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정 협의체가 야당과 전공의단체를 뺀 채 '여의정' 먼저 시작하게 됐다. 다만 교수단체들이 참여하게 된 만큼, 이들을 구심점으로 의료계 요구사항을 모아 의정 갈등을 풀어나가겠다는 목표다.

11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여야의정 협의체 첫 회의를 열고 국민건강을 목표로 의료계와 소통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여당이 참여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이 먼저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던 만큼, 선의로 참여해 줄 것을 기대했다.

이와 관련 한동훈 대표는 "협의체 출범이 쉽지 않을 줄은 예상했지만, 예상보다는 훨씬 더 어려운 과정이었던 거 같다. 그만큼 신뢰의 균열이 깊었다"며 "그 과정에 대해서 집권 여당의 대표로서 국민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갈등과 단절을 극복하고 결국 실마리를 찾았다고 생각한다"며 "의료 사태가 촉발된 이후 처음으로 의료계와 정부가 문제해결을 위해서 국민 앞에 마주 앉게 되었다. 늦었지만 의미 있는 출발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 대표는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하기로 한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가 전공의·의대생 수련·교육을 책임지는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를 구심점으로 의료계 요구사항을 모을 수 있게 됐다는 기대다.

이와 함께 정부가 참여하면서 신속한 의사결정 구조가 만들어진 만큼, 협의체 합의가 곧 정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정부도 유연한 접근과 발상의 전환을 할 것이라고 믿고 있고 이미 그런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의료계 역시 국민의 건강만 생각하고 한 걸음 앞으로 다가서 주시길 바란다"며 "당은 오직 국민의 건강만 생각하겠다. 협의와 조정에 촉진제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겨울이 오고 있다. 추위가 찾아오면 의료수요가 폭증하게 된다. 이제 정말 골든타임이다"라며 "국민의 의료에 대한 불안, 국민건강에 대한 불안을 풀고 저희가 국민 앞에 당당하게 설 수 있도록 오늘 여기 모인 우리가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다. 저도 노력하겠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당사자인 전공의단체 반발이 여전해 난항이 예상된다. 특히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본인의 SNS를 통해 이 같은 협의체 대화가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박 위원장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길 바란다"며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임현택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 위원회'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2025년 의대 모집을 정지하든, 7개 요구안 일체를 수용하든, 뭐라도 해야 다가올 혼란을 조금이라도 수습할 법하다"며 "지금껏 적잖이 말해왔다. 이를 무시한 정부와 여당이 모든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회의 이후 여당 측 대표자인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은 의료계 요청 사항인 사직 전공의 복귀 및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방안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12월 말까지 기한을 두고 협의체를 운용해 크리스마스 이전에 유의미미한 결과를 내놓겠다는 설명이다. 협의체는 다음 달 말까지 매주 두 차례 회의하는 방식으로 논의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회의 내용과 관련해 김 의원은 "의료계는 내년 상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사직 전공의가 합격해도 (남성의 경우) 3월에 (군에) 입대하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전달했다"며 "정부는 사직 전공의들의 복귀를 돕기 위해 진지하고 다양하게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이날 회의엔 한덕수 국무총리, 대통령실 성태윤 정책실장, 교육부 이주호 장관,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 국민의힘 이만희·김성원·한지아 의원, 대한의학회 이진우 회장 KAMC 이종태 이사장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