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리서치]5시간을 20분으로 단축 '장점' 연구경쟁 가열
미국 등에서는 이미 자리매김…국내 시장 성공 가능성 관심
글로벌 제약사들이 자사 보유 정맥투여(IV) 형태 치료제의 피하주사(SC) 제형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긴 투여시간이 소요되는 IV 형태 치료제의 단점을 보완하고자 항암제 영역 전반으로 SC 제형 전환 흐림이 확대되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이러한 흐름에 SC 제형 기술을 보유한 국내 기업까지 덩달아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렇다면 실제 임상현장에서의 성공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항암제들의 SC 제형 전환 흐름 속에서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시선이 실제 임상현장으로 쏠리고 있다.
항암제 전 영역으로 확대되는 SC 제형
24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제약사들이 특허 만료 방어 등을 이유로 자사가 보유한 IV 제형 항암제들의 SC제형 전환을 위한 임상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여기서 SC 제형은 피부 아래 조직에 약물을 주사하는 것이다. 보통 팔뚝이나, 허벅지, 복부에다가 주사를 놓는다.
그동안 항암제는 정맥으로 주사를 놓는 IV 제형이 대부분이었다. 약물의 빠른 흡수와 정확한 투여가 장점이지만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항암제 정맥주사를 위해 환자는 병원을 방문해야 하며 보통 4~5시간 주삿바늘을 꼽고 있어야 하는 부담을 갖기 일쑤였다.
반면, 항암제를 SC 제형으로 개발 할 시 환자 투약 편의성이 대폭 개선된다는 장점이 있다. 약물 투여 시간은 수 시간에서 최대 10분 이내로 줄어들기 때문에 환자는 항암제 주사를 위해 긴 시간 병원에 머물 필요가 없어진다.
이에 따라 면역항암제를 보유한 글로벌 제약사들이 SC 제형 전환 임상 및 허가 추진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올해 1월 로슈가 '티쎈트릭(아테졸리주맙)' SC 제형에 대한 유럽의약품청(EMA) 품목허가를 받은 데 이어, BMS‧오노가 '옵디보(니볼루맙)'를, MSD가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 SC 제형 연구개발 최종 단계에 다다른 상황이다.
이들 면역항암제들은 특허 만료로 인한 매출 감소를 방어해야 한다는 공통분모가 존재한다.
여기에 미국 시장으로 대표되는 글로벌 시장에서 환자 접근성 측면에서 SC 제형이 가진 장점이 더 크다는 것도 개발 열기에 기름을 붓고 있다. 대표적인 품목이 존슨앤드존슨(J&J)의 리브리반트(아미반타맙)다.
현재 J&J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 공개된 PALOMA-3 연구를 통해 IV 제형 대비 SC 제형의 비열등성을 확인 한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최근 FDA에 리브리반트 SC 제형의 추가 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연세암병원 조병철 교수(종양내과)는 "미국에서는 주사제에 대한 인센티브가 있는데 정맥주사를 쓰나 피하주사를 쓰나 보상 정도가 같다"며 "굳이 흔히 나타나는 주사관련 이상반응이 나타나는 정맥주사 형태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같은 병원 임선민 교수(종양내과) 역시 "피하 주사로 진행되면 1~2분이면 리브리반트 투약이 이뤄진다. 정맥주사 형태로 생겨날 수 있는 이상반응이 있다면 고열 및 혈압이 떨어진다는 점"이라며 "피하 주사로 진행된다면 이러한 이상반응이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도입되는 SC 제형 '성공할까'
글로벌 시장에서의 이 같은 흐름 속에 국내 임상현장에서도 기존 IV 제형의 단점을 극복한 SC 제형 품목 도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품목을 꼽는다면 최근 급여로 도입된 로슈의 페스코다.
페스코는 정맥주사 제형인 허셉틴(트라스투주맙)과 퍼제타(퍼투주맙)를 피하주사제로 변형시켜 개발된 항암제다. 국내에서는 최초의 개량 생물의약품으로 지난 2021년 9월 허가를 받았다.
이에 따라 페스코는 IV 제형인 두 품목을 하나로 합쳐 SC 제형으로 개발, 유방암 환자들의 치료제 투여 시간을 대폭 감소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개량신약 가산도 받아 최근 급여로 적용받아 임상현장 활용이 시작됐다. 실제로 허셉틴·퍼제타 정맥주사로 3주마다 유지요법 치료를 받던 전이성 HER2 양성 유방암 환자가 페스코 SC로 변경한다면 4시간이 넘는 투약 및 모니터링에 시간이 20분까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남은 것은 국내 임상현장에서 얼마큼 SC 제형이 활용 가능할지다.
환자 투여 면에서는 분명한 장점이 존재하지만 미국 등 글로벌 시장과 달리 국내 임상현장에서는 지리적 접근성이 뛰어난다는 점에서 시장을 빨리 대체하기란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동시에 의료진이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SC 제형으로 선뜻 변경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적지 않다.
하지만 대부분의 항암제 투여가 대형병원 중심으로 이뤄지는 데다 현재와 똑같이 주사실에서 이뤄진다는 점이 더 긍정적일 것이란 의견도 존재한다. 오히려 많은 환자가 투여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 SC제형의 빠른 안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의견이다.
삼성서울병원 박연희 교수(혈액종양내과)는 "국내 환자들은 병원에서 기다리기를 원하는 경우가 있고, 큰 병원의 경우는 대기 시간이 길어 (SC 제형)갈아타는 것을 선호할 수 있다"며 "임상연구 외 실제 현장에서 처방된 지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장은 기다리더라도 정맥주사를 선호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