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 불안한 기색 역력...병원측 환자에 악영향 우려
|르포|파업 50일째 세종병원 파업 현장을 가다노조, 기자회견 마이크 없이 진행
세종병원 노조 파업투쟁이 9일로써 50일째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노사간에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어 좀처럼 해결기미가 보이지 않는 실정이다. 메디칼타임즈(www.medigatenews.com)는 지난 7일 장기화되고 있는 부천시 소사구에 위치한 세종병원 노조 파업투쟁 현장을 찾아가 봤다. <편집자주>
오전 10시에 시작 예정이던 기자회견은 대체적으로 조용한 상태에서 진행됐다. 기자회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마이크도 스피커도 찾아볼 수 없었다.
기자회견이 시작되면서 조합원들이 외치는 구호에 일부 환자들이 몰려들긴 했지만 혼잡이 일어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1층 내 일부 복도를 점거해 농성장으로 활용하고 있어 복도를 이용하려던 환자들이 간혹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다.
파업 50일째를 맞이한 노조는 익숙하게 복도에 앉아 일부 노조원들이 챙겨온 밥으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잠을 청하는 모습이었다. 복도에서 긴 시간을 보내기위해 책을 읽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조합원들이 앉아 있는 은색 얇은 스티로폼 장판만으로는 시멘트바닥의 찬기운을 막기에는 부족할 듯 보였다.
조합원, 정신적·육체적 상처...그래도 '투쟁'
세종병원에서 간호조무사로 첫 사회경험을 시작한 조합원 A씨는 이번에 노조 파업에 동참하면서 파업 전 친분이 있던 병원 간부들이 자신에게 욕설을 했을 때 실망감이 컸다고 했다.
보건의료노조 세종지부 윤은진 사무장은 “조합원 대다수가 노조 파업에 처음이고 일부 심약한 이들도 있어 집회를 할 때면 다리가 후들거려서 계단을 오르내리기 힘들다는 조합원도 있다”며 “이들을 보면 가슴이 아프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쟁을 접을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 세종지부 윤은진 사무장은 파업 투쟁을 하면서 노조 활동에 있어 어려운 점은 이처럼 조합원들이 마음에 상처를 입지는 않을까하는 부분이라고 털어놨다.
40대 간호보조원으로 집회 도중 사고가 많았다는 조합원 B씨는 "집회 도중 한 병원간부가 뒤로 넘어뜨리는 바람에 머리를 다치고, 등을 발로 밟고 발로 가슴을 차는 등의 사고가 있었다"며 "아직 복도에 앉아있는게 힘들다"고 말했다.
B씨는 병원에서는 입원을 하라고 했지만 농성에 참석하기위해 통근치료를 받아가며 치료를 받고 있다. 그는 박수를 치거나 구호를 외칠 때도 팔을 들어올리지 못할 정도라고 했다.
조합원 C씨는 얼마 전까지 폐암말기로 투병생활을 하고 있는 친아버지의 병간호도 뒤로한 채 농성장을 지켜 주위 조합원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파업 50일째인 9일 C씨는 아버지 발인을 마치고 다시 농성장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윤 사무장은 "병원 직원들이 뒤에서는 '끝까지 버텨라. 함께 하지 못해 정말 미안하다'며 지지해 주고 간혹 환자들도 지나가면서 손을 잡아줄 때면 힘을 얻는다"고 했다.
직원, “괜히 처벌받을까 두려워 ‘쉬쉬’
노조 파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세종병원 근무 2년차 한 간호사는 한참 말하기를 꺼리더니 “솔직히 직원들끼리 잘못 얘기하다 일자리를 잃는 것은 아닐까 두려워 '쉬쉬'하는 분위기”라며 “일부 노조를 지지하는 직원들이 있지만 노조와 관련해 직원들끼리 아예 얘기를 꺼내지 않고 서로 조심하는 분위기”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이어 “일부 환자들 중에는 8인실이 너무 좁아 6인실 전환을 주장하고 있는 노조를 지지하는 이들도 있는 반면 일각에서는 노조가 1층 복도를 막아 농성장으로 이용하고 있어 불편을 호소하는 이들도 더러 있다”고 말했다.
근무 15년 차인 한 간호사는 처음에는 본인도 노조를 지지했지만 지금은 그저 파업이 빨리 끝나고 병원이 정상화됐으면 하는 바람 뿐이라고 했다.
그는 파업이 50일까지 장기화되다보니 직원들사이에서 “사측이든 노조측이든 이제 그만 좀 하지”라는 얘기가 흘러나온다며 개인적으로 15년 이상 근무했는데 행여나 병원이 잘못돼 일자리를 잃는 것은 아닐까하는 걱정도 된다고 했다.
의사들에게도 의견을 물었지만 "할 말이 없다"며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환자, “왜 이래, 혹시 의료사고라도?”
기자회견이 시작되면서 기자와 관계자가 몰려들고 조합원들의 “투쟁하자”는 구호가 잇따르면서 주변의 일부 환자들은 주변에 모였다.
이날 처음 병원을 찾았다는 윤현명(가명ㆍ72)할머니는 “왜들 이러는겨. 이 병원에서 환자가 잘 못된거여?”라며 약간 놀란 듯한 표정이었다.
기자가 상황을 설명하자 윤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 병원에 남편이 입원을 했는데 혹시나 환자가 잘못돼서 이러는 건가 싶어 걱정했는데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병원 측, “대부분 심장질환자, 안정 필요하다"
병원 측은 세종병원이 심장 전문 병원인 만큼 심장질환 환자가 많고 질환 특성상 다혈질적이고 쉽게 흥분하는데 농성장에서 시끄럽게 하면 환자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병원 측으로서도 이미지상 경영상 문제가 많다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