색 변화, 감각 저하 등의 증상을 인지하고 있었다"며 "이는 수술 과정에서 동맥 손상으로 인해 우측 하지 부분에 혈액 공급이 제한돼 발생하는 증상으로 의심하기 충분했다"고 밝혔다.
또한 법원은 "증상을 인지했다면 즉시 소형 도플러, 혈압계, CT검사 등을 통해 혈류 상태를 파악했어야 한다"며 "그렇게 했다면 혈관폐쇄 골든타임 내 재개통술 등의 조치를 취하거나 인근 병원으로 전원해 하지 절단의 결과를 예방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어 "하지만 의료진은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고 정확성이 떨어지는 시진 및 촉진 등을 통해서만 A씨의 혈류를 확인했다"며 "그 결과 동맥 손상에 의한 것이 아니라 심부정맥혈전 등 다른 원인이 있다고 판단해 그에 따른 치료 및 조치만을 취했다"고 말했다.
다만 재판부는 의료진의 술기상 과실이 없다는 점과 환자가 고령이라는 점 등을 고려해 의사 책임을 70%로 제한했다.
법원은 "A씨의 후유증이 수술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보이지만 술기상 과실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며 "또한 환자가 고령으로 이미 인공관절 치환술을 받은 전력이 있으며 그 외에도 고혈압, 당뇨 등 여러 기저질환을 앓고 있어 건강상태가 회복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 고려해 손해배상액을 결정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