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 기능 넘어 집도까지...의료인력 필요수 줄여
|특별기획|로봇 수술시대의 의미와 전망“로봇수술, 어디까지 와 있나”
바야흐로 로봇의 시대다. 사회 각계 각층에서 작게 혹은 크게 로봇의 활용 영역이 눈에 띄고 있다. 의료용 로봇은 더더욱 각광을 받는다. 지난 95년만해도 5건에 불과하던 의료용 로봇 특허출원이 지난해에는 28건까지 늘어났다. 절반 이상이 수술용 로봇이다. 성과도 괄목할만하다.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이재원 교수팀이 로봇을 이용한 심장수술 100례를 돌파했고 로봇 인공관절 수술도 활기를 띤다. 세브란스병원에서 최근 선보인 ‘다빈치’는 로봇 수술의 전망을 더욱 밝게 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로봇이 집도의를 대체할 수 있는 그날도 올수 있을까? 의사들은 이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찬반론과 전망을 조명해본다.<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의료용 로봇의 실태와 기대감
2. ‘로봇의사 vs 인간의사’
3. 로봇의사의 발전상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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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의료용 로봇의 수준은 다음과 같이 나눠볼 수 있다.
수술시 의사를 보조해 절개위치를 유도하고 적출, 절단하는 ‘수술용 로봇’과 위장이나 대장 내부를 진단하는 ‘내시경 로봇’, 혈액 및 체액 검사 등을 담당하는 ‘검사 로봇’, ‘재활 보조 로봇’ 등이다.
이 중 수술용 로봇의 경우 서울아산 이재원 교수팀의 로봇 심장수술은 내시경이 장착된 로봇팔이 수술 부위를 20배까지 확대해 정확하고 넓은 수술시야 확보를 가능토록 하는 보조역할을 한다.
또 최근 활발한 로봇인공관절 수술은 CT로 입력된 정보로 로봇이 직접 뼈를 절단하는 의사의 집도 역할까지 한다.
최근 이 인공관절술 1000례를 달성한 한 병원에서 조사한 환자의 만족도는 98%에 달할 정도로 성과와 만족도도 높다.
이와 함께 의사가 가상의 환자를 대상으로 수술 훈련을 하도록 도와주는 교육용 로봇도 있다.
여기에 무선통신과 가상현실 기술까지 접목된 세브란스병원의 ‘다빈치’는 원거리에서도 각종 외과수술을 가능토록 하고 있다.
의사가 로봇 근거리에 있는 콘솔이라는 원격조종 박스에서 3차원 영상을 보며 조이스틱처럼 생긴 조작 장치를 작동하면 로봇이 의사의 손동작 그대로 수술을 한다.
로봇을 활용한 원격 수술 시대까지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외과인력 효율성 제고...소수만으로도 가능”
“외과 인력난을 로봇이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 그 날이 곧 올겁니다”
수술 로봇에 일가견이 있는 한 교수의 전망이다.
이 교수의 말대로라면, 최근 의료용 로봇의 발전 속도를 본다면, 외과 의사들의 부족 현상은 크게 문제될 일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생산로봇이 등장하기 이전의 공장 라인에 100명이 필요했다면 지금은 1~2명의 로봇 관리 인력만 있으면 된다”며 “의료를 이와 비교하기는 무리가 있지만 그 원리는 유사해 외과의사 부족현상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서울아산 이재원 교수팀에 따르면 로봇을 사용한 이후 기존에 수술 시야확보를 위해 필요했던 2~3명의 의료진을 로봇이 대신하고 있으며 인공관절수술의 경우는 직접 로봇이 집도까지 해주니 더더욱 의료진의 부담이 덜어졌다.
더욱이 로봇은 반복적으로 작업을 해도 능률이 떨어지지 않아 효율성이 높고 한번 개발되면 복제해 생산되게 되니 인간의사가 10년 넘게 갈고 닦아도 변수가 많은 수술장에서 더 없이 고마운 존재라는 전언이다.
세브란스병원 한 교수는 “원격 로봇수술이 가능해지면서 더 이상 경험 많은 의사가 숨죽이며 직접 수술방에 있을 필요가 없어졌다”며 “더욱이 비용면에서도 오히려 수술장에 투입되는 의사 몇 명보다 저렴할 수도 있어 원격로봇 수술의 의존도가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비단 외과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혈액검사나 내시경 등이 로봇을 통해 가능해지고 있어 이 또한 의사들만의 전유물이 될 수 없는 상태다.
이 교수는 "종래 의사의 보조 역할에 머물렀던 로봇이 실제 수술을 하는 집도의로 바뀌고 있다"며 "의료용 로봇의 발전가능성이 무궁무진한만큼 인간인 의사들보다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