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 전제 휴학 승인 학생들 반감 증폭…'복귀 지연' 염려
의과대학장 "기습 정책 발표…현장 소통 없어 난감" 호소
교육부가 의대생 휴학의 조건부 승인을 허용하며 이들의 복귀를 위한 물꼬를 텄다고 자평했지만, 정작 의과대학 현장에서는 상황이 더욱 혼란스러워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정부의 갑작스러운 비상 대책 발표 이후 학생들의 반감이 거세 복귀를 더욱 지연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의대증원에 반발하며 지난 2월 시작된 전국 의대생들의 동맹휴학이 8개월 이상 이어지는 가운데, 교육부는 지난 6일 비상 대책을 발표해 대화에 나섰다.
비상대책의 골자는 각 대학이 학생들의 복귀를 최대한 설득한다는 전제하에, 개인적 휴학 사유를 증빙한 학생에 한해 2025학년도 복귀를 전제로 '조건부 휴학'을 승인한다는 데 있다.
동맹 휴학은 허용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의과학생들의 대규모 유급 사태를 막기 위해 타협안을 제시한 것이다.
비상대책 발표 후 교육부 이주호 장관은 "의과대학 학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 대책이 대학총장과 의대 사이에 대화의 물꼬를 트며 고무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당사자인 의대생뿐 아니라 의과대학 현장에서는 교육부의 비상 대책 발표 후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2학기 전국 40개 의대의 재적생 1만9374명 중 실제로 출석 학생은 548명으로 출석률이 2.8%에 그쳤다. 2학기 등록금을 낸 의대생도 전체 재적 인원의 3.4%에 불과했다.
수도한 한 의과대학 학장 A씨는 "학생들은 조건 없는 휴학 승인을 원하는데 계속해서 조건을 다니 거부감이 드는 것"이라며 "오히려 정책 발표 후 학생들의 반감만 더욱 거세진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어 "휴학이 길어지니 각 학교별로 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갑작스레 비상대책을 발표하니 사실 굉장히 당황스럽다"며 "의과대학 실무자 등과 충분한 논의 후 대책 마련에 나서길 바란다"고 전했다.
지방의대 학장 B씨 또한 정부의 조건부 휴학 승인 발표가 현장에서 전혀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지 않다고 평가했다. 심지어 이번 발표 이후 학생들의 복귀가 더더욱 늦어질 것이 염려된다고 밝혔다.
B씨는 "학교 차원에서 지난 2월 휴학계를 받고 수차례 설명회 등을 진행하며 학생들과 소통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정부가 발표해 당혹스러운 입장"이라며 "이제는 학교에서 설명회나 상담을 진행한다고 해도 학생들이 올 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또한 그는 "전국적으로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소수 있기 때문에 학교 차원에서는 수업을 전면 중단할 수도 없고 원래 힘든 상황이었는데 더욱 힘들어졌다"며 "학교 입장에서는 상당히 난감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교육부 발표 이후 복귀 의사를 표명한 학생은 아무도 없었다"며 "현재 상황은 결코 고무적으로 볼 수 없다. 혼란스러운 상황을 정부가 더 혼란스럽게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또한 교육부 발표 이후 각 의대 대표 학생들에게 "조건부 휴학 승인을 운운하며 혼란을 초래하는 교육부 농단에 동요하지 말라"는 공식 메세지를 보내며 반감을 표한 바 있다.
이들은 "복귀를 전제해야만 휴학을 승인한다는 교육부 방침은 학생의 권리에 대한 침해이자 강요, 협박과 다름없다"며 "학생들의 방향성은 외부의 억압에 의하지 않고, 스스로의 선택에 따라 학생 사회 내에서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