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의료의 시대 이카루스가 주는 교훈

고상백 교수
발행날짜: 2024-10-14 05:30:00
  • [연재 칼럼]고상백 교수의 의학과 미술

이카루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다이달로스의 아들이다. 크레타왕 미노스는 왕비 파시파에가 소의 머리를 가진 괴물 미노타우루스를 낳자, 괴물을 가둬 둘 미궁 라비린트(Labyrint)를 다이달로스에게 만들게 했다. 나중에 아테네 영웅 테세우스가 미노스 왕의 딸 아리아드네의 도움을 받아 라비린트에서 빠져 나오게 되는데, 실타래를 통한 탈출방법을 일러 주었기 때문에 미노스의 노여움을 샀다. 이카루스와 다이달로스는 갖힌 미로에서 도망치기 위해 밀랍과 깃털로 날개를 만들어 하늘로 날아 탈출했다. 이카루스는 하늘 높이 올라가지 말라는 아버지의 경고를 잊은채 높이 날아 올랐고, 결국 태양열에 밀랍이 녹아 에게해에 떨어져 죽었다.

브뤼겔, 이카루스의 추락이 있는 풍경 1558 Pieter Brugel the Elder, Lanscape with the fall of Icarus, 1558

아름다운 비극의 주인공 이카루스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피터르 브뢰겔(Pieter Bruegel, 1525-1569)의 그림에서 이카루스는 막 바다에 빠진 두 다리만이 보일 뿐이다. 그것도 중앙이 아니라 오른쪽 범선 아래편 구석에 보일까 말까 한다. 숨은 그림 찾는 것 같다. 이카루스에게 비극의 죽음이 닥쳤는데도, 농부는 아직 밭일을 하고 있고 목동은 양을 치고 어부는 낚시를 하고 있다. 물건을 실은 배들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태양은 언제나처럼 제 시각에 기울고 있다. 이카루스의 죽음이 상징하는 '거창한 비극이나 아름다운 모험'보다는, 지금 이 순간의 소소한 일상만이 강조되는 듯 하다.

위스턴 휴 오든(1907-1973)은 이러한 상황을 다음과 같이 시로 표현했다.

어떻게 모든 것이 이 고통에서 한가로이 시선을 돌리고 외면하는가.
농부는 분명 첨벙하는 소리와 그 외로운 외침소리를 들었으리라.
하지만 그에게 그 소리는 특별한 관심을 끌지 못했다.
태양은 늘 그렇듯 푸른 물속으로 사라지는 하얀 다리를 비추었고,
하늘에서 한 소년이 떨어지는 충격적인 장면을 보았을 호화로운 저 배도
유유히 제 갈 길을 갔을 뿐이다.

자유를 향한 비상, 도전정신, 위험을 감수한 모험 등 이처럼 가슴 두근거리는 것들이 바로 이카루스의 상징이다. 그런데 오랫동안 이카루스의 이야기는 도전 보다는 순응을 강조해 왔다. 모든 인류의 특징인 죽음이 오만에 대한 형벌이라고 강조하는 듯 하다. 하지만 신화는 욕망과 죽음(재앙) 사이의 불균형을 설명한다. 욕망은 별에서 온다는 뜻의 라틴어 desiderare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는 사람을 무한한 곳, 별을 향해 몰아가는 멀고 탐나는 대상에 대한 갈망이다. 그러나 무한에 대한 이러한 욕망을 그동안 우리는 인간 구조의 일부인 한계에 존재를 연결함으로써 그 성취가 불가능하다고 선언해 왔다. 극단적인 한계는 죽음이다. 질병은 죽음에 대한 예후이자 예견이다.

앙리 마티스, 이카루스, 1947Henri Marttise, Icarus, 1947

그러나 앙리 마티스(1869-1954)는 별을 향해 솟아오르는 욕망을 충족시키는 순간의 이카루스를 제시했지만, 추락의 재앙을 보여주지 않았다. 질병으로 인해 침대를 벗어나기 어렵고 붓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된 노령 예술가는 색종이를 원하는 모양으로 자르고 이를 캠버스에 붙이는 종이 데쿠페를 시도했다. 인물의 형상이 검은 종이에서 오려졌다는 사실은 20세기 화가에게 검은색은 죽음의 색을 의미한다.

심장의 빨간색 점이 제거되면 그림은 즉시 구도와 색채 모두에서 불균형이 되어 의미도 방향도 없이 하늘에 떠 있는 텅 빈 몸이 된다. 마티스는 파란 하늘에 노란 별을 그려 인간이 그토록 갈망하는 별을 향해 올라간다면, 그것을 정의하는 필멸의 한계에 갇힌 자신의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가슴에서 뛰는 이카루스 심장의 힘에 의해서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제안하고 있다.

시대는 바뀌고 있다. 새롭게 생각의 틀을 바꾸고, 사람과 아이디어를 연결하고 아무런 정해진 규칙 없이 도전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시대이다. 의학도 마찬가지이다. 수많은 의사들이 치료법이 없더라도 환자들을 내버려두기보다는 질병을 치료하고, 고통에 공감하고, 의학적 성공이 보장되지 않더라도 끊임없는 시도를 해왔다. 최근에는 더구나 의학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과거 의학은 경험중심 의학의 시대이었고, 현재는 근거중심 의학으로 평균에 기반한 임상진료지침을 통한 치료를 수행하는 시대다.

하지만 다가올 미래의학은 빅데이터, 인공지능, 디지털 기술 등에 힘입어 정밀의료 밎춤의학의 시대가 올 것이다. 이를 위해 주요 국가들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혁신주체들이 거시적이며 미래과제로서 잠재적 목표를 향해 혁신역량을 연계하여 도전적 과제 해결을 추구하기 위해 문샷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문샷 프로그램은 기존의 틀을 깨는 혁신적인 연구나 도전을 뜻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암정복 프로젝트 이름이 캔서 문샷이다. 지금부터 지시만을 기다리는 긴 줄에서 빠져나와 기존 질서에 도전하는 용기와 통찰력, 창조성과 결단력을 갖춘 여정을 시작할 때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하던 일을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태양을 향해 더 높이 날아 오르도록 문화가 바뀌기를 바라며.영화 틱틱붐에서 뮤지컬 Louder than Words가 귓가에 맴돈다.

왜 우리는 불장난할까?
왜 우리는 불 속에 손을 집어 넣을까?
왜 뜨거운 난로에 손을 댈까?
고통스러운 걸 알면서도
새장과 날개, 어느 쪽을 택하겠어?
새들에게 물어봐
두려움일까, 사랑일까 대답하지 마
행동이 말보다 더 중요하니까
왜 우리는 최선을 다해야 할까?
이대로도 그럭저럭 살만한데
왜 우리는 새로운 길을 내야 할까?
더 안전하고 익숙한 길이 보이는데
어떻게 해야 한 세대를 깨울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누군가를 날아오르게 할까?
우리가 깨어나 이 나라를 흔들지 않으면
우리는 세상의 먼지들만 먹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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