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과 교육 사실상 막는 행위" 외과·가정의학과 공세
강력 대응 예고한 내과 "인증의 넘기면 모두 무너져"
내시경 인증의를 둘러싼 내과와 외과·가정의학과 간의 갈등이 갈수록 첨예해지고 있다. 타과 의사를 교육했다는 이유로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가 회원 징계 절차에 돌입했던 일이 재차 조명되는 한편, 대한의학회에까지 이들 학회의 ‘독점’ 지적이 이뤄지는 상황이다.
21일 의료계에서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회원 징계 절차 추진에 대한 외과·가정의학과 의사들의 문제 제기가 계속되고 있다. 이는 타과의 내시경 교육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앞서 소화기내시경학회는 지난 8월 회원인 모 대학병원 소화기내과 A 교수에게 회원 자격 정지 징계 절차가 진행을 알리며 소명을 요구한 바 있다.
A 교수가 학회와의 협의 없이 다른 학회 회원과 일반 의사들에게 일방적으로 내시경 술기를 시행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과거에도 이 같은 교육을 진행한 전례가 있으며, 학회 가이드라인에 어긋나는 교육으로 학회 위상을 훼손했다는 것.
이에 A 교수는 본인은 학회 가이드라인을 존중하며 회칙에 반하는 교육을 한 사실이 없다며 회원 자격 정지 징계 절차를 취소해줄 것을 요청했다.
자신은 소화기내시경학 분야 학문적 연구·교육 및 내시경기기·술기 개발로 의학발전에 기여한다는 학회 목적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다양한 의견이 있다는 점을 알리고 이견이 있는 부분에 대해 활발히 토론하는 것이 이런 학회의 목적에 부합한다는 것.
이렇게 아직까지 A 교수에 대한 징계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가운데, 이 같은 징계가 타과 학회의 내시경 교육을 사실상 진행할 수 없게 하는 행위라는 반발이 나오는 상황이다.
특히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는 그동안의 국가 암검진 내시경 인증의 관련 진행 상황을 정리한 자료를 통해 "타 학회는 '양질의 교육'을 진행하지 못하고 '양질의 교육'의 기준이 소화기내과 교수의 강의라는 기준을 어느 의사·단체가 받아들일 것이냐"라며 "심지어 내시경학회 징계는 다른 학회의 내시경 교육을 사실상 진행할 수 없게 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대한외과의사회도 대한의학회 질의를 통해 지원사격에 나섰다. 의학회가 인증하는 세부·분과전문의 자격에 내시경 전문의가 포함되는지, 관련 자격을 부여하는 내시경학회 연수 교육에 제대로 된 관리가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특히 외과의사회는 의학회가 규정한 세부·분과전문의 제도의 기본 원칙을 조명하며 이들 학회가 이를 위배하고 있다는 취지의 질의를 했다. 관련 자격이 타 전문과 의료행위 제한이나 업무독점, 경제적 수익증대, 학회의 위상 강화 및 회세 확장 등에 이용돼선 안 된다는 것.
이와 관련 가정의학과의사회 한 임원은 "양질의 교육 때문에 타과 학회 교육이 안 된다면서 그런 양질의 교육을 받을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만약 양질의 교육이 소화기내과 교육이라면 소화기내과 교수를 초빙해야 하는 상황인데 이들이 타과에서 교육하는 것을 불문율처럼 조심해야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이런 문제를 문의하려고 한다. 내시경에 대해 이런 큰 문턱을 만드는 것이 과연 국민 접근성 등의 부분에서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을 계속 제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내과계에선 외과·가정의학과가 괜한 전문과 간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의학회에까지 질의를 보내 끌어들이려고 한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는 것. 의정 갈등이 한창인 상황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의료계 내 잡음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이는 단순히 과 간 영역침범 문제를 넘어, 고도의 숙련이 필요한 내시경 교육의 질을 낮춰 국민 건강에 위해가 되는 일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내과계는 이 같은 문제를 막기 위해 오는 25일 관련 11개 의사회·학회가 모여 회의하는 등 강력 대처를 예고했다.
소화기내시경학회 회원 징계로 타과 교육이 막힐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과 관련해선, 하나의 징계 사례를 확대 해석하는 침소봉대라고 반박했다. 더욱이 학회 징계를 타과에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내정간섭이나 다름없다는 것.
이와 관련 내과의사회 임원은 "내시경은 상당히 고도의 숙련된 스킬이 필요하다. 이는 환자를 한 명이라도 더 봐서 병원의 수입을 올리겠다는 식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교육과 관련돼 있고 이런 시스템은 한번 무너지면 복구하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 100년을 내다보고 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교육을 특정 과에서 필요하고 해서 인정해주고 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원리 원칙이 있는 것인데 타과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내과 교육 시스템을 쉽게 말하며 여기 들어오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그렇게 되면 내과 시스템은 내시경 인증의부터 시작해 차례차례 모두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는 약사가 혈당 관리하겠다고 하고 한의사가 초음파 검사 요구하는 것이나 다름없다"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