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명백한 온라인 스토킹" vs 변호사 "지속성 없어 스토킹 범죄 아냐"
변호인 "피해자 1100명 중 상당수는 개인정보 1~2회 게시 불과"
의료계 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은 의사·의대생 등을 중심으로 이른바 '의료계 블랙리스트' 명단을 작성해 게시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사직 전공의가 첫 공판에서 범죄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이용제 판사는 21일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된 사직 전공의 정모씨의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사직 전공의 정씨는 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은 전공의·전임의·의대생 등의 명단을 작성한 뒤 의료계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와 텔레그램 채널 등에 '감사한 의사'라는 제목으로 여러 차례 글을 게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사 측은 "정모씨는 2024년 6월 28일경부터 9월 9일경까지 총 26회에 걸쳐 메디스태프 또는 텔레그램 등 채널에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은 전공의 및 의대생들의 명단을 작성 후 배포해, 이들이 비난의 대상이 되도록 하고 복귀 여부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복귀를 결정하지 못하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들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지속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개인 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 게시 또는 배포하는 행위는 일명 '온라인 좌표찍기'의 성격을 가진 명백한 온라인 스토킹 행위에 정확히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씨는 자신의 행위가 스토킹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정모씨 측 변호인은 "객관적 사실관계는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송구스러운 마음"이라며 "하지만 정모씨의 행위는 스토킹 처벌법상 스토킹 범죄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스토킹 범죄는 상대의 의사에 반해 특정 행위를 통해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유발하고 지속성을 갖출 것을 요건으로 하는데 정씨의 행위가 이 요구를 충족시키는지에 대해 상당한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선 지속성과 관련해 공소장에 기재된 피해자들이 1100명인데 그중 485명을 개인정보를 1회 내지 2회 게시한 데 불과하다"며 "개인정보 공개 행위가 지속적으로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며 "또한 스토킹 처벌법은 개인의 의사결정의 자유 및 생활 형성의 자유를 보호법으로 하고 있는 만큼 피해자별로 각각 범죄가 성립할지 따져봐야 하는데 피해자 일부는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다는 사정을 참작해달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날 정씨의 보석 청구에 대한 심문도 이어졌다. 정씨는 첫 재판 하루 전인 지난 21일 법원에 불구속 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보석을 신청했다.
변호인은 "이 사건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스토킹 범죄와는 성격이 너무나 다르다"며 "정씨는 피해자들에게 명단 게시 외에는 어떠한 해를 가한 적이 없고 동료인 의사에게 해를 가할 이유도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법원에 출석한 정씨 또한 "현재 구속 중이다 보니 현실적으로 수많은 증거 기록을 하나하나 확인하기 어렵다"며 "방어권 행사에 제한이 있다고 생각되니 보석을 허가해 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한편, 정씨에 대한 추후 재판은 내달 13일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