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혜연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사회사업팀 의료사회복지사
[메디칼타임즈 &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 공동기획]
장기 기증은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나, 여전히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실정입니다. 일선 현장의 의료진들이 경험한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장기 기증 인식률을 높이고, 이를 촉진하는 공동기획 시리즈 ‘오늘, 장기이식병원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19회] 살아있는 자의 장기기증 상담평가
조혜연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사회사업팀 의료사회복지사
3년 전,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라는 드라마에 등장한 간이식 전문의 ‘이익준’ 캐릭터가 인기를 끌면서 장기이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적이 있다. 주위 사람들도 “친구끼리는 기증 못해?”, “진짜로 장기 매매를 하는 사람이 있어?”와 같은 질문들을 하기도 했다. 특히 내 직업처럼 생소한 ‘의료사회복지사’에 대한 궁금증도 생겨났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친구 사이라도 오랜 기간 친분 관계가 명확하게 확인되면 기증이 가능하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불법적인 장기 매매가 이루어질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의료사회복지사가 상담을 통해 기증이 순수하고 진정성 있게 이뤄지는 경우인가를 평가하는 것이다.
현재 생체 장기이식을 하기 위해서는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제14조와 26조」에 따라 각 등록기관(의료기관)의 등록 절차와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KONOS)의 선정과 승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생체 장기 기증자와 상담 및 평가를 진행하는 ‘살아있는 자의 장기기증 상담평가’를 병원 내 의료사회복지사가 담당하게 된다.
‘살아있는 자의 장기기증 상담평가’는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제7조 1항(누구든지 금전 또는 재산상의 이익, 그 밖의 반대급부를 주고 받거나 주고 받을 것을 약속하고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을 근거로 하고 있다. 기증 예정자가 대가가 없는 기증 의사를 밝혀야 하며, 기증의 순수성 및 진정성에 관한 평가가 진행된다. 평가서에는 기증자와 대상자의 신분 및 관계에 대한 내용뿐만 아니라 기증자의 기증 동기와 이식 후 회복 등에 대한 평가 내용도 기재된다.
은평성모병원에서 수혜자와 기증자들을 상담하다 보면 장기기증을 진행하면서 받을 수 있는 사회복지 서비스에 대해 궁금해하는 경우가 많다. 생체 이식 시, 소득, 재산 등의 기준이 적합할 경우 관공서의 의료서비스 혜택을 지원받을 수 있다. 근로자의 경우 병가, 유급휴가 처리, 유급휴가 보상금(근로자의 사용자)의 지원이 있다. 또한 장애 등록, 산정특례 등의 혜택도 받을 수 있다.
간혹 경제적 문제로 인해 이식을 망설이는 환자들도 있는데 이럴 때에는 병원 내 사회사업팀과 상담을 진행하여 의료비 지원 가능 여부를 확인할 수 있으며, 여러 가지 지원 제도를 수술 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좋을 것 같다.
의료사회복지사로서 다양한 기증자, 대상자들과 상담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항상 객관적이고 정확한 사실 확인을 위한 상담을 진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자신의 장기를 사랑하는 가족, 친구, 지인 등 다른 사람에게 기증하는 기증자와 그 기증을 받는 수혜자 또한 결코 쉬운 결심을 하는 것은 아니기에,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수술 전·후 적응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심리적, 사회적 어려움을 상담하며, 본인이 자발적으로 이식 수술과 기증에 대한 결심을 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오늘도 이식과 기증을 망설이고 있을 환자들에게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