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 스콧라이트 메이요클리닉 교수, siRNA 제제 '렉비오' 평가
"ASCVD 치료 패러다임 변화, 고위험 환자 대상 최선 옵션"
'The lower, the better'라는 지질관리 전략이 나온 지 20년이 지났다. 하지만 국내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약 78%는 여전히 1년 내 LDL-콜레스테롤(LDL-C) 목표 수치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LDL-C는 심근경색, 관상동맥증후군, 뇌경색 등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의 주요 위험인자로, 심혈관질환의재발 및 사망을 막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LDL-C 치료가 필수적이다.
이 가운데 최근 연 2회 투여만으로 효과적인 LDL-C 감소를 확인한 siRNA 치료제가 등장하며 국내 임상현장의 치료전략 변화를 불러왔다. 렉비오(인클리시란, 한국노바티스)가 그 주인공이다.
23일 R. 스콧라이트(R. Scott Wright) 메이요클리닉 심혈관내과 교수를 만나 siRNA 기반 치료제 렉비오의 임상적 가치와 이에 따라 변화될 치료 패러다임에 대해 들어봤다.
"스타틴만으로는 불충분, 이상지질혈증 치료 변화"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가 최근 공개한 이상지질혈증 팩트시트 2024에 따르면, 한국 성인 4명 중 1명이 고콜레스테롤혈증을, 5명 중 2명이 이상지질혈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콜레스테롤혈증 유병률은 꾸준히 증가해 남성의 24%, 여성의 31%에 해당하는 상황이다. 또한 고콜레스테롤혈증 인식률이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10명 중 3명은 자신의 상태를 모르고 있었으며, 치료율 역시 향상됐으나 10명 중 4명은 여전히 지질강하제를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이들 환자에 있어 LDL-C 관리는 필수적이지만 제대로 조절이 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R. 스콧라이트 교수는 스타틴을 필두로 한 우수한 치료옵션이 등장했음에도 환자 상당수가 LDL-C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R. 스콧라이트 교수는 "우수한 치료옵션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유럽, 미국 등에서 75% 이상의 환자가 LDL-C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며 "환자들의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수준으로 지속되기 때문에 심장마비, 뇌졸중 등이 재발하거나 추가적인 스텐트 또는 우회술이 필요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목해야 할 것은 상당히 좋은 경구용 치료제들이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환자가 이를 매일 복용하지 않아 콜레스테롤 수치가 권고수준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실제로 절반 이상의 환자들이 스타틴을 매일 복용하지 않고 있다. 일주일에 5일 미만 복용하게 되면 효과를 최소화하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R. 스콧라이트 교수는 환자의 복용 순응도가 개선된 렉비오가 한국 임상현장에 도입됨에 따라 쓰임새가 클 것이라고 평가했다.
여기서 렉비오는 국내에서 처음 허가 받은 계열 내 최초(First-in-class) siRNA 제제다. 체내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siRNA를 활용, PCSK9 단백질 생성을 억제해 혈액 내 LDL-C를 감소시키는 기전이다.
지난 6월 식약처로부터 허가를 받은 렉비오는 ASCVD 또는 ASCVD와 동등한 위험성이 있거나 이형접합 가족형 고콜레스테롤혈증(HeFH)으로 진단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3상인 ORION-9 기반이 됐다.
연구 510일 차 시점에 렉비오 투여군의 LDL-C는 위약군 대비 각각 47.9%, 52.3%, 49.9% 감소했다. 한국인이 24% 포함된 아시아 환자 대상 임상 ORION-18에서도 연구 330일 차에 렉비오 투여군은 위약군 대비 57.17%의 LDL-C 감소 효과를 보였다.
R. 스콧라이트 교수는 "렉비오는 연 2회 백신처럼 맞을 수 있으며, 적은 용량으로도 LDL-C를 50% 미만으로 공격적으로 낮춰주는 치료제"라며 "렉비오를 스타틴과 함께 사용하면 약 75~80%의 환자가 LDL-C 목표치에 도달할 수 있다. 가장 큰 강점은 우수한 복약순응도 데이터를 갖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환자들의 병원 방문 횟수를 줄이고, 6개월에 한번만 기억하면 되는 매우 간편한 치료제라는 측면에서, ASCVD 치료 패러다임을 변화 시킬만한 혁신적인 치료제"라고 평가했다.
"선택지 넓어진 PCSK9 억제제, 급여로 효율 높여야"
이제 관심은 렉비오가 PCSK9 억제제로서 국내 임상현장에 얼마나 빠르게 정착하느냐다.
또한 기전은 다르지만 동일 PCSK9 억제제 계열 치료제인 '에볼로쿠맙'과의 경쟁도 주목해야 하는 부분 중의 하나다.
R. 스콧라이트 교수는 "미국에서 진행된 연구를 보면 환자들이 에볼로쿠맙보다 렉비오를 더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물론 에볼로쿠맙도 훌륭한 치료제다. 렉비오와 에볼로쿠맙을 모두 처방하고 있지만, 실제 진료현장에서 환자 대부분은 렉비오를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왜냐하면 간단하고, 투여빈도가 적으며, 부작용도 없기 때문이다. 특히 환자들은 2주마다 자가 주사를 해야 한다는 점을 불편해 한다"며 "따라서 렉비오는 높은 콜레스테롤 치료를 더 간소화하고, 환자 및 가족에게 1주에 한두 번 잊어도 치료가 지속되고 있다는 확신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치료제를 보유한 한국노바티스는 지난 6월 국내 허가 이후 곧장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렉비오의 급여를 신청하는 한편, 오는 11월 임상현장에 우선 비급여로 출시한다는 방침을 세운 상태다.
즉 아직까지 치료비 부담 측면에서 렉비오를 활용하기에는 '급여'라는 큰 장애물이 남은 셈이다.
비급여로는 연 2회 투여 시 300만원에 가까운 치료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빠른 급여 적용이 필요한 상황.
R. 스콧라이트 교수는 "최근 심근경색을 겪었거나 관상동맥중재술(PCI), 비ST 관상동맥증후군 수술을 받은 ASCVD 환자들, 혹은 오랜 기간 당뇨병을 앓고 있거나, LDL-C 수치가 100 이상인 환자에서 렉비오 치료를 시작할 것"이라며 "약제가 급여돼 빠르게 사용되면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를 초기에 막을 수 있기 때문에 보건당국과 환자 모두에게 이득"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제안하고 싶은 바는 렉비오를 가장 이상적인 방식으로 사용하자는 것이다. 환자들이 매주 또는 매달 콜레스테롤이 낮아지기까지 기다리는 동안 이벤트가 발생하기 때문에, 퇴원 전에 투여해야 한다"며 "심근경색 또는 PCI나 혈관재관류술(Revascularization) 이후의 환자들은 퇴원 전에 치료제를 투여 받아야 한다. 이에 대해 급여가 된다면 이벤트 감소에 따른 상당한 비용 절감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