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종양 환자들 시력 보존 길 열렸다

안창욱
발행날짜: 2006-12-13 10:31:09
  • 세브란스병원 이성철 교수팀, 근접 방사선치료 시작

눈에 생긴 암종양 때문에 눈을 적출할 수 밖에 없었던 환자들에게 근접 방사선치료를 통해 안구적출을 피하면서 최소한의 시력을 지킬 수 있는 길이 국내에서도 열렸다.

세브란스병원 이성철, 금기창 교수팀은 지난 10월 식품안전청의 허가를 받아 국내에선 처음으로 안구종양을 위한 근접방사선치료 시스템을 갖추고 눈의 포도막에 암종양이 생긴 30대 직장인 남성 환자에게 첫 시술하는데 성공했다고 13일 밝혔다.

이 치료의 특징은 눈이 매우 약하고 민감한 부분임을 감안, 기존 방사선 치료처럼 몸의 외부에서 직접 쪼이는 것이 아니라 방사선을 방출하는 동위원소를 얇은 판에 넣어 종양 가장 가까운 안구표면에 부착시킨 후 종양 부위에만 제한적으로 동위원소가 투여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포도막 흑색종 치료는 종양이 다른 곳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대부분 안구전체를 적출하는 것만이 최선의 방법이었다.

30대 직장인 김정수(36, 가명) 씨는 시력이 어느날 갑자기 0.1로 떨어졌고, 한달 넘게 증세가 지속되자 병원을 찾았고, 포도막흑색종 진단을 받았다.

지난 10월말 근접 방사선 시술을 받은 김씨는 현재 시술 두 달째로 당시 종양 크기가 8mm이던 것에서 더 이상 커지지 않고 조금씩 작아지고 있는 상태이다.

또 시력은 시술 이전보다 약간 좋아진 0.16으로 시력검사표의 맨 위쪽에 있는 글씨를 알아볼 수 있는 정도다.

김 씨는 원래 시력은 1.0 정도로 좋았지만 현재로서는 최소한의 시력이라도 보존할 수 있고 안구적출을 피할 수 있게 됐다.

근접 방사선치료는 모든 안구종양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며, 발견 당시 크기가 5mm~17mm 이내일 때 시행한다. 전이된 암에서도 원발암이 치료되고 있다면 시력유지를 위하여 근접방사선 치료를 고려해 볼 수 있다.

시술은 국소마취나 전신마취 후 종양이 있는 안구의 공막위에 방사성 동위원소를 얹은 얇은 판(플라크)을 붙이고 나오는 것으로 약 30분 정도 소요되며, 시술 이틀후에(55시간) 붙였던 판을 제거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시술후 이틀 동안 병실에 입원해야 하며, 바깥으로 노출되는 방사선의 양이 적어서 의료진이나 가족의 면회에는 지장이 없다. 3일 정도 입원치료 후에는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다. 치료 효과는 2-4개월 주기로 종양 크기를 측정하고 전이여부 검사를 통해 알 수 있다.

눈의 근접 방사선치료는 선진국에서는 이미 일반적으로 시행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안구종양 발병률이 서양인의 1/10 수준인 연간 100명 내외로 그중에서도 특히 방사선 치료효과가 높은 포도막흑색종 환자는 30명 내외여서 치료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치료를 위해서는 안구종양 전문의를 확보해야 하고 방사선치료 시스템 완비를 위한 경제적 여건, 안전도 문제 등을 고려해야 하는 과제가 있었다.

이성철교수는 “국내 치료 시스템이 없어 최적의 치료를 받을 수 없었던 환자들에게 매우 희망적인 소식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근접방사선치료는 특히 기존의 수술치료, 냉동치료, 레이저치료, 경동공온열법 치료 등과 병합할 경우 치료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기 때문에 안구종양 치료에 새로운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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