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마이너 진료과 피·안·성 혹은 정·재·영 고심 중
진료과목별 전공의 갈림길 기로…필수의료 기피 심화 전망
또 다시 2025년 전공의 선발 시즌이 돌아왔다. 올해 하반기 전공의 선발에선 똘똘 뭉쳤던 전공의들이 내년도까지 버티기를 유지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일 병원계에 따르면 전반적인 분위기는 여전히 냉랭하다. 정부의 정책 방향이 변화된 게 없는 상황에서 병원 복귀를 논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전공의 수련기간을 2년째까지 지체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고민도 새어나오고 있다.
특히 소위 마이너 진료과목으로 분류하는 피·안·성(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혹은 정·재·영(정신건강의학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 전공의들은 복귀 시점을 검토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사직 전공의들의 현실적인 고민이 깔려있다. 올해 2월 대규모 사직 이후 필수 진료과목 전공의들은 응급실 당직부터 요양병원 당직 근무 등 상당수 취업을 마쳤지만 소위 인기과 진료과목 전공의들은 상황이 달랐다.
가령, 정형외과나 마취통증의학과의 경우 전문의 면허가 있을 땐 몸값이 높지만 전공의 신분에선 홀로 수술을 맡길 수 없다보니 채용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실제로 수도권 A대학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전공의 11명 중 10명이 사직했는데 단 한명도 취업을 하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는 다른 수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전공의도 마찬가지다.
익명을 요구한 전공의는 "인기과 전공의들은 아이러니하게 취업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그들은 사직하는 기간동안 전문의 면허를 따야한다는 간절함이 커졌을 것"이라고 전했다.
만약 마취통증의학과 등 인기과 전공의들이 내년 전공의 선발 과정에서 복귀를 할 경우 현재까지 유지된 단일대오가 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전히 복귀 가능성이 낮다고 전망하는 목소리도 팽팽하다. 일단 의과대학 학생들이 내년도 복귀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선배 전공의들이 쉽게 등을 돌리기 어렵다는 분위기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위 내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심장혈관흉부외과, 응급의학과 등 필수진료과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수도권 대학병원 한 내과 전공의는 "이미 비급여 진료를 찾아 떠난 친구도 있다"면서 "일단 복귀하지 않고 상황을 좀 지켜보겠다는 동료도 있다"고 했다.
외과, 응급의학과 등 각자 소신과 사명감으로 진로를 선택했던 이들도 "복귀한다고 달라질 게 없는데 돌아가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는 이들도 상당수다.
휴학 중인 한 의대생은 "선배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복귀하겠다는 얘기는 못 들었다"면서 "이번에 밀리면 내년, 내후년에도 답이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젊은의사는 "전공의 복귀 여부는 개인이 선택할 문제로 왈가왈부할 수 없다"면서도 "다만 이번에 복귀할 경우 앞으로 정부 정책에 끌려다닐 수 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