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사' 박경철 (신세계 연합클리닉 원장)
<고정칼럼 집필자 소개> |
인터넷에서 필명'시골의사'로 통하는 박경철 외과전문의는 국내 최고의 사이버애널리스트로 MBN 주식토크쇼를 진행하고 있으며 주식시장에 대한 남다른 철학과 날카로운 분석력을 인정받고 있다.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비평가 강동식의 "잡다"에는 성석제의 단편소설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요지는 작가 성석제의 유머와 기지는 익히 잘 알려진 것이지만, 이 장편소설집 (掌編- 손바닥크기이ㅡ 짧은 글)에는 반짝이는 재치외에도 꼬집어 말 할 수 없는 진한 페이소스가 묻어난다는 것이다.
사실 성석제의 소설집에서 가장 압권은 "누가 염소의 목에 방울을 달았는가"이다.
밤새 산과들을 쏘다니던 불법사냥꾼들이 야생동물을 한마리도 잡지 못하자, 민가에서 키우던염소의 목에 달린 방울을 떼어내고 "사냥"한다는 이야기인데, 이 이야기의 핵심은 "불법 사냥꾼의 자존심"에 있다.
불법 사냥꾼의 자존심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은 바로 법을 어기는데 있다. 이미 법률로 정해진, 총기의 규격, 사냥 허가기간, 수렵물의 총량등을 어기고, 최소한 M16 수준의 개조총기류에. 금렵기의 급렵지역에서, 가능한 많이 사냥하는 것이 불법 사냥꾼의 불법의 핵심이다.
특히 이들에게 불법사냥은 반드시 '야생'조수만 사냥하는 것인데, 그들에게 있어서 '가축'을 사냥하는 것은 '도축'이나 다름없으므로 "염소의 목에서 방울을 떼어내고" 사냥을 한 것이다.
그것은 방울의 존재 여부가 바로 가축과 야생동물을 가늠하는 표지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가 권력에 대한 공포와 무기력을 상징하는 것이라면 "염소목의 방울 떼기"는 법을 어기기 위해서도 반드시 지켜야 할 법도가 있다는 역설이 있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불법에도 법규가 있으며, 그나름의 경지가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 진정한 불법, 혹은 예술적 경지의 불법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대한 진한조롱을 담아낸다.
최근들어 경제 자유지역내에 외국계 투자기업의 외국계 영리병원 허용문제가 의료계의 뜨거운 화두가 되고 있는데, 이 법안은 이미 재정경제부에서 입법예고 되어 있으므로 이제 그 시행만 남아있다고 볼 수 있다.
일단 이쯤에서 여기에대해 한가지 씩 문제를 짚어보자
첫째, 외국인 의사의 내국인 진료는 현행 의료법상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 (해당국가에서 우리나라 의사의 면허가 교차인정되지 않으면, 상호주의가 아니다. 최소한 주권국가에서 국가 자격증을 가진 직종에대한 일방적 인정은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둘째, 전액 비보험 진료를 함으로서, 외국으로 유출되는 부유층의 의료비 유츨을 막는다는 논리는, 해외 골프를 억제하기위해, 국내의 산과 들을 깎아 280개의 골프장을 허가하고, 경기진작을 위해 골프용품의 특소세를 폐지하는 허구적 논리와 괘를 같이한다
세째, 외투기업이라는 표현은 양두구육에 지나지않으며, 대기업의 의료사업진출을 전면 개방한다는 뜻과 같다, 지금까지 의료법인을 영리법인화 하지않고 의료계가 참아냈던 것은, 바로 병원이 영리법인화 하였을 때, 필연적으로 돈의 논리가 인술의 논리를 윽박지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네째, 기업들의 호화판 병원이 엄청난 물적자원을 투입 할 경우, 내국병원들도 필연적으로 의료의 본원적 기능외에. 과잉의 서비스 자원을 투입하고, 초호화 의료에 뛰어들 것이며, 이것은 반드시 국민 의료비의 전면적인 상승을 몰고 올 것이다.
다섯번째, 보험사의 민간의료보험이 등장하고, 서민의 병원 이용은 장벽에 무딛힐 것이며, 환자 역시 프리미엄 민간의보를 가진 일급환자와, 저급한 공공보험 보유자의 두 부류로 계층이 분화되어, 차별적 의료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
여섯번째, 정부의 공공의료의 강화로 고급민간의료를 이용하지 못하는 대다수 국민을 수용한다는 발상은, 일반미 값을 올려서 부자만 사먹게 되더라도 , 서민들에게는 삼년씩 묵은 정부미를 풀어서 배부르게 해주겠다는 말과 다름이 아니며, 이 일을 기화로 싸구려 공공의료로의 체제 개편을 준비하려는 포석이다.
이렇게 나열하자면 백가지도 모자란 것이 바로 이 사안의 중대성이다,
의협은 이럴 때 기능하라고 존재하는 것이다,
지금 정부는 경제의 논리를 앞세워 공공의 논리를 억압하고 있다, 우선 겉으로는 경기를 부양하려는 얄팍한 속셈이, 보건의료 정책의 근간을 흔들고 있는듯 보이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어마어마한 억압의 논리가 숨어있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알려야한다.
이것은 사냥감을 사냥하지 못한 불법사냥꾼들이, 염소의 목에 방울을 떼버리고 염소에 총질을 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 우선 당장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기보다는 염소의 목에서 그것을 떼어내기가 쉽지만 일단 총질에 맞아죽은 염소는 다시 살아나지 않는다,
위기는 기회다,
의협회장은 내일 당장이라도 재정경제부청사 앞에서 단식투쟁을 벌이고. 모든 의사들은 환자들에게 사안의 심각성을 설명하고, 집행부는 이 문제가 국민들의 이해와 일치함을 홍보하고,시민단체와 연대하여 투쟁을 벌이고, 정면으로 돌파해야한다, (논점은 간단하다, 언제부터 참여정부의 정강정책이 "가진자들이 행복한 나라" 였더란 말인가?)
나서지 말아야 할 때 엉뚱하게 나서는 어리석음은 그나마 용서 받을 수 있지만, 정작 나서야 할 때 나서지 않는자는 용서받지 못하는 법이다,
대한의사협회의 참된 리더쉽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