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의료계는 소탐대실 형국

박경철
발행날짜: 2004-11-15 10:40:26
  • '시골의사' 박경철 (신세계 연합클리닉 원장)

소탐대실, 즉 작은 것을 탐하다 큰것을 잃는다는 말은 전한(前漢) 때 유향(劉向)이 지은 "설원(說苑)"의 "정간(正諫)"에 나오는 당랑포선(螳螂捕蟬)이나, "장자(莊子)" 외편의 "산목편(山木篇)"에 나오는 당랑박선(螳螂搏蟬), 혹은 "한시외전(韓詩外傳)"에 나오는 당랑재후(螳螂在後)등에서 유래한다.

춘추시대 말기 오왕(吳王) 부차(夫差)는 월나라를 무너뜨린 후 간신 백비의 모략으로, 충신 오자서를(伍自胥)를 죽인후, 월(越)나라에서 오나라를 무너뜨리기위해 정략적으로 보낸 미인 서시(西施)에 빠져 정사를 돌보지 않았다.

어느 날 아침 태자 우(友)가 젖은 옷을 입고 활을 든 채 부차를 만났다. 부차는 “너는 아침부터 무엇을 그리 허둥대느냐?”하고 묻는데, 이때 우가 대답한다.

“아침에 정원에 갔더니 높은 나뭇가지에 매미가 앉아서 울고 있었습니다. 그 뒤를 보니 사마귀 한 마리가 매미를 잡아먹으려고 노리고 있었습니다. 그 때 홀연 참새 한 마리가 날아와서 그 사마귀를 먹으려고 노리는데, 사마귀는 통 기미를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참새를 향해 활시위를 당겼습니다. 그런데 그만 활 쏘는 데 정신이 팔려 웅덩이 속으로 빠져버렸습니다. 그래서 옷을 이렇게 적신 것입니다. 천하에는 이런 예가 부지기수입니다.

이를테면 제나라는 까닭없이 노나라를 쳐서 그 땅을 손에 넣고 기뻐했지만, 우리 오나라에게 그 배후를 공격받고 대패했듯이 말입니다” 부차는 말을 듣자마자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

“너는 오자서가 못다한 충고를 할 셈이냐? 이제 그런 소리는 신물이 난다”

충심에서 우러난 간언을 듣지 않은 부차는 결국 월나라의 침입을 받아 멸망하고, 그 자신은 자결하였다.

이러한 사례는 부지기 수로 많다, 대저 소인은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고, 현자는 열발자국 앞을 내다보는 법이다.

작금의 의료계와 그 주변은 이런 소탐대실의 전형적인 행태들이 벌어지고 있다.

의사협회는 경제특구,영리법인.공공의료,내부분열등 첩첩이 쌓인 난제를 앞에두고 당장 눈앞의 수가인상에만 매달려 있고 (그나마 수가협상마저 구호만 외치고 있다), 약사회, 한의사회도 각각의 우선의 이익을 보전하는 일에만 급급하다.

더우기 최근에는 의료기사영역의 움직임마져 심상치 않다. 그 단적인 예가, 물리치료사의 단독개원에 대한 입법청원이다.

이것은 단견의 극치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물리치료사의 입지가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물리치료사는 종합병원에 취업하는 소수를 제외하면 자격취득 후 15-20년 정도면 대개 전업을 고려해야한다, 특히 의료기사는 국가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이라는 것을 감안 할 때, 국가적으로도 아까운 일임은 틀림이없다.

그러나 현재 물리치료사협회의 입법청원은 조삼모사와 다름이 없다, 물리치료사의 취업기회가 적은것은 물리치료실이 독립하느냐의 문제에 달려있지 않다, 사실 물리치료사가 단독개원 할 경우, 아웃소싱의 개념으로 의원들이 물리치료실 기능을 임대하거나, 이전 할 가능성이 크고 실제 그것이 병의원입장에서도 그리 나쁘지 않는 선택이다.

그러나 그것은 오히려 '10년 이상'이라는 조건에 속하지 않는 물리치료사, 혹은 그정도의 자본을 마련하기 어려운 물리치료사들에게는 엄청난 재앙이 될 소지가 크다, 왜냐하면 현행 의료보험 제도상 단독개설을 하건 의료기관에 속하건 물리치료실의 총량은 확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물리치료사가 개원하는 물리치료실에 근무하는 물리치료사들은 차라리 병원의 진료지원부서의 입장에서, 물리치료실 자체에 시장논리가 적용되는 냉혹한 월급장이로 전락할 소지가 크고, 아울러 취업인원은 장기적으로 급격히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그것이 시장경제이기 때문이다.

만약 개설자가 동종업계의 선배이기 때문에 근무나 취업에서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오산이라는 뜻이며, 이것이야말로 소탐대실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렇다면 물리치료사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정답은 의료계의 내홍을 통해서 도출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큰 눈으로 고령화 사회를 바라보아야 한다, 조만간 실버 빌리지들이 곳곳에 들어서고,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노인인구로 바뀌게 되면, 치료적 관점보다 오히려 삶의 질의 관점에서 물리치료사들의 수요가 급증 하게 될 것이다.

아울러 그동안 도외시되었던 장애인 복지와 재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사회전체가 복지를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질병에 대한 치료적 관점과, 현재의 장애인 혹은 노인의 재활요법의 관점이 분리 될 수 있다.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물리치료사들이 눈앞의 이익에 (사실 이익이 아니다, 이것은 기존 몇몇의 기득권을 가진 물리치료사들의 게임일 뿐이다) 급급하지 말고, 의협과 함께 진지하게 고민하고 대비하여, 오히려 의협과 힘을 합쳐서 장기적으로 비치료적 관점의 재활요법에 대한 전문성을 인정받아야한다,

물론 의협은 의협대로 물리치료사들의 직능성을 인정해주면서 서로가 같이 전체 의료계의 공번된 발전을 위해 나아가는 것이 합리적이다.

때문에 의협은 의협대로 이것을 밥그릇을 빼앗으려는 물리치료사들의 반란정도로 치부해버리면, 지금과 같은 분권의 시대에는 오히려 몰매만 맞고 실리를 잃게 될 뿐이다, 의협도 부디 어슬픈 구호를 접고 약사,한의사,의료기사 영역들과 머리를 맞대고, 합당한 논리로 설득하고, 함께 힘을 합쳐서 파이를 키우는 일에 나서야한다.

적은 등뒤에서 나를 노리는데 언제까지나 눈앞의 매미만 바라보고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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