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라운지] 이미지 대한두통학회 연구이사(서울대병원 신경과)
"편두통 최적 관리 선언에 국제두통학회·대한두통학회 한 뜻"

편두통은 단순한 두통을 넘어 일상 기능을 마비시키는 만성 질환이다. 그러나 치료 목표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의료진도, 환자도 '적당한 타협'에 머무르기 일쑤였다.
이런 가운데 국제두통학회(IHS)가 "편두통을 한 달 4일 이하로 조절하자"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며 보다 적극적인 목표를 제시, 새로운 흐름을 알렸다. 대한두통학회 역시 이에 동참하며 의료진들의 인식 변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그간 편두통 치료를 어느 정도까지 해야 한다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환자뿐 아니라 의료진도 관성적인 편두통 치료를 하던 경우가 빈번했던만큼, 이제는 적극 치료를 통해 환자들에게 쾌적한 삶을 찾아주자는 것.
치료 목표를 제시한 최초의 성명서라는 점에서 의료진의 설득 과정도 지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편두통 치료의 현황 및 성명서의 주요 내용, 이를 통한 치료 패턴의 변화 가능성을 대한두통학회 이미지 연구이사(서울대병원 신경과)에게 물었다.
■"최적의 환자 관리 위한 첫 제안"
국제두통학회가 발표한 성명서의 주요 내용은 한 달 기준 두통 일수에 따라 4단계로 분류하자는 것으로 요약된다. 편두통 해방부터 4일 이하 편두통은 최적의 관리로(Optimal control), 5~6일의 편두통은 적절한 관리(Modest control), 6일 초과는 불충분한 관리(Insufficient control)로 나눠 의료진 및 환자들에게 명확한 관리 지침을 재환기시켰다.
이미지 연구이사는 "기존에는 편두통 치료를 어느 정도까지 해야 된다라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었다"며 "환자들 역시 편두통을 일종의 완치가 안 되는 병으로 여겨 치료를 하다가 중도 포기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임상적으로 편두통을 한 달 기준 50% 정도 줄이면 적절한 치료가 됐다고 판단한다"며 "문제는 이는 원래 신약을 개발할 당시의 임상적 효과 판단 기준으로 이를 환자들의 삶에 적용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편두통 신약 임상시험에서 효과 지표가 주로 한 달 편두통 발병 일수의 감소로 측정하기 때문에 50% 이상 줄면 효과가 있다고 인정한다는 것. 이를 임상 현장에 그대로 적용하다보니 환자의 편두통 일수 50% 감소는 치료 효과를 봤다고 인정하고 넘어가는 기조가 생겼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이 이사는 "한 달에 30일 아프던 사람이 50%가 줄어봤자 15일은 앓아야 하기 때문에 적절히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없다"며 "사회적으로나 가정에서나 충실한 역할을 할 수 있게 몇 퍼센트 줄여야 한다는 프레임을 벗어나 최적의 관리를 하자는 것이 성명서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초의 제안으로 성명서가 나온만큼 4일 이하의 편두통 일수가 최적이지만 모든 환자가 이렇게 될 수 없다면 적어도 한 달에 5~6일 정도로라도 관리하자는 인식을 환기시킬 것으로 본다"며 "대한두통학회도 이같은 내용에 공감하고 이를 인준해 3월 성명서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이상적인 목표-현실 사이 간극 존재"
이상적인 관리 목표를 설정했지만 현실 사이에는 여전히 큰 간극이 존재한다. 적절한 치료에 수반되는 약제의 원활한 사용이 필요한 것은 물론 환자와 의료진 모두 적극 치료에 공감을 해야만 변화가 따라오기 때문이다.
