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100 본인부담의 법적 검토

메디게이트뉴스
발행날짜: 2004-11-29 06:43:07
  • 현두륜 변호사(대외법률사무소)

최근 산부인과 개원가는 통증자가조절법(무통분만) 시술료에 대한 환자들의 반환 요구로 극심한 진통을 겪고 있다고 한다. 얼마 전 인터넷 까페에 무통분만 관련 환불사례가 소개되면서 무통분만을 시술받은 환자들이 산부인과 병의원에 대해서 진료비 일부를 환불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편 그와 관련된 민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도 접수되면서 심평원 역시 무통분만과 관련된 진료비 산정방법과 민원처리 결과를 안내해 주고 있다.

이에 따라 조만간 산부인과 개원의사회에서는 대량의 환불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그에 그치지 아니하고, 해당 산부인과 의료기관은 부당청구로 인한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어 앞으로 매우 심각한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

위와 같은 문제가 초래된 원인은, 무통분만에 관한 진료비가 비급여대상인지 아니면 100/100 본인부담금 항목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산부인과 개원의들 사이에서는 지금까지 무통분만이 비급여대상인 것으로 알고 각 의료기관에서 책정한 진료비용을 청구해 왔다.

그런데 심평원에서는 보건복지부 고시를 근거로 무통분만이 100/100 본인부담금 항목에 해당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무통분만이 비급여대상이 아니라 100/100 본인부담금 항목이라면 산부인과 의료기관은 추가로 지급된 진료비를 환자들에게 반환하여야 한다.

건강보험요양급여행위및그상대가치점수에는 무통분만이 급여대상인지 비급여대상인지 여부가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 아니하다. 위 상대가치점수에서는 신경차단술료에 관해서, 지주막하 신경차단술(바-21), 경막외 신경차단술(바-22), 뇌신경말초차단술(바-23), 척수신경말초지차단술(바-24), 척수신경총·신경근 및 신경절차단술(바-25), 교감신경총 및 신경절차단술(바-26)로 나뉘어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무통주사의 급여 인정여부는 보건복지부 고시에서 따로 규정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말기암 환자의 악성암성동통 완화, 근위축성축삭경화증 환자의 만성통증 완화, 또는 만성난치통증 완화를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에 국한해서 급여대상으로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위 급여대상 환자 이외의 환자에게 시술되는 무통주사 시술료는 비급여대상이 아니라, 100/100 본인부담 항목이라는 것이 심평원과 보건복지부의 해석이다. 이 같은 100/100 본인부담금 제도는 국민건강보험법 제41조, 동법 시행령 제22조 제1항 [별표2] 제3호, 동법 시행규칙 제10조 [별표5]에 근거한 것이다.

100/100 본인부담금 제도는 원래는 급여대상에 해당하는데, 보험재정을 고려하여 그 비용 전액을 환자 본인에게 부담시키는 것인데,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다.

첫 째, 국민건강보험법 제41조에서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 비용의 일부를 본인이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그 하위 법령인 동법 시행령 제22조 제1항 [별표2]와 동법 시행규칙 제10조에서는 비용 전부를 환자에게 부담시킴으로서 상위법의 위임한계를 벗어났고, 따라서 위헌의 소지가 강하다.

둘 째, 100/100 본인부담금 제도는 보험재정 절감을 위해서 편법적으로 도입된 제도라는 점에서 입법론적인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즉, 무통주사는 필수적인 의료행위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진료비를 환자 본인에게 전부 부담시키는 것은 국민건강보험법의 입법취지에도 반하고, 환자들의 건강보험수급권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이다.

셋 째, 100/100 본인부담금 제도는 의료비 통제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100/100 본인부담금으로 지정된 항목에 대해서는 의료기관이 임의로 그 진료비를 책정할 수 없고, 보건복지부가 정한 의료수가대로 청구를 하여야 한다. 그런데, 보건복지부가 정한 의료수가는 대부분의 경우 원가에 턱없이 모자란 수준이다. 무통주사와 관련하여 인정된 의료수가 역시도 마찬가지이다.

넷 째, 100/100 본인부담금은 외형상으로는 보험혜택을 받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실제로는 환자 본인들에게 전액 부담시킴으로써, 결과적으로 환자와 의료기관 사이의 불신을 조장할 가능성이 높다. 100/100 본인부담금 제도로 인하여 환자들은 진료비 지출이 늘어나게 되고, 의사들은 적정한 진료비를 청구할 수 있는 기회가 박탈되는 불이익을 입게 되어, 환자와 의사 모두들 불만이다. 그 사이에 건강보험공단만 생색을 내고, 이익을 취하는 구조이다. 이에 따라, 의사들과 환자들 사이에 이해 충돌이 자주 발생하고, 서로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있다. 현재 진행 중인 무통분만 사례에서도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환자들은 의사들의 곤란한 입장은 이해하지 못하고 부정한 집단으로 매도하며 환불을 요구하고 있다.

위와 같이 현행 100/100 본인부담금 제도는 위헌의 소지가 강할 뿐만 아니라, 입법론적으로도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현행 100/100 본인부담금 제도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아울러, 이번 사태가 발생한 데 대해서 심평원이나 감독기관인 보건복지부 스스로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산부인과 의료기관에서는 무통분만 시술을 비급여대상으로 하여 왔고 그러한 사실을 심평원이나 보건복지부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심평원이나 보건복지부는 이번 사태에서 의료기관의 책임만 탓할 것이 아니라, 환자와 의료기관이 더 이상 불신하지 않도록 적절한 선에서 중재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의료기관에 대해서 부당청구라는 이유로 행정적인 제재를 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아니하다. 이번 사태의 원인은, 바로 100/100 본인부담금 제도의 문제점에서 파생된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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