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전문의도 아닌데 내과의원 표방...경계허물어진 개원가 '우려'

발행날짜: 2024-11-17 21:58:52 수정: 2024-11-17 22:05:57
  • 임상순환기학회 간담회 열고 내과 영역 전문성 강조
    학원형 교육에 의원명 위반·약 폄훼까지 "질 관리부터"

내과 전문의들 사이에서 타과 영역 침범에 대한 문제 제기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초음파·내시경 교육에 타과가 나서거나 내과 전문의가 아니면서 내과 의원을 표방하는 등의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대한임상순환기학회는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를 열고 의학교육 플랫폼 메디하우스의 '의사들을 위한 위내시경·초음파 검사 실무교육'을 저격했다.

대한임상순환기학회는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 의학교육 플랫폼의 '의사들을 위한 위내시경·초음파 검사 실무교육'을 저격했다.

이는 일반의·전문의를 대상으로 내시경 기본 원리 및 최신 기술 등 이론·참관 수업과 함께 1:1 맞춤형 실습 교육을 진행한다는 게 플랫폼 측 설명이다.

하지만 임상순환기학회는 이 같은 교육 프로그램의 질 관리와 강사진 적정성에 이의를 제기했다. 초음파는 2일, 내시경은 4주 과정이면 수료증을 발급해주는 데다가 교육을 진행하는 K의원 대표원장은 내과 전문의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K의원 대표원장은 본인이 대한위대장내시경학회 정회원이라고 소개하고 있다는 게 임상순환기학회의 설명이다. 하지만 위대장내시경학회 회칙상 내과 전문의가 아니라면 정회원이 될 수 없다는 것. 또 이 대표원장의 학회 참여 이력 역시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는 암 검진 전문위원회의 대한외과학회·대한가정의학회 내시경 인증의 자격 인정의 연장선으로, 타과의 영역 침범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임상순환기학회 이정용 이사장은 "이런 문제에 대해 대한내과학회에 보고를 완료했으며 대한내과의사회 역시 자정 노력이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며 "이런 문제는 암 검진 내시경과 맞물려 있고 전문 분야에 대해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국민 건강권을 위해 심장초음파만큼은 임상순환기학회가 중심이 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임상순환기학회 이정용 이사장(가운데)은 타과의 내과 영역 침범 문제를 지적했다.

홍의수 총무부회장은 "교육은 단순히 술기만 가르쳐서 되는 것이 아니다. 심장초음파의 경우 대학 배운 것과 펠로우 때 지식을 압축해 이를 실제 질병과 연결 짓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를 학원처럼 교육한다면 기본적인 질병에 대한 병리적 기전 없이 기술만 가르칠 것으로 보이는 데 자꾸 이런 프로그램이 생기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의료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하면 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정도의 교육만 이뤄진다면, 이는 올바른 의료를 배우는 과정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임상순환기학회는 내과 전문의가 아니면서 의원 이름에 내과를 붙이는 '의료기관 명칭 표기 관련 의료법 규정' 위반 사례도 계속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두 개의 지점을 운영하는 Y의원이, 가정의학과·비뇨의학과 전문의만 있음에도, 의원 내부에 내과를 명시해 이를 국민신문고에 신고했다는 설명이다. 그 결과 이 의원 명칭에서 내과를 삭제하도록 행정지도가 이뤄졌다.

유튜브 등을 통해 이상지질혈증·고지혈증 약인 스타틴에 대한 낭설이 도는 상황도 지적했다. 스타틴을 마치 독약인 것처럼 폄훼하는 식인데, 이런 잘못된 정보로 단약하는 환자들이 있어 건강에 위해가 되고 있다는 우려다. 더욱이 타과 전문의들도 여기 편승에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

또 임상순환기학회는 이 같은 문제에 대한 방지책으로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이 대표발의한 '쇼닥터 방지법'이 유효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이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주체는 의사인 만큼, 그 권한을 대한의사협회 의료광고심의위원회에 부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임상순환기학회 이유홍 공보이사는 "스타틴은 심혈관질환 예방에 엄청난 도움이 되는 약이다. 하지만 이를 독약인 것처럼 말하는 유튜브 영상이 있는데 조회수마저 높아 마치 블루오션인 것처럼 다뤄지고 있다"며 "이런 영상을 보고 약을 끊었다가 응급실에 실려 오는 환자들이 있다. 이는 환자들을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일로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상순환기학회 류재춘 회장은(가운데) 일차의료에서의 심장초음파의 중요성과 질 관리 필요성을 강조했다.

임상순환기학회는 심장초음파 교육에 있어선 제대로 된 전문가 집단으로서 기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 초부터 트레이닝 코스를 운영해 10기까지 완료했는데, 순환기내과 전문의의 교육·감독을 받는 과정으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또 강의 이후에도 VOD 서비스를 통해 이를 재수강할 수 있으며, 상·중·하로 나뉘는 핸즈온 트레이닝으로 수강자의 경험치에 맞는 강의를 제공했다고 강조했다.

인증의 심사와 관련해서도 두 명의 심사위원이 한 명을 심사해 모두 동의해야 통과인 수준으로 질 관리 수준을 높였다고 강조했다. 인증의 자격은 이처럼 전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수준 높은 질 관리가 이뤄지는 학회에 부여하는 것이 옳다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임상순환기학회 류재춘 회장은 "심장초음파는 단순한 술기가 아니다. 심혈관질환의 병태 생리를 파악하고, 원인 질환을 알고, 그에 따른 치료 결정이나 이후를 평가할 때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초음파는 그냥 단순한 이미지만 잡는 것이 아니기에 기본적인 심혈관질환에 대한 이해 없이는 정확하게 진단할 수도 없고 평가하기도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이를 일차의료에 실절적으로 적용하는 것이다. 일차의료의 패러다임이 만성질환으로 바뀌고 있다. 이런 일차의료의 질을 전반적으로 올리기 위해선 의료진의 질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선 실질적인 임상 경험을 쌓는 학회 학술대회가 중요하고 이런 기회를 더 많이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임상순환기학회 학술대회엔 360명의 참석자가 몰렸다. 이 중 100명 정도가 사직 전공의인데, 의대에서 배우가 어려운 심전도·심장초음파 교육에 대한 수요가 몰렸다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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