이 이사는 "치료 목표가 정해져 있지 않았던 때에는 환자들의 기대치와 의료진의 기대치가 서로 어긋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상태가 호전되면 의료진들도 더 이상 다른 약제나 치료 방법을 권유하지 않고 유지하는 정도로 관성적인 치료를 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도 더 이상 치료 목표를 제시하지 않고, 환자도 그냥 다니던 병원을 계속 다니면서 수십년 째 같은 약만 먹는 경우도 있다"며 "사실 제대로 된 치료가 이뤄졌다면 6개월에서 1년 안에 끝났을 치료가 수십 년 장기화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반대로 한 달에 한두 번 발병하는 편두통을 무조건 없애거나 완치해야 한다고 여겨 여러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환자도 있다"며 "적어도 편두통 관리의 목표가 첫 제시된만큼 의료진이 환자를 좀 더 적극적으로 치료하도록 유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치료 초기에 증상이 완화되면 환자와 의료진 모두 현 상태에 안주하거나, 예방약 복용 자체를 불편해해 조기에 중단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인식 개선의 문제이지만 약제 관련 보험 적용 여부는 여전히 난관이다.
이미지 이사는 "항경련제, 항우울제, 항고혈압제, 칼슘 채널 길항제까지 네 가지 큰 클래스는 편투통 완화에 나름의 근거를 가지고 있지만 원래 편두통약으로 개발되진 않아 제한점이 있다"며 "보험급여나 식약처 허가 사항에 편두통 부분이 빠져 있어 처방이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허가 외 사용처럼 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그는 "보톡스는 아직 비급여 치료제이고, 편두통 전문 치료제로는 CGRP 계열 약제가 허가가돼 시장에 나와 있다"며 "국제적으로는 CGRP 약제를 1차 치료제로 제일 먼저 쓸 수 있도록 했지만 국내에선 아직도 해당 약제를 쓰기엔 허들이 높다"고 지적했다.
편두통의 최적 관리를 위해 적절한 약제 사용 및 적극적인 치료는 필수지만 현행 국내 보험 급여 실정상 국제두통학회가 제시한 목표치는 '이상향'에 가까울 수 있다는 것.
이 이사는 "CGRP 계열 약제를 쓰려면은 다른 계열 치료제들을 최소 3종 이상 최고 용량으로 충분 기간 이상 써보고도 실패해야만 가능하다"며 "그것도 6개월 이상을 환자가 두통을 겪는 것을 전향적으로 일기를 써서 증명해야만 보험급여를 인정해 준다는 점에서 최적 관리 목표치의 달성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보험 급여 인정도 한 달에 50% 이상 편두통 일수가 떨어지는지 3개월 째 확인하고 그렇게 해서 50% 이상 떨어져 있으면 효과가 있는 사람이라고 보고 1년만 급여를 인정해 준다"며 "효과가 없으면 급여는 바로 중단되고 급여를 받아도 1년 시점에서는 중단돼 결국 많은 경우 편두통이 재발된다"고 했다.
유럽의 경우 1년 급여 적용 후 3개월 후 재평가를 시행해 급여 여부를 결정하지만 국내는 1년 시점 종료 후 6개월의 보험 미적용 기간 동안 기존의 초치료 급여 기준을 다시 만족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미지 이사는 "유럽두통학회는 1년간 편두통 치료제를 쓰고 3개월 이후 재평가를 거쳐 다시 투약하는 것도 안좋은 임상 치료라고 판단해 학회 차원에서는 약제를 더 오랜기간 적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며 "적절한 치료제와 치료 목표가 있다고 해도 이를 뒷받침해줄 보험급여 규정이 부실하다면 목표 달성은 요원하다"고 우려했다.
그는 "편두통으로 인해 적절한 사회생활이 불가능해 업무나 승진에서 배제돼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의 총량을 감안하면 적극적인 편두통 치료에 들어가는 재원이 더 비용-효과적이라고 볼 수 있다"며 "빨리 치료할수록 좋아질 확률이 높기 때문에 편두통이 만성이나 난치 상태로 가기 전에 초기에 치료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배경 속에서 국제 기준이 명문화된 이번 성명서가 환자뿐 아니라 의료진에게도 중요한 이정표가 되길 희망한다"며 "치료는 '어느 정도 참을만해지는 것'이 아니라 '삶의 질을 되찾는 것'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두통학회의 시도를 지켜봐 